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아..고맙다...2004/03/21 2004-03-21 18:01
1568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44/124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금요일..독서지도사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시계는 오전 6시30분에 맞추어 놓았지만 6시부터 눈이 떠져서는

그저 누워서 시간만 확인하다 일어나지는 않고...

들뜬 기분에 무스탕을 입었다가 다시 가죽점퍼로 갈아입었다

'내복도 입었는데 괜찮겠지...'

그런데 괜찮지 않은 날씨였다^^;;

유독 추위를 타긴 했지만 쌀쌀한 아침기온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깊숙이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는 것밖에 없었다

 

강의내내 콧물이 줄줄 흘렀다

강의는 너무 좋았지만 내 몸은 너무 안좋은 쪽으로 기울었다

나중에는 눈에서까지 불이 났다..

집까지 돌아오는 길이 고역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참을 수 있었다

어제 오신 어머님이 서둘러 가시고 아이들과 나만 남게 되자 갑자기 힘이 쫙 풀렸다...

들뜬 기분에 다소 가벼운 옷차림과 무거운 책보따리..그리고 다섯시간에 걸친 강의..

이 모든 게 힘을 모아 나를 쓰러뜨렸던 거다....

 

저녁 7시..아직 잠잘 시간이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누웠다

매일 밤마다 있는 책읽기 시간을 아이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은창아..엄마 오늘 너무 아프다 그래서 부탁인데 오늘은 은창이가 엄마를 위해 좀 읽어주면 안될까?"

은창이는 알겠다고 했고 어린이그림성경과 런투리드 몇권...은송이를 위해 곰곰이시리즈를 갖고 왔다

은송이는 오빠가 읽어준다는 게 영 마땅치 않은 눈빛이나 내가 협조를 구하니 할 수 없이 알았다 한다...

그 작은 무릎에 내 머리를 눕혔다 은창이는 익숙치 못한 발음과 작은 소리로 떠듬떠듬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나 귓전으로 들리는 은창이의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롭고 아득했다...

은창이의 작은 손이 내 머리를 지나 어깨에 이르렀을 때

그리고 그 손으로 토닥토닥 해주었을 때 나는 눈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읽은 곰곰이시리즈...

 "은송아..재미있어? 자 오늘은 그만 읽자..." (평소 엄마와 똑같은 멘트...^^)

그러면서 이 닦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둘이 투닥투닥 다투다가 은송이가 운다

"야..이은송..조용히 해..엄마 아픈단 말이야..."

은송이는 옷이 다 젖어서 방으로 들어왔다

은창이가 옷을 꺼내 갈아입힌다

이제 7살이 은창이가 제 동생의 옷을 벗기고 새옷으로 갈아입힌다

그리고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기도를 한다

"하나님..오늘 하루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엄마 병이 났는데 안아프게 해주시고 아빠도 지금 밖에서 일하는데 건강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자리에 누웠다 나는 이불 속으로 더듬더듬 은창이의 손을 찾았다

"엄마...아프지마...."

 

다음날이 되었지만 나의 감기몸살은 극에 다달았고 은창이는 영어동화방에 가야했다

친정아버지께 도움을 구해 은창이는 처음으로 혼자 수업엘 갔다

아침에도 내내 끙끙 거리는 엄마가 안되었는지 떼쟁이 은송이의 잔심부름을 다해준다

문뜩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거(은창이) 없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주일 아침..잠시 기운이 나서 컴에 남긴다

은창아...고맙다....

 

***********************

간만에 심하게 앓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의 뼈마디가 아파서 열두시간도 넘는 수면에도 개운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아프고 견디기 힘들었다..

토요일은 절정에 달았는데 은창이는 영어동화방 수업에 간단다

친정아빠와 남편의 007작전으로 은창이는 겨우 수업엘 갔고 나는 은송이와 뒹굴거리며 앓는 일에 열중했다..

두 아이..한창 엄마 손길이 필요한 7살,4살의 아이를 둔 엄마는 마음 편히? 앓는 일조차 사치라는 느낌이다

이제 정신 좀 차리고 보니 여기저기 널린 빨래거리에 수북히 쌓인 설거지..

켜켜이 내려앉은 먼지에 뒹굴어 다니는 바짝 마른 걸레와 장난감들,책들..

뜨거운 물에 걸레를 힘주어 빠는데 손에 힘은 없지만 이상스레 가슴은 콩딱거렸다

다시 일상이다...

놀이터에 잠깐 나갔다 왔다..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 속에서 기운을 얻는다....

누런 코를 질질 흘리면서도 기운차게 씽씽카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술래잡기를 하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