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엄마와 미스터 테커리...2004/04/20,화 2004-04-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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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은창이가 좋아하는 성모라는 친구네 집에를 놀러갔다
성모는 은창이가 네살 때 영어모임을 통해 만난 친구다
영어모임을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집이다
성모는 은창이랑 잘 놀지만 은창이랑은 많이 다르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고집도 세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조금은 수다스럽다^^;;
성모가 뭔가 불만족스러워 그의 엄마에게 뭐라뭐라 하소연과 협박?과 투정을 보면서
나뿐이 아니라 은창이까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와..저래도 되나...'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렇다....
은창이는 많이 눌리고 많이 제지당하며 지냈다...
전에도 한번 말한 적이 있지만 아빠는 좀 과한 잔소리꾼이고
엄마는 많이 과하게 야단을 치는 무서운 호랑이였다(과거형에 주목해 주시라^^)
결국 은창의 부모는 지나친 엄격주의자에 보수주의적 육아관을 가진
시행착오가 필연적인 사람들있던 것이다...
늘 은창이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걱정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다 다툼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노력한답시고 책도 보고 다시 대화를 시도하고...
그렇게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요즘은..서로의 입장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안내와 지도에 있어 핵심만 짧게 말하려고 애쓰고
엄마는 실수에 대해 관대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은창이는 많이 변했다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이제 혼이 날때 그저 울지만은 않는다
울먹이면서 혹은 억울한 빛이 역력한 채로 그 이유에 대해 묻는다
걱정하는 아빠를 뒤로 하고 그네를 타고 하늘로 높이 날아오른다
물을 엎지르고 엄마가 뭐라 하기 전에 걸레 갖다 쓰윽 닦는다
"엄마..괜찮지..이건 실수야.."

다시 성모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의 육아관에 영향을 끼친 것이 수없이 많겠지만
성모네처럼 실제적인 모델이 아무래도 좀더 현실적이고 강력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행히 내 주위에는 보고 배우기에 좋은 모델이 많았다
감사한 일이다

성모는 앞에서 말했듯이 내 입장에서 보면 좀 별났다
오늘 이야기 도중 느낀건데...그의 엄마는 그렇게까지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순응적인 아이를 대하다 보면 그저 평범한 고집쟁이도
특별나게 보이기 마련임을 성모엄마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성모와 성모엄마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주위를 보면 성모같은 아이는 참 많음을 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 욕구를 말하는 과정에서
떼를 쓰고 울부짖고 뒹구는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임을 알았을 때
나는 솔직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은창이는 그렇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내가 아니 우리 부부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좀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은 다름아닌 성모엄마였다
성모엄마는 나보다 나이가 어려 나를 언니라 부른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맞지 않게 또래 친구 어느 때는 언니같다는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성모엄마는 여러가지로 나와 달랐고 또 다른 엄마와도 달랐다
쭉 둘러보면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교육열도 있고 열심이 있어 보인다
더구나 음식에 있어서는 조금은 각별한 신경도 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성모엄마에게는 내가 아직까지도 갖지 못하고 앞으로도 상당히 노력해야만
간신히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를 바라보는 느긋함과 충분히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이다
물론 본인은 늘 아니라고 하면서 남이 안 볼때 자신의 모습도 혀를 내두를 것이라 말하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몇년의 세월과 그런 속사정을 충분히 감안하고 보더라도 성모엄마는 다르다

오늘도 성모는 동생 준모로 인해 무언가 굉장히 속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땀이 뻘뻘나도록 무언가를 설명하고 요구를 하고 화를 내고 때로는 몸으로 분함을 발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모엄마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건 무조건 눈을 부라리는 나와는 다른 것이고
자기 아이의 개성존중에 쩔쩔매는 철없는 엄마하고도 달랐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성모가 진정하기를,
하여 평화의 순간이 오기를 그저 기다려주었다
(때때로 뭐라고 대꾸도 하면서 그런 성모가 옳지 않다고 말하는 모습도
대단히 담담한 태도였다)


다소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성모는 스스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화가 지나갔다는 말로 우리에게 평화의 시간을 안겨주었다^^
(아직도 그런 일련의 과정이 신기하고 놀랍게 느껴지는 걸 보면
아직도 나는 멀었나보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그저 시끄럽다는 이유로 함부로 아이들 다툼에 간섭하고 끼어들고
꾸물거린다는 이유로 이빨 닦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소리를 높이고
유치원버스 놓친다고 그 많은 아침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살았다
그저 약간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서다
(정말 생각보다 아주 짧은 시간이다...)
기다리는 엄마를 둔 성모는 분명 행복한 아이인 것이다

성모엄마와의 대화는 늘 즐겁다
내 푼수같은 이야기에 박장대소해 주는 마음이 너그러운 친구다
은창이,은송이를 따뜻한 눈길로 보아주는 좋은 아줌마다
소박한 모습에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늘 우리의 긴 대화의 결론은 이거였다
우리의 가정이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안식처의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것..
실패하여 두려울 때 터벅거리고 돌아온 집에서
이유와 논리,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그저 쉴 수 있었으면 한다
세련되고 적절한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말없이 웃어주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안아주거나
그도 아니면 그저 뒤로 손모아 기도하는 것....

좋은 엄마 컴플렉스가 있는 나로서도 현재의 모습과는 별개로^^;
결국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는 모습은.. 그런 것이다...

밤에 아이들과 함께 <To sir With love2>를 보았다
시드니 포이티어의 모습이 너무나 그리웠나 보다
비디오 가게 구석텅이에서 먼지를 쓰고 있던 그것을 끄집어 내면서 그렇게 흐뭇했던 걸 보면...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동스러운지...

오늘...성모엄마와 미스터 테커리의 모습에 비록 한밤이긴 하지만
내 우울했던 날이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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