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스런 아들 은창이의 7살 여름이야기..2004/07/23,금 2004-07-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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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모습을 뒤늦게야 확인을 하면 그 곁으로 쑥쑥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어미가 아파 며칠을 끙끙대면 그런대로 지들끼리 올망졸망하니 밥도 챙겨먹기도 하고 선생님 놀이니 엄마 놀이니 하며 파닥거리지만 곧잘 노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은 은창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첫번째 이야기..

오늘 수업 중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아이들 키우면서 철들고 학생들 가르치면서 또 철든다고...그 말씀을 너무 재미있게 하신지라 모두들 박장대소하면서 웃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는 참 많이 부끄러운 말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철이 들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맴맴 돌거나 그도 아니면 더 망치고 있는 순간도 있다고 여기지니 말입니다...

저는 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의외로? 엄한 엄마입니다. 자랑 삼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하여 그리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둘째에게는 한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이런 저의 모습의 가장 큰 희생자는 큰아이인 은창이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자신도 그다지 바르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꽤나 바른 것을 요구했다는 것을 최근에 또 한번 확인하고 그것이 반드시 좋은 훈육이라 할 수 없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은창이도 디지몬이니 유희왕이니 하는 카드를 좋아합니다. 어느 날 문뜩 보니 녀석은 무슨 손가방 비슷한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다니더군요. 유치원에서 주웠다는 그 상자에는 수십장의 카드가 가지런히 담겨있었습니다. 최근 2년 정도 사이 제가 사준 거라고는 8장에 천원하는 카드 3세트 정도였기에 그 많은 카드가 어디서 났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렇더니 하는 말이..

"유치원에서 많이 가져온 친구가 이 카드 누구 줄까 하고 물어서 손 들면 줘.."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많이 모을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은창이가 말한대로 그 과정을 거쳤지만 나중에는 이 녀석이 거의 애걸복걸 수준으로까지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카드들을 그 반투명 상자에 넣고는 즐거워했던 것입니다..ㅠㅠ

그저 카드는 무용한 것이고 더구나 이상한 괴물들이 그려진 카드는 해롭다는 단순한 어른의 논리가 낳은 결과였지요. 아이가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몰아붙이고 결론짓는 행위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어린시절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 쓸데없는 종이인형 사겠다고 아빠의 잔돈바구니(아빠는 사진관을 하셨더랬습니다)의 돈을 슬쩍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말입니다...아이의 그 순수한 욕구에 좀더 자세를 낮추고 귀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 일이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몇달전부터 은창이 친구 모모군의 이상한 행동이 목격되었습니다. 모모군은 쌍꺼풀이 멋진 귀엽고 잘생긴 친구입니다. 아빠가 영어선생님에 엄마는 수학선생님인 모모군은 학습면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멋진 녀석이지요^^ 여자 아이들이 사랑의 눈길을 스스럼없이 준다는 이야기를 작년부터 듣고 참 빠른 아이들 감성발달에 놀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모군이 은창이를 대하는 행동이 이상해졌던 것입니다.

셔틀버스가 도착하면 옆 친구랑 잘 놀던 모모군은 은창이를 발견하면 몸을 창쪽으로 획 돌리더란 말이죠..그것도 처음에는 혼자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는 옆친구와 함께 그럽니다. 괜히 제가 민감하게 보는 거라 여기면서도 왠지 찜찜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모모군 곁에 앉는 은창이를 본척만척 하는 겁니다. 싫다고 밀어내지도 않지만 아는 척도 안하는 것이 영 이상했지요..그래도 은창이에게는 원래 둘이 앉는 자리에 그렇게 억지로 끼어 앉지 말고 뒤에 가서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은창이는 늘 뒤로 가서 앉는데 모모군의 이상한 행동은 계속 되었습니다. 그래서 은창이에게 가끔 누구랑 노냐, 누가 좋으냐 하면 늘 그 모모군이 끼므로 은창이는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뭐라 하기도 그런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제 귀와 눈으로 확인하기에 이르렀으니...

"야..이은창 탄다..고개 돌려...~~!!"

순간 숨이 탁 먹히고 기가 차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배웅을 하고 집에 와서 숨을 돌리고 모모군의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른 집보다는 전화왕래가 좀 있었던 집이라 말꺼내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이렇습니다...지난해까지 여자친구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인기를 누렸던 모모군..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확인시켜주지 않자 여자친구들은 서서히 마음에 상처를 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중에 한 친구 모모양..평소에 똑부러지고 야무진 모모양은 그런 마음의 상처를 모모군을 향한 공격으로 달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툭 하면 때리고 꼬집고 놀리고...그래서 화난 모모군이 때릴려고 할때 어줍잖은 흑기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은창이였던 것입니다. 평소 여동생에 대한 엄마의 극진한 방어(여자는 절대 때리면 안돼~~!!)에 익숙했던 녀석은 모모군에게 이렇게 말했던 거죠..

