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걸어가는 오누이...2004/11/24 2004-12-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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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업 준비와 다음 주 역사 스터디 준비로 오전부터 도서관엘 갔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은송이를 교회 사모님께 맡기고 교재 연구나 스터디를 한다.
그런데 오후 2시까지 가기로 했는데 관련 책이 너무 많아 그 짐을 들고서는
집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사모님 댁엘 가서 은송이를 데리고 오기가 힘들었다.
돌아오는 마을버스 안에서 유치원 차에 있을 은창이와 통화를 했다.
"은창아..엄마가 지금 짐이 많아서 은송이를 데리러 가기 힘들거든.
은창이가 선생님한테 남대문 안경점에서 내려달라고 말하고
사모님 댁에 가서 은송이 좀 데려올 수 있겠니? 아마 오는 길에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꼭 큰 길로 오고 신호등 잘 보고 어른들 건널 때 건너야 해..
은송이 손 꼭 붙잡고..맨날 다니는 길로 와야 해..."
몇 번을 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해서 확인을 했다.
집에 와서 짐을 내리고 얼른 나갔다.
사모님 댁에 전화를 하니 마침 은창이가 도착을 했단다.
"사모님..지금 은창이가 잘 하나 어쩌나 보려고 하거든요...
그러니 은창이에게 은송이 손 잘 잡고 큰 길로 가라고 말해주시겠어요?"
사모님은 내 의도를 파악하고 알았다고 하셨다.
신호등이 있는 길 모퉁이에서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저 멀리서 고물고물하니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은창이는 내가 시킨대로 은송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유치원 가방을 매고 또 한 손에는 불룩하니 왠 종이가방까지 들려있었다.
신호등이 바뀌었는지 은송이 손을 잡은 은창이 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나는 거리를 두고 아이들 뒤를 따라 갔다.
느릿느릿...세상 급할 것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집을 향해 걸어가는 7살, 4살 아이들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이러나 싶었다.....
저 조그만 아이들의 독립심이 뭐 그리 급하다고 굳이 이렇게까지 뒤를 따라가는 걸까.....
엄마가 일을 갖는다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의 희생과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과연 나는 어땠을까....
아니야...엄마의 일과 관계없이 아이들은 자생력이 있어야 해...
그저 기다렸다는 듯이 필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엄마의 몫이야...암...
그런데 왜 나는 가슴 한 켠이 아린거지...
그런 느린 걸음 속에서도 길가에 떨어진 커다란 오동나무잎을 주워서 제 동생 손에 들려주는 은창이...
제 얼굴만한 낙엽을 받아들고는 좋아라하는 은송이...
그러는 사이 종이가방 한 번 놓치고 그래서 잠시 놓았던 손을 잊지 않고 다시 잡는 모습을 보면서
아렸던 가슴 속으로 찌르르하니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엄마가 꼭 그렇게 하라고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잘 싸우더니만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 오빠와 누이동생밖에 없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둘은 손을 잡기가 더 어설프고 힘들겠건만 굳이 놓친 손을 찾아 잡고
엉거주춤하니  집까지의 먼 길을 함께 가는 것이리라..
 
그러다가 다행히? 은창이에게 발견되고 말았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아이들...
그 힘에 밀려 나는 길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우리는 은행 앞에서 파는 호박엿을 한 봉지 사서 신나고 즐겁게 집으로 왔다.
은창이에게는 대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은송이에게는 오빠 말 잘 들어서 오빠가 힘들지 않았겠구나 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사실...내가 괜히 앞서간다는 느낌도 떨칠 수는 없다.
그러나 한편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과연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가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남편은 그렇게 말한다.
"그건 아이들 입장이 아니라 당신의 입장에서 더 필요한 거겠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아이들의 도움에 고개 숙여 감사하는 태도야...
미안한 마음보다 감사하고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도록 해...."
 
엄마, 아빠, 은송이 것이라고 주워온 커다란 오동나무잎이
책상 위에 어지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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