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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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다녀왔습니다
학교를 한바퀴 돌고 나올때의 마음이란... 묘하더군요
이 아이가 이렇게 컸나, 대견하면서 뿌듯하게 벅차오르던 심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이었습니다
옛날 저희땐 학교가 큰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요새는 다들 조그맣게 짓나봐요
1학년이 약 8반 정도 된다는데 저희 동네가 요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학교가 부족해 2부제 수업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죠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방문했는데 2부제 대신 한학급당 인원을 조금 더 받는 걸로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인원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40명 이상은 되지 않겠느냐고 하시데요
그 40명 이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다른 학교들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반 배정을 받고 운동장을 대충 훑어보고 나오려는데 아이가 교실에 들어가겠다고 우깁니다
교실을 개방하는 것도 모르고 무지한 엄마는 그냥 가려 했다가 보니 다른 아이들도 교실에 들어 가더군요
교실 개방 때문에 특별히 여러가지 면에서 신경을 썼겠지만 모두 마음에 들더군요
일곱 난장이들의 집에 온 것 같은 나즈막한 책상과 의자들...
그 교실에서 아이가 선생님 눈을 맞추며 수업을 받을 생각을 하니 미소가 베어 나오더군요
더욱이나 마음에 들었던건 교실안에 있던 화장실
두개의 교실이 하나의 화장실로 통해서 같이 쓸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하나에 불과했지만 전 사실 화장실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교실안에 있는 화장실...
저희 어렸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 아닙니까?
저학년땐 재래식 화장실이었던 기억도 나면서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흐뭇해 지더군요
사실 우리 나라가 엄청난 경제성장을 하고 생활수준이 많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환경은 아직도 열악하지 않습니까
제가 처음 아이를 낳았을때 이 아이가 학교 갈때쯤 되면 세상이 두번은 바뀌어서 내 아이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공부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겪었던 똑같은 상황속에서 제 아이도 학교에 들어가게 됐을때 마음은... 좀 무거웠습니다
다른 세상에서...전혀 다른 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던 엄마의 바램은 우리나라의 영원한 바램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재래식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밖에 있던 화장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듯 하나씩 교육의 질도 나아지고 학부모도 교사 눈치 안보고 교사도 학부모 의식안하는 그런 환경도 바래 봅니다
작년 초에 96년 1월 생인 아이를 학교에 보낼 것인지 계속 고민하다가 초등교사인 친구의 조언을 듣고 보내기로 마음 먹고 애기같고 늘 잡아 줘야 할 것 같은 아이의 손을 서서히 놓았습니다
여름에 배우기 시작한 수영을 통해서 제가 아이의 능력을 그동안 과소평가 해왔고 혼자 걸으려는 아이에게 못미더워서 자꾸 손을 내밀은 엄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한달간은 지켜보면서 한숨만 나왔었죠
아이에게 내색은 안했지만 앞으로의 학교생활까지도 염려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한달이 지나면서 완전히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제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고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을 엄마가 조급해서 아이를 불신하고 다른 아이와 비교했구나 싶었어요
지난 일년간 아이가 학교에 갈 준비를 스스로도 하는건지 급격히 체력이 좋아진걸 느낄 수 있었고 식사량도 많이 늘더군요
그리고 동생때문에 다른 엄마들 처럼 따라 들어가서 샤워도 못시키고 옷도 스스로 입게 했는데 지금은 시간은 조금 걸려도 물건 하나 안 잃어버리고 제대로 씻고 나옵니다(저희 아이는 의타심이 상당히 있는 편이었는데 시키니까 하더라구요)
아침에 유치원 버스도 혼자 타러 다니구요
다른 아이들한텐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귤 까달라고 귤을 내미는 아이가 하나씩 스스로 해나가는 모습을 볼때면 참 대견합니다
제가 이 얘기를 하는 것은 5살, 6살 아이를 둔 엄마들 마음이 괜히 분주해 지고 아무생각 없어보이는 아이를 볼때 저처럼 불안하실까봐 다 기다리면 점프 업하는 기점이 있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영어 얘기도 조금 할께요
저희 아이는 5세까지 영어를 거의 접해 주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쑥쑥을 알게 되서 아이에게 동화며 비디오를 접해 주었지만 우리 말이 너무 굳어진 아이는 싫은 내색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재미 위주의 책을 많이 사줬고 안보는 비디오를 동생을 보여주니까 옆에서 자연히 보게 되고 일상생활의 대화를 영어로 조금씩 조금씩 양을 늘려서 해줬어요
처음엔 무슨 말이냐며 우리말로 하라던 아이에게 대충 우리말로 설명해주고 그 다음번에도 계속 영어로 해 주었더니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고 지금은 눈치 코치로 제법 때려 맞추어 대답도 합니다
쑥쑥의 다른 자녀들에 비하면 나이에 비해 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저는 이 정도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영어책이나 비디오를 즐겨보진 않지만 답답함을 느끼며 갖던 거부감이 없어 진 것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다 때가 되면 하게 되있나 봅니다
초등학교 가는 길에 곳곳이 도사려 있는 위험들 생각만 해도 잠이 안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 믿어 보렵니다
저만큼 오는 차를 보고도 지레 놀라 뒤뚱뒤뚱 뛰는 아이지만 이제는 ...놔줘야 겠지요
(휴!! 심장하나로 엄마 노릇하기 참 조마조마합니다)
소집일에 학교에서 나눠준 안내 자료에 생활 속의 어린이 라는 시, 많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좋은 시구나 했는데 지금 한 구절 하나하나가 너무나 가슴에 와 닿습니다
꼭 이런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한번씩 읽고 아이를 대해야 겠습니다
생활 속의 어린이
- 도로피 로우놀트-
꾸지람 속에서 자란 어린이
비난하는 것을 배우고
미움받으며 자란 어린이
싸움질만 하게 되고
놀림 당하며 자란 어린이
수줍음만 타게 된다
관용 속에서 키운 어린이
참을성을 알게 되며
격려 받으며 자란 어린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공정한 대접 속에서 자란 어린이
올바름을 배우게 되며
안정 속에서 자란 어린이
믿음을 갖게 되고
두둔 받으며 자란 어린이
자신에 긍지를 느끼며
인정과 우정 속에서 자란 어린이
온 세상에 사랑이 충만함을 안다
|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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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pucho 등록일 2002-02-14 22:11 조회수 4,329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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