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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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말하는 엄마,한국어로 말하는 아이
요즘 저희집 풍경입니다.
브라이언이 10개월쯤에 '엄마'라는 한국말을 처음 시작하고,13개월에 'Car'란 영어를 처음 시작하면서 18,19개월정도까진 이런 저런 한국어,영어 단어들을 하나,둘씩 내뱉으며 의사 표현을 하곤 했어요. 물론 온몸 액션으로 자기 원하는 것을 얻어낼 때가 더 많죠.
아이가 태어나고 제가 아이에게 말하는 많은 부분을 영어로 대화하면서 사실 이렇게 하면 되나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영어는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어는 어떻하지..... 영어에 신경쓰면 그만큼 한국어에 소홀해 질수도 있을텐데..... 이중언어를 접한 아이들은 말이 늦는다던데......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던데.
근데 20개월,21개월을 지나 22개월에 접어든 요즘,말을 문장으로 꽤잘합니다. 남자아이들은 말이 좀 늦는 경향이 있다던데 비슷한 개월의 아이들에 비해 조금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발음도 정확한 편입니다.
음....무슨 말들을 하더라....
' 엄마 이리와,빨리 빨리.'
' 이거 엄마꺼지' ' 이거 아빠꺼지'
' 엄마 나가자 '
' 치즈 더 줘'
' 올라가자' '내려가자'
' 아빠 갔다 ' ' 할미(할머니) 갔다'
' 아빠 간다' ' 빵빵(자동차) 간다'
' 구구(비둘기) 날라 갔다'
' 다 됐다.끝 '
' 냠냠 맜있다' '안아봐 ' 등등
' 하나,둘,,,,,팔' 이러며 숫자를 세기도 하구요.
21개월에 이 정도면 꽤하는 것 맞지요 ?
(나, 고슴도치 엄마!)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저랑 같이 있는 많은 시간을 영어로 말해온 저로서는 제가 그다지 많이 해주지도 않은 한국말들을 하는 아이를 보면 신기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가 저런 말들을 어디서 배웠지.나는 한국어로 숫자를 말해준 적도 거의 없는데.
저희 집은 아이의 언어교육에 있어 어느정도 역활분담이 되어있습니다.
일단 엄마가 영어를 많이 도맡고 있고, 아이를 봐주시는 할머니와 아빠가 한국어를 맡고 있죠.
직장나가는 엄마와 아빠가 아이랑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평일엔 길어야 퇴근하고 2-3시간 그리고 주말.
평일의 많은 시간은 탁아모 할머니와 보내죠.
이 탁아모 할머니가 아이의 육아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세요..
완전 남이지만 어찌 어찌 인연이 되어 브라이언이 백일 되던때부터 쭉 봐주고 계십니다.
이 할머니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시고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며 많은 말들을 해주시고 책 읽어주고 노래를 들려주고 그래요.
또 저희 집은 대단지 아파트라 어디서나 아이들로 북적되는데, 하루에 몇번씩 놀이터로,여기 저기로 데리고 다니며 친구들 형,누나들이랑 같이 놀도록 해주시구요.
그러다 엄마,아빠가 퇴근하면 자기전까지 같이 열심히 놀구요.
하루에 아이가 만나는 사람도 다양하고 외부 소리에도 많이 노출이 되어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아이가 한국어 문장으로 새로운 말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해주던 영어 대화에 문제가 생겼어요.
엄마 : " Brian,where is daddy ? "
아이 : " 아빠 갔따 "
엄마 : " 아빠 갔어 ? "
(또박 또박 내 맽는 말이 귀여워 얼떨결에 영어로 한다는 것이 한국어로)
엄마 : " Where does he go ?"
(다시 정신을 차리며 영어로 말하면)
아이 : " 절로,절로 "
(손가락으로 아빠가 사라진 곳을 가르키며)
엄마 : " 뭐...절로 절로 ?? 아빠 저리로 갔다구 ? "
매사 이런 식입니다.
아이와 대화라는 것을 하는 재미에 푹 빠지긴 했는데 아이의 한국어가 무쩍 늘다보니 영어를 하는 것이 영 재미가 없어졌어요.
지난 두달동안은 영어책 읽어 주는 것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일상에서 대화를 영어로 하는 것이 갈수록 뜸해지고 한국어로 채워지기 시작했죠.
근데 영어에 발전은 없었냐 ? 그것은 또 아닙니다.
한국어보다 훨씬 더디긴해도 말하고 인지하는 단어가 좀 늘었고 무엇보다 모방을 많이 하는 거죠.
자기가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내 맽는 말(단어)은 그리 늘지 않았지만 제가 영어로 말을 하면 듣고 따라하는 새로운 말은 확실히 많이 생겼습니다.
엄마 : Shall we have some food ?
아이 : 푸드 푸드
(이러며 냉장고로 먼저 쫒아가구요)
엄마 : Mom will read a book. Go get the book which you want to listen.
아이 : 북 !.......스쿨 버찌.
(Book,book을 외치며 브라이언이 가장 좋아하는 School bus책을 집어 들고 옵니다.)
하루 하루 새로운 단어,새로운 문장을 말하는 아이를 보며 한국어도,영어도 열심히 해주기로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한국어 환경엔 그래도 충분히 노출이 되어 있는 상태니 다시 영어로 말하는 엄마로 돌아가기로 했죠.
새로운 상황과 어휘들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것 이전에 일상에서 어느정도 익숙하던 말들 한마디 할 것을 두마디하고 책 한권 더 읽어주기로 했습니다.
저요...하루 책 두세권....일상적인 말 몇마디가 다였는데 그것도 꾀가 생겨 점점 뜸해지더군요. 쩝 ...
오늘 푹자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볼랍니다.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