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은창이는 마법을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답니다^^..2004/04/04 2004-04-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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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은창이는 친구 지호와 집 앞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친구랑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씩씩하고 건강한 7살을 살고 있는 우리 은창이^^

얼마전에 일이다
아이와 대화하는 내용이 다양하고 발전적이어야 하는데
맨날 반복적인 것이 될 때가 많다
그래도 반복적이고 지겨우나마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 싶어
수다스런 엄마로 살고는 있다^^;;

"은창아..은창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이런 너무 평범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 때를 떠올려본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아마도 아이가 세살 말 쯤이 아니었나 싶다..
은송이가 아직 없었으니까..
은창이가 가장 먼저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바로 운전사, 그것도 택시 운전사다
두 분의 할아버지가 우연찮게도 모두 택시 운전을 하신다^^
그렇게 남들보다 좀더 가깝게 접하게 된 택시운전이라는 것이
은창이로서는 굉장히 신기하고 멋져 보였나 보다..
시댁에 가면 은창이 손을 잡고 시아버님은 산책을 나가시곤 하셨다
그리고 그 산책의 맨 뒷 장면은 항상 택시 안에서 은창이로 하여금
이것 저것 만져보게 하는 거였다
은창이는 할아버지와의 그 시간을 굉장히 즐겼던 것 같다
그 즈음 외출을 위해 무거운 몸을 하고 택시에 타면 으례히 은창이는
한쪽으로 딱 붙어 앉고는 창밖을 유심히 아니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바라보곤 했다
한번은 운전사 아저씨가,
"분명히 타실 때 아이와 타신 것 같았는데..."
체구가 작은 은창이가 타자마자 한쪽으로 붙어 깊숙히 앉아
아무 말도 없이 밖만 보고 있으니
아마도 아저씨는 자기가 잘못 보았나 생각하셨던 거다^^

그렇게 택시 운전사가 되고 싶었던 은창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니 세상에 좋은 다른 직업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트럭운전사와 비행기 조종사,
경찰관과 축구 선수...
그리고 가장 강력한 직업인...아빠..까지 왔다
사실 <아빠>는 무엇이 되건 간에 제일 되고 싶은 것으로
지금까지 따라? 다닌다
언제부터인가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아빠>라고 말하는데
아빠라도 직업은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두번째로 대답하는 것들이 운전사요 조종사며 경찰관, 축구선수였다..

그러다가 며칠전의 사건이 있었다
그 날도 그냥 심심해서 제가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아 글쎄.....
"대.통.령~~!!"
이라고 말하지 뭔가...

나는 좀 놀랬다..
그 놀램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일단 그저 부끄럼쟁이라고만 생각하는 녀석의 입을 통해 나온
대통령이라는 그 거대한 말에 의아스러운 마음,
요즘과 같이 하수상한 세상에 대통령이 무어 좋냐 싶은 회의적인 생각,
대개의 남자아이들이 이런저런 직업을 거쳐 드디어 최고점이라 할 수 있는
장군,과학자,대통령을 생각하는 수준에 이른 굵어진 녀석의 머릿속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

여하튼 그것은 분명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대통령을 꿈꿔서가 아니라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같은 기분이었다..

"대통령? 너 대통령이 뭐하는 사람인줄 알아?"
(뭐 하는 사람인지 속속들이 알면...흠흠..)
"제일 대장이지..."
(역시나 그런 이유였다^^)
"제일 대장? 그래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근데 왜 제일 대장이 되고 싶어?"
"그럼 못하는 거 없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
"뭐가 그렇게 다 하고 싶은데?"
"어려운 사람도 도와주고 싶고...
나쁜 사람도 혼내줄 수 있고..."
(이거 내 아들 맞나? 맞겠지?...대견해라...."
"은창아...그런 일은 꼭 대통령이 아니어도 할 수 있어
마음만 있고 용기만 있으면 말이지....."

대충 그날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남편이 있을 때 문뜩 전날 일이 생각나서 약간 기분이 업된 상태로 은창이를 불렀다
"은창아..너 어제 커서 뭐가 되고 싶다고 했지? 아빠한테 말해줘.."
난 정말 은창이가 대통령을 입에 담았다는 사실이 너무 굉장하게 여겨졌다
은창이가 무척이나 의젓해진 것처럼 느껴졌고 씩씩하고 힘있게 생각되어 괜히 나까지 기운이 넘쳤다

"뭐였더라....?"
엥? 뭐라고? 그렇게 심각했던 우리의 대화를 잊었단 말인가...
"어제 네가 엄마한테 말한거....대...."
"대...? 대...뭐였지..."
아이고 정말 속이 다 탄다...
"몰라..근데 참 나 마법사가 되고 싶어.."
엥? 난데없이 마법사는 어디서 튀어나왔을꼬....
"대통령되고 싶다고 했잖아..어제는~~!!"
"대통령보다 마법사가 더 되고 싶어...그러면 안돼?"
"아니 안되는 게 아니라 어제는 분명..대통령이었는데.."
"엄마...그럼 마법사하면서 대통령하면 안될까?"
그 말에 문뜩 생각난 미국 레이건 대통령...
전직이 영화배우에 트럭운전사가 아니었던가..ㅎㅎ
"그래...마흔살까지는 마법사하다가 나중에 대통령되면 되지..뭐..."
이런 우리들의 대화에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왜 내가 그토록 대통령에게 목을 매었을까...
그것이 현실성이 없음을 너무도 잘 아는 일이기에 더욱 우습기만 하다..
평소 단한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는데
왜 나는 마법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기운이 빠졌을까....
은창이가 평범하네 하면서도 평범 이상을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었을까...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비범의 색깔을 띠었을 때 나는 정말 담담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
나는 은창이가 평범하다고 늘상 생각해왔다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약간 우울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그것의 현실성과 관계없이
은창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에 감동했는지 모른다..
아니면 내가 너무 은창이를 바보스럽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말도 감히 못할 쑥맥으로 말이다
그러나..결국 나는 내내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은 은창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마법사를 말하는 은창이가 훨씬 내아들같다^^

아이는 그저 단순히 한 말들에 엄마인 나는 여러 생각을 했다^^

내일 다시 은창이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뭐라 할까.....

지금 막 은창이가 엉엉 울면서 들어온다..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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