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송이가 쑥쑥 큰다...2004/04/13,화 2004-04-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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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10여분의 은창이 유치원 배웅하는 그림에 은송이는 없었다
가득이나 바쁜 아침, 은송이까지 챙겨나가는 것이 힘들어
좋아하는 비디오 틀어주고 나갔다 오곤 했다
처음에는 그 짧은 시간에도 새가슴이 되어 문도 꼭꼭 잠그고
돌아오는 길이 백미터달리기코스가 되곤 했는데
그것에도 꾀가 나서 이제는 문도 안잠그기도 하고 그저 잰걸음정도가 되었으니
남편이 알면 한소리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가 날이 따뜻해지는 결정적 계기로
며칠전부터 내복바람에 가디건 하나를 걸치고 아침 동네에 나선다
집 앞 골목을 지나 오른쪽으로 30미터, 다시 왼쪽으로 40미터정도를 가는 짧은 거리지만
그 길에 일어나는 일들이 오늘 새삼 즐겁고 정겹게 느껴졌다

오늘 아침 은송이는 아랫도리는 비록 내복바지를 입었지만
위에는 빨간 가디건에 머리띠까지 했고
신발도 빨간 리본 구두를 신었다
현관문을 나서면서 은창이에게 늦는다고 재촉하는 것이 평소의 내 모습이다
"오빠..얼른 와..늦어..."
집 앞 골목길을 지난다
동네 강아지가 싸놓은 똥을 본다
"에구..지지해...엄마..똥이야..퍼피가 똥 쌌어..어구..지지해.."
그러면서 멀직이 떨어져서 살금살금 걸어간다
마치 그 똥이 살아서 달려들기라도 하는것처럼...
아침 출근길..골목골목에서 출근하는 차량이 줄지어 나오고
차가 지날 때마다 은송이는 또 멀리로 냅다 뛰어가 몸을 숨긴다
"엄마..나 잘했지? 위험해..위험해.."
30미터 골목 끝에는 목련나무집이다
그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아이보리 목련이 다 지고
어느새 파릇한 싹이 돋은 모습에 <오월>이라는 수필이 절로 생각난다
꽃이 져서 목련나무 아래가 지저분하지만 그것조차 꽃이 준 상처라 생각되어
그 느낌이 아련하고 소중하기만 하다..
그렇건만...우리 은송이 왈..
"엄마..여기도 지지해..똥인가봐..에에에..지지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냥 좋은 은송이는
<제일좋은부동산> 계단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장난이다
아무도 묻지 않건만 두 개 위에서 뛰면 위험하다고 고개를 저으며
아래에 내려와서 뛴다
"엄마..잘봐..나 좀 봐..하나둘..해..뛴다..잘 뛴다.."
뛰어내리는 건 1초인데 준비동작은 2분이 넘는다...
그 모아진 두 발이 앙증맞다.

드디어 은창이가 유치원버스에 타고 은송이는 고대하던 빠이빠이를 하는데
그 감동에 겨운 모습에 섭섭하게도 은창이는 제 친구랑 이야기를 하느랴 본척만척한다
"오빠..잘가...이따가 만나..오빠..잘가..조심해..."

유치원 버스는 가고 이제 우리 둘이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은송이는 비둘기와 강아지를 보면 좋아서 깡충깡충 뛴다
아침에도 역시 비둘기 두 마리를 보았다
좋다고 다가서는 은송이를 외면하고 포르르 날아가는 야속한 비둘기...
"나..괴물 아니야..은송이야..왜 도망가니...
이리 와서 나랑 놀자...."
그런면서 쫓아가는 은송이의 뒷모습이 어찌나 재미있고 예쁜지...

아이의 말은 살아있는 시다
아이의 웃음은 살아있는 비타민이다
아이의 하늘거리는 날개짓은 비둘기의 그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사월... 마냥 아기같은 우리 은송이가 그래도 쑥쑥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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