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 저제나 주희 생각이 많았다.
언제까지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인지...
데려 온다면 언제쯤일지... 갈팡질팡이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주희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주희가 4살로 접어들 무렵!
3살의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너무나 바빠졌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가구를 옮기고, 방을 옮기고, 조용하던 집에 난리가 났다.
늘 잠만 자는 곳이라, 큰 방하나에 침대며, TV며 다 밀어넣구, 살던 우리집에 큰 변화가 생긴 거다.
큰 방을 비우고 주희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구 아기자기 예쁘게 꾸민 아이방이 아니었다.
그냥 주희가 놀 공간과, 주희가 볼 책을 놓아 둘 책꽂이와 주희가 볼 TVR과 TV, 주희가 들을 오디오, 장난감을 담을 상자며, 그림을 그릴 책상이며... 온통 주희가 생활할 모든 공간을 담은 방이었다. 창가쪽엔 나즈막히 한벽면을 책꽂이로 채웠다.
주희와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주희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난 역시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면서 생활했다.
퇴근시간이면 남편과 함께 007작전을 반복하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은 우리 같은 직종은 어린이집 종일반으로도 늘 부족했기에, 절친한 친구가 오후에 주희를 데리고 있어 주었다.
하지만 잦은 야근과 철야에 밤 10시가 넘어서 데리고 오는 날이 잦았고, 더 늦는 날이면 자는 주희를 안고 나오기도 했다.
나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친구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그리고 나 또한 늘 미안했다.
주희가 병치레를 시작했다.
허구헌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내가 생각해두 온전할 리 없다.
그리구 치료마저 규칙적이지 못하니, 낫지를 않는 것이다.
그 당시 다니던 어린이집에선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주는 서비스를 해주지 않았고, 자기 아이들도 돌보아야하는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면목이 안 섰다.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결혼한 여직원의 한계를 보이기 싫어 가능한 한 어떻게든 티 안나게 처신하고 싶었던 거 같다.
아이가 아프고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니, 친구네 집에 보낼 수가 없었다.
그 집에두 아이가 있으니, 같이 아이 기르는 입장에서 차마 보내지를 못하였다.
친정엄마가 올라오시구…다시 내려가시구…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가…아쉬웠지만 사무실을 쉬기로 했다.
일단은 주희가 나아야 했기에…
그러고도 회복되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나와 주희의 24시간 함께 있기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주희 나이 4살!(38개월)
정말 해주고 싶은게 많았다.여지껏에 비해서는 다양한 책도 필요했고, 늘 시간이 부족해 흘려보내던 것들이 무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정보도 수집하고, 밤새 인터넷 서점에서 후기를 읽으며 책도 고르고, 이런 건 어떨까, 저런 건 어떨까, 살피고 또 살폈다. (그 때 쑥쑥만 알았더라도…ㅎㅎ)
주희와의 생활이 제2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 때 당시 상황 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는,
방문판매하는 대형 유아, 아동출판사의 사무실 방문!
책을 구매하기 위해 정보가 필요했지만, 50여권이 넘는 전집을 구매하면서, 단 2~3권 샘플을 들고온 방문사원들에게 차마 모질게 말하지 못하고, 갖은 부담감과 은근한 압력에 못이겨 계약을 하게되는 그런 것이 너무 맘에 안들었다.
몇 십만원이나 되는 물건을 사면서 전체를 훝어볼 기회조차 없다는게 화가 나기도 했고, 꼼꼼히 들여다보고 십분 비교해보고 여러 제품중에서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데 소비자로서 엄청 화가 났었다.
ㅋㅋ 지금도 그 때의 흥분을 잊을 수 없으며… 방문판매의 판매형태에 대해서는 현재에도 많이 회의적이다.
암튼 그런 부담감이 싫었기에, 나는 유명하다는 출판사의 지역사무실을 방문해서 직접 전체를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또 비슷한 분야의 책들을 비교하면서 골라 나갔다.
그 때의 내 모토는 "한 밤 자고 생각하고 한 밤자고 결정하자"-밤사인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죠^^
그러면서 또 사원분들에게서 많은 도움되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입장의 차이와 시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들어서 나쁜 말은 없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나의 처지와 우리 아이에 맞추어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추려나가는 것이 엄마의 몫이 아니겠는가….
다 뼈와 살이 되었다.
그런 무형의 것들이 모여 적어도 지금 내가 생각하는 “우리 주희는 이렇게 키운다”의 뼈대를 갖추었던 것 같다.
특히 무료세미나 형식의 어머니교실 같은 (특히 유아와 초등부분을 함께 출간하는 출판사의) 것은 특히 도움이 되었다.
유아에서 초등으로 이어지는 아이의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두 문제와 이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나 동상이몽을 하지만, 난 아이를 잡아서라두 공부를 시켜야겠다라기보단 천천히 씨를 뿌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다행한 일이다)
또다른 하나는 그 당시 읽었던 유아교육(?)에 관한 책들인데“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과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였다.
특히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은 내가 지금 주희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해준 책이었다.
많은 맘들에게두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아이를 바라보는 원론적인 시각(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을 따뜻하게 마련해주는 책인거 같다.
마지막으로 주희의 영어의 시작!
첨엔 이것저것 알아보다 국제영어책읽기의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취지나 방법은 참 좋다구 생각했는데, 1단계 그림책이 나에겐 안맞았던 거 같다.
그당시 1단계는 주로 팝업북이거나 보드북위주의 놀이그림책이 주종을 이루었는데, 늘 동물에 동물울음소리에, 어쩌다 엘모에…ㅋㅋ 동물농장이 따로 없었다.
물론 그런 류의 책도 아이에게 흥미를 주기엔 좋지만, 1단계(아마 6개월이던가 1년이던가?)내도록 그런 종류의 책들만 접하는 건 너무 가볍고, 깊이가 없어 별루 맘에 안 들어 중단했었다.
아마 그 때 쑥쑥을 알았더라면, 적어두 2단계로 시작을 했었을 거 같고, 지금껏 꾸준히 영어그림책을 많이 읽었을 거 같다. (2단계는 우리가 지금도 너무도 좋아하고 접하는 PAPER북위주의 많이 알려진 스토리북들이었다…. ㅋㅋ 지식이 없었던 거지^^)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런투리드 무료세미나에 참가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2달동안 이루어진 이 세미나에 매료되어, 런투리드를 구입하게 되었다.
겉의 화려함보단 속내가 깊은 그런 책이란 걸 알게된 것이다. (행운이었다. 쑥쑥도 모르던 시절에…^^)
아이의 언어에 대한 접근!
그 원론적인 방법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고나 할까…
결론적으론 그 당시의 두세달이 뼈가 된 시간이었다구나 할까…뼈대가 있으니 어느새 조금씩 살이 붙어갔다.
얼마되지 않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예전의 내모습과는 다른, 일과 육아가 동시에 중요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언제부턴가 주희랑 둘이서만 있어도 낯설지 않았고,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도 점점 늘어갔으며, 주희도 “엄마가 제일 좋아”란 말을 하게 되었다
…그게… 언제부터였나? …..글쎄….
돌아보니 문득이란 말이….
쑥쑥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