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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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을 하고 등교를 시작한 지 3일이 되었다.
입학식은... 아이가 벌써 자라 초등학생이 되는구나싶어 그냥 마음이 이상터니,
둘째날부터 예사롭지 않다.
누가? ㅋㅋ 바로 내가, 이 엄마가 말이다.
아이는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지도 모르다.
아니지... 환경이 바뀐 건 인식을 하겠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엄마가 문제다.
입학식까지만 해도 영 실감이 안나고, 혹은 내가 별루 대수롭게 않게 여기고 있구나 싶더니,
막상 아이의 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니,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아이 표정 하나에도 울고 웃는다.
내가 왜 이러지? 아~~ 누가 나 좀 말려줘여~~ *^^*
입학식 이후 첫 등교일 아침!
"학교에 가면 친구들 많이 사귀고 재미있을거야.
그런데 수업시간에는 선생님 말씀하실 때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거나 하면 안 돼.
그럼 선생님이 중요한 말씀하실 때 놓치고 못 들을 수 있잖아.
어제 선생님 말씀 들었지?
무릅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얹고 선생님 잘 보고 있을거지?"
입학식 하던 날, 교실에 앉아있을 때 끊임없이 옆자리 아이와 또 뒷자리 아이와 수다를 떨어
선생님께 지적당한 바 있는 주희다.
ㅎㅎ 그 때 생각이 나서 노파심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럼 언제 친구들이랑 얘기해요?"
그래서 옛 생각이 났다.
학교에 등교하여 선생님이 조례하러 들어오시는 그 시간까지, 아이들과 어제 지낸 일이며 재잘대던 일들..
"아침에 등교해서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친구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또 쉬는 시간에두 이야기할 수 있어."
과연 그럴까?
물론 당근 나는 그러리라 생각했었다.
그날 밤 잠들기 전!
"그런데 엄마! 아침에 친구들이랑 재잘재잘댈 시간 없던데요?
교실로 들어가면 바로 공부하던대요? "
그렇다.
일단 앞을 보고, 친구들하고 얘기하면 안 되는 상황은 다 공부인 것이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란다. 친구들이랑 말할 시간이 없단다.
아직 점심시간도 없고... 해서 결국 친구랑은 언제 말을 하느냐구요....
등교 둘째 날 오후!
"It's not fair.
There is the playground at school.
But, we're not allowed to be there at all.
It's not fair."
(이건 나빠요. 학교에는 운동장이 있는데 우린 운동장에 한번도 못가게 해요. 흥)
열 받았는지 왈왈 길게도 말한다. ㅋㅋ
놀기 좋아하는 주희, 믿을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림의 떡, 그 이름 운동장!
글게나... 우찌 운동장에 발 한번 디뎌볼 틈이 없대.
"아서"나 "티모시"등에서 본 학교 운동장에서의 쉬는 시간에 노는 행복한 아이들은 대체 어디 있는거야.
그게 현실이야?
할 말이 없어서 입 맛만 쩝쩝 다시었다.
여기 학교는 교문이 학교건물 뒤쪽으로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의 대부분이 교실로 들어갈 때
학교의 뒷문을 이용한다.
오히려 정문을 이용하려면 빙~ 둘러가게 되어있다.
그러니 등교를 하면서 바라보는 교정과 시계달린 학교의 건물을 감상하며 하루를 계획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좀 아쉬운 부분이다. 쩝!
학교 등교 첫날 오후!
자리 배정을 하고 앉았는데,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서 들러보니 3째줄에 앉아 있다.
우와~ 감격의 세째줄!
난, 지난 세월 첫째줄과 둘째줄을 오간 내 학창시절이 아니었던가.^^
주희도 키가 작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엄마보다 낫다. 평균이당.
세째 줄 이상 넘어가는 공기를 느끼며 살 주희에게 축하를 보낸다.^^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도통 말이 없는 주희에게 모르는 척 슬쩍 물었다.
"주희야, 오늘 자리도 정하고, 새 짝꿍도 생겼지? 근데 자리가 어디야?"
"응, 3째줄이요. 음...2군단이예요."
에잉? 2군단? 어디 군대지?
"ㅋㅋ 군단? 주희야, 너 육군이야, 공군이야, 해군이야, 아니면 귀신잡는 해병대야?"
주희가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껌뻑껌뻑한다.
"군단은 군대에서 군단이라고 부르지. 여기는 학교잖아.^^ 2분단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예요. 선생님이 2군단이라고 하셨어요."
나왔다. 이 녀석 우김!
선생님이 2분단이라고 하셨는데 주희가 2군단으로 들었나보다며 괜히 얼르고 생쑈를 한다. ㅋㅋ
여기서 자칫 한 발만 헛디디면 저는 맞는데 엄마가 아니라고 하는,
서울 안가본 사람이 서울 사는 사람 이기는 결과가 나오기 딱 쉽상이다.
다행히 기분 나쁘지 않게, 녀석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2분단에 합의를 봤다.
그러더니 주희 왈,
"엄마, 근데 학교니까 교단이지. 1교단, 2교단, 3교단.... 아닌가요?"
"응... 선생님이 서 계신 곳을 교단이라고 부르거든...음..."
결국의 분단이 왜 분단인가 설명은 제대로 못하고 말았다. ^^
사실 학교에 가보면 2군단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어쩜 그리 학교생활 이틀만에 그 40여명의 아이가 일사분란하게 앉아서
조용하게 앞을 쳐다보고 있을 수 있는건지..
이틀만에 군기가 빡! 들었다.
I can't believe it!
좀 더 자연스럽고 따뜻한 선생님과, 재잘거림이 있는 학교는 아직 우리에겐 맞지 않는 방법인 건지...
일학년 선생님 중 어떤 분도 아침에 교실도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는 분이
안계신 것 같고, 아이들도 자연히 조용한 분위기에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제자리로 가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가방을 정리하고 노트를 꺼내 펼쳐 든다.
친구들 안녕? 어제 뭐 했어? 선생님, 안녕하세요?는 언제부터 허용되는 단어인지....
교육은, '삶을 더 기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의 시작은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부분은 아닌지....
다분히 현실적인 공교육에 하루빨리 적응시키기 위해서
지금의 그런 분위기를 적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지,
아니면 학교는 즐거운 곳이고, 배움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부터 느끼게 배려해 주는 것이
"우리들은 일학년"이라는 교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주는 일이 아닌지...
좁은 식견의 나로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개의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 아이도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켜보는 초보학부모의 시야에서는 좀 더 따뜻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건 어쩔수 없다.
무심히 던진 주희의 2군단 발언!
모쪼록 그것이 2군단이 아니기를....
혹은 행여 2군단 생활이라 할지라도
병영에서 전우들과 나누는 달콤한 초코파이의 추억이 얼른 주희에게도 다가왔으면 좋겠다.^^
초보 학부모 일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