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내 동생..2004/03/17 2004-03-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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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갈수록 거의 모든 일에 있어서

두리뭉실해진다



접하는 생각이 그렇고

집안일에 그렇고

처리해야 할 일에 또 그렇다..



더구나 아이를 돌본다는 엄마가 매해 세우게 되는 계획이..

아니 며칠단위 혹은 하루 단위의 계획들이

체계적이지도 섬세하지도 못하고

그간의 화려한 실패전력에 지쳐

늘 입으로 종알거리는 것이..

<최소한>이고 <꾸준히>라는 거다..



그나마 이 두가지 모토도 실상은 지키기가 수월치 않은

나날이 반복되는 참 힘든 삼월이다



그 와중에 지난 2월부터 계획하고 힘겹게 지켜가는 것이

바로 도서관 나들이이다



화요일 오전과 목요일 오후에 시간을 정해 간다

시간이 되면 어린이실에서 책을 읽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관외대출실로 가서

집에서 읽을 책을 고른다



요즘 와서 느끼는 건데...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예전부터 인덕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도 내가 가진 얼마 안되는 장점들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사는 것은 바로 그 인덕의 결과임을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한가지 추가되는 운은..
.
작정하고 고르지도 않는데

내 손에 잡히는 책이 하나같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건 책을 많이 접하는 것과는 또다른 희열이다..



지난 화요일에 문뜩 내 손에 잡힌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



이 동시는 몇년 전에 서점에서 산

<엄마와 런닝구>라는 책에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때 읽고 특별히 기억하지 않았다

이 동시를 한권의 책으로 만났던 화요일...

나는 가슴이 시리면서도 따뜻했다...


엄마와 런닝구에서는 수많은 동시들에 숨어 있던 이 동시가

적절한 그림과 편집의 기술이 만나 내게 다시 왔을 때

비로소 나는 <내 동생>을 제대로 만난 것이다..



남편이 너무 상술적이라고 지나가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어떻게 책을 통해서 지식만을..

글자의 수만을..

내용의 양만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글자가 없어도 좋은 그림책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말이다

글자가 적어서 오히려 더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는 많은 글자와 지식이 가져다 줄 수 없는

멋진 신세계인 것이다....



남편은 결국 백기를 들었지만

그건 내 의견에 100% 동의했다기보다

더 해보았자 귀가 괴로울 뿐이라고 생각한...

재미없는 항복이었을 뿐이다..ㅠㅠ



마지막으로...

이 동시의 두 주인공 오빠와 누이동생은..

사랑이 많은 오빠는

열심히 직장엘 다니고

구구단을 못외워 오빠를 괴롭게? 한 누이동생은

이제 대학생 2학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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