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도서관에 가는 이유..2004/10/01, 금 2004-10-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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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서관을 이용한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작년 봄쯤 텔레비전을 안보게 되면서 궁여지책격으로다 다니기 시작한 도서관이었다. 물론 전에도 간혹 다녔지만 그것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지는 못한 것이 둘째가 많이 어렸고 거리상의 문제도 핑계거리였다. 그러나 맛들린 도서관나들이는 날이 갈수록 즐거움이 더해갔고 이제 우리집의 생활의 한부분으로 깊숙히 자리잡았다. 그래서 일부러 도서관 근처로 이사까지 오게된 것이다.
도서관이 좋은 이유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수긍하는 바이지만 내가 직접 겪은 도서관이 좋은 이유가 있다.
1.우리집보다 책이 많다
요즘에야 도서관 수준에 이르는 도서를 보유한 집이 심심치 않게 많지만 여하튼 현재의 우리집보다 많은 책이 있다. 더구나 이미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만날 때의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문제는 이용할수록 욕심이 생겨 자꾸 신청도서가 많아진다는 것일뿐.

2.비용은 최소, 만족은 최대
7600원 하는 어린이 그림책 한 권을 볼 때의 비용을 따져 보자. 인터넷으로 주문할 경우 통상 25%의 할인율을 적용할 때 해당책 값이 5700원이다. 물론 여기에는 컴퓨터 사용시간과 전기세, 내 손에 주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비용이 제외되어 있다. 이것을 교통비 들여 서점에 나가 정가로 구입하게 된다면 그 비용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걸어서 갈 수 있는 우리 도서관을 이용하면 책을 찾아 대출하여 먼지를 떠는 약간의 수고를 하면 14일간의 시간동안 그 책과 여행을 할 수 있다. 바로 재대출만 아니면 언제든지 또 볼 수도 있다. 꽂아 둘 책장을 안사도 되니 그것도 비용절감이다. 참, 200원의 자판기 커피값는 든다.
만족지수를 보자..책은 읽어서 즐거움을 얻었을 때 그 만족이 최고점에 이른다. 그 말은 단순한 소유와는 다르다. 물론 읽어서 즐거운 책을 가졌을 때의 만족감은 더욱 크겠지만 우리는 소유의 즐거움에 읽는 즐거움이 묻혀버리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발견한다. 그래서 비록 낡은 책이나 비로소 읽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을 능가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읽고 싶은 책을 당장 읽지 못하고 한차례 기다려 읽게 되었을 때의 그 간절함과 애틋함은 경험한 이들만이 알리라...(그것으로 인해 더욱 읽기에 매달리게 되는 심사란 무엇인지...)
※ 책을 무조건 구입하지 말라는 말이 아님을 아시리라 믿는다^^ 오히려 도서관 이용을 통해 무차별적이고 무작정인 도서구입에 규모가 생기고 양서구입에 좋은 길잡이를 된다는 것은 이미 아는 바이기에 그 이야기는 생략했을 뿐이다.

3.어린이를 위한 산교육이 있다
우리집의 경우 실질적인 대출은 이주일에 한 번꼴로 하지만 도서관은 자주 간다. 지난 몇 개월동안 익힌 도서관 이용수칙은 어느새 아이들 몸과 마음에 깃들어 이제 굳이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 내에서 조용히 해야한다는 것, 읽은 책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 사서님께 어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 전자정보관을 이용하는 것, 어린이실에서의 알맞은 책읽는 소리와 공중화장실 사용요령과 대출한 도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파손된 책을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분실한 책을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반납과 대출의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이용하다가 불편한 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많은 교육이 작은 도서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실제로 올해 7살인 아들은 오늘 처음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혼자 가서 책 한 권을 반납하고 제가 원하는 책을 한 권 대출해 오는 일을 아주 근사하게 해냈다. 좀 힘이 들어가게 등을 두드려주는 일로 엄마의 뿌듯한 마음을 전했지만 마음같아서는 얼싸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4.알고보면 더 즐겁고 편리하다.