"야..여자는 때리면 안돼~~!!"

난데없이 등장한 이 흑기사에 반한 모모양은 날이 갈수록 모모군을 향한 횡포가 더해지고 그럴 때마다 올리브(맞나요?)가 뽀빠이를 부르듯이 은창이를 불렀고 모모양의 구원 요청에 기꺼이 제 몸 하나 던지기를 불사했던 은창이였던 것입니다. 모모양은 한껏 은창이를 치켜세우고(너는 왕자니 멋지니 하며..)그것에 의기양양했던 은창이의 그 작은 어깨에 힘이 들어갈수록 모모군은 은창이가 얄밉고 보기 싫었겠지요. 모모군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모모군은 유치원 가기 싫다고 울기도 하고 떼도 쓰더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과 상담을 하려고 했다는 모모군의 어머니와의 통화로 저는 몸둘 바를 모르는 시간이 되었더랬습니다....ㅠㅠㅠㅠ
은창이는 이런저런 내막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목석과 같은 녀석입니다..

세번째 이야기..

문제의 모모양 재등장입니다. 얼마전에 모모양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은창이에게 무얼 좀 묻겠다고 해서 전화를 바꾸어 주었습니다..무슨 내용인지 궁금한데 녀석의 입에서는 기껏해야 <아니요>와<네>만 나왔습니다. 다시 전화를 받아들었는데 은창이가 모모양에게 돈 삼천원을 주었다면서 다음날 돌려보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 수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손님이 와계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을 하고 보니 은창이는 모모양에게 돈을 준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왜 나중에 <네>라고 말했냐고 물었더니..

"아줌마가 자꾸만 잘 생각해 보라고 해서 그냥 그런 것 같다고 했어..근데 아니야.."

돈 삼천원이 문제가 아니라 엄한 엄마를 표방하는 제게 <거짓말>은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우리 은창이는 돈을 준 일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정색을 하시면서 모모양의 말을 그대로 옮기며 은창이가 복도로 불러내 손에 돈을 들려주더랍니다. 모모양이 왜 주냐고 물었더니 그냥..이라고 했더랍니다..문제가 점점 심각해져 갔습니다. 그 날은 월요일 아침이었고 월요일 아침의 특성상 가방을 제가 처음부터 생겼습니다. 주머니 없는 바지를 입었고 손이고 어디고 돈을 들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사진값을 보내야 했는데 깜빡 잊고 그마저도 보내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몇번의 전화가 오고가는 동안 마음이 점점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아니면 아니라고 끝까지 말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나고 만약 그렇다면 거짓말(주었는데 주지 않았다고 하는)을 하는 것에 화가 나고..둘 중에 하나는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결국 저는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세 대를 맞고 제가 다시 물었을 때...

"엄마...저는 절대 안주었어요.."

그 말과 동시에 울린 전화벨...유치원 선생님이었습니다...

결론은 은창이 말이 맞았습니다 ㅠㅠㅠㅠ 정말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키우면서 때린 일이 이번뿐이었겠습니까....때리고 후회하면서 운 일이 왜 없겠습니까..다만 아이의 말을 순간이나마 절대적으로 믿어주지 못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설사 아이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드라마의 현모처럼 <나는 우리 아이를 믿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그런 엄마를 통해 자기 잘못을 더 깊이 반성할 수 있었을텐데 이건 잘못도 안하고 맞은 꼴이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은 엄마는 저와 먼 이야기인가 봅니다..ㅠㅠ

아이는 이런저런 일 가운데서 속없이 웃기만 잘합니다..그것이 다행이고 너무 좋습니다..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은 아이가 참 편하고 좋습니다. 할머니 오셨다고 타던 자전거마저 내팽겨치고 가는 바람에 엄마로하여금 낑낑 끌고 오게 하는 녀석이 좋습니다. 런닝에 사각팬티차림을 해갖고 빵집까지 냅다 뛰어갔다 오는 녀석이 좋습니다. 책 좀 읽으라고 하면 졸립다고 하다가 엄마가 읽어줄까 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녀석이 좋습니다. 가끔씩 건넌방에서 제 동생을 얼르고 달래는 도란도란한 녀석의 목소리가 좋습니다. 성경말씀 쓰다가 멍해서 뭐하니 하고 물으면 어..아빠 생각..하며 웃는 녀석이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렇게 부족하고 엉성하고 그러면서 괜히 무섭기만 한 엄마가 좋다고 저 멀리서부터 달려드는 녀석이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정말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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