* 도서관상호대차서비스-경기도내 도서관은 상호대차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에는 없지만 도내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신청하면 우리 도서관으로 오고 그것을 대출할 수 있는 제도이다
* 도서예약제-빌려 읽고 싶은 책이 이미 대출되어 볼 수 없을 때 미리 예약을 하면 해당도서가 반납되었을 때 우선적으로 빌려주는 제도이다
* 전자정보관-일정시간내의 컴퓨터의 자유로운 사용과 책과 함께 있는 각종 시디, 각종 DVD 자료 대출 등을 해주고 있다.
* 독서퀴즈-우리 도서관의 경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선정된 두 권의 책을 읽고 퀴즈를 풀어 응모를 하면 매월 한 번의 추첨을 거쳐 도서상품권을 주고 있다
* 도서관에 따라 각종 행사를 기획, 진행한다-동화구연, 영화상영, 독서교실, 문화교실 들
* 어린이실 이용-어린이 도서관이 따로 있는 도서관도 있지만 우리 도서관은 작은 어린이실이 전부다. 하지만 큰 규모의 도서관에 있는 어린이도서관보다 이 작은 어린이실은 조용하다.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시간만 잘 맞추면 원하는 책을 편안게 읽어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아무래도 시끄러운 멋진 모양새의 다른 어린이도서관보다 좋다. 이상한 것은 많은 사람이 이용해서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실에는 대개 학년별 권장도서가 있기 마련인데 이것도 도움이 된다. 자기 아이 수준의 책이야 늘상 접하는 거라 별 어려움이 없지만 다른 연령의 책을 선물하는 일이 있을 때 아주 유용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달의 문화인물이니 역사인물이니 하는 포스터도 보이고 지구본에 큼직한 한글사전, 세계지도와 국기 포스터도 보인다. 일반 대출실과 마찬가지로 정리된 서가를 통해 도서십진분류법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도서관은 아쉬움을 많이 안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의 일인당 장서수에 한참 밀리고 미국, 일본 등에도 많이 뒤쳐져 있다. (핀란드 7권, 덴마크 6권, 미국/일본 3권, 말레이시아 0.5권, 우리나라 0.47권) 더구나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 듯이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도 여의치않다. 버스를 타고 몇정거장을 가야하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면 눈비오고 들쳐업을 어린아이라도 있을라치면 차마 나설 수 없는 발걸음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책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책 읽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출판연구소에 따르면 1999년 한국인 전체 성인 4명 중 한 명이 일년 내내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절반 이상(59%)이 10권 이하의 책을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책을 읽지 않는 [책맹]이 이래서 나온 말이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이 수치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한 때 인터넷이 기반이 된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책의 운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종이책을 대신할 어떤 것이 없음은 오히려 자명해진 사실이며 그보다는 어떤 식으로 읽을 것인가가 최근의 화두가 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시스템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아니라 그 중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솎아내고 때로는 창출해내는 능력인데 이것은 결국 책을 읽는 고전적이고 고된 방법을 거쳐야만 제대로 이루어지니 여전히 우리는 종이책의 위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전자책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본질적으로 모니터나 프린터를 통한 출력화된 기호를 읽는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내는 사람이 도서관으로 향할 때 도서관이 변하게 된다. 나라나 기관이 말로만 백년지대계로 교육을 들먹이지 않고 투자와 노력을 해야하지만 그것이 안될 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사실 내가 도서관을 이용함에 있어 처음부터 이런 근사한 목적이나 의식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좀더 건강한 책읽기에 대한 아주 작은 바람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다니면서 몸으로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모든 일에 남을 원망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음을 알았다. 대신 아주 작더라도 내가 변하고 움직이는 것이 내게 의미있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열심히 자료를 검색하고 없으면 신청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 책이 한 달 뒤 혹은 몇 달 뒤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아니면 또 누가 읽겠지 싶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찍 서가에 내가 신청한 책이 꽂혀 있으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우리집들이 모두 도서관처럼 책이 많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같은 권수의 책을 여럿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여럿이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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