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라고 하는데도 좋아하는 엄마...2005/01/13,목 2005-01-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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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창이가 새해부터 일기를 쓴다.
엄마로서는 오랫동안 생각한 일이라고 하지만
은창이로서는 어느 날 갑자기 준비,땅이었던 일기쓰기였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는데 보름이 조금 안된 현재까지 아주 잘 써오고 있다^^
 
나는 그 흔한 글자 첨삭도 거의 하지 않는다.
받아쓰기를 바다스기로 쓰는 일이 이 때가 아니면 언제 가능할까 싶다.
그래서 그 틀린 글씨가 오히려 보물처럼 여겨진다.
다만 은창이는 다소 꼼꼼과라 쓸 때 미리 묻는 경향이 있어 물을 때는 가르쳐 주지만
그것이 또 지나치다 싶으면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보라고 한다.
그러면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니 역시 별문제가 아니다^^
 
맞는 글씨 등의 세부사항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담겨야할 것이 부실해지는 것은
숨이 짧은 어린 아이의 글쓰기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맞는 글씨, 맞는 문장, 맞는 형식보다
일기가 갖는 본질에 다가가는 것을 중심에 두려고 한다.
 
내가 아는 일기의 본질은 정직하고 건강한 마음이 담기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일기에 그러한 마음을 담는 일이 쉽지 않게 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전해지는 좋은 일기의 형식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닐까..
정직하고 건강한 마음을 담았다면 그것이 단 한줄이라하더라도
훌륭하고 좋은 일기라고 믿는다.
 
내용도 빈약하고 글씨와 형식도 어설픈 일기를 대하면서
부모가 갖는 아쉬운 마음에 살짝이라도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일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저 자신의 것을 표현했다는 사실에 공감해주고 축하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를 나쁜 엄마로 표현한 어느 날의 일기를 보고 좋아할 수 있었다.
 
2005.1.10.월
<<공부>>
오늘은 밤에 공부를 했다.
엄마가 나 못한다고 소리도 지르고 꿀밤도 했다.
소리 지르거나 뚤밤(꿀밤) 맜는 게 실다.
 
왜 나는 이 일기가 그렇게 좋았을까...
은창이가 엄마인 나를 의식하지 않고 썼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일 내가 보고 짧은 코멘트를 하는데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 생각을 정직하게 썼다.
엄마로서 창피하고 속상한 일인데
나는 진실로 기쁘고 즐거웠다.
 
그래도 역시 어린 아이여서 어떤 지도라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매순간 그것을 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보름이나 한달 쯤 일기를 지켜보다가 지도하고픈 부분이 열개쯤 있다고 하면
그 중 한두개만 말하는 것이 어떨까...
그것도 지도(공부)라는 분위기로써가 아니라
그저 함께 일기를 공유?해온 사람으로서의 생각쯤으로 말이다.
 
은창이가 일기를 쓰기 전에 나는 내 일기를 먼저 공개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 날 있었던 일을 말로 하는 엄마의 일기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말할 때는 우리가 아는 일기의 형식을 잘 사용한다.
아이한테 일기의 형식을 설명하는 것보다
그 형식이 살아있는 일기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다.
은창이는 내 일기를 듣고 늘 즐거워했다.
어떤 날은 엄마 일기 더 들려달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그것은 시중에 흔한 무슨무슨 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보여주는 일보다 훨씬 의미있다.
보통 그런 책들이 일기를 잘 쓰기 위한 지도라는 측면을 안고 있기 마련인데
정말 그 지도라는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
엄마의 일기가 좋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비록 또래 아이들의 일기모음이라고해도
비슷한 어떤 내용밖에 안되고
아이에 따라 형식도 벅찰 수 있는데
엄마의 일기는 그것이 곧 아이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엄마가 어른인 까닭에 형식의 벅참도 아이한테는 문제가 덜 된다
(사실 형식이 벅찰 일도 별로 없었다^^; 그저 내 일기에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지극히 개인적인 일기마저 책을 통해 배워야한다는 분위기가 나는 싫다.
나도 먼저 그것을 해보았지만 이주일을 머무는 다른 도서관책들과는 달리
그런 책들은 후딱 반납하기에 급급했다.
좀 모자라면 어떤가...
내 아이의 모자란 일기는 책으로 묶여나온 그 어떤 일기보다
달고 맛있는데...
대신 일기쓰기에 대한 지도글들은 눈여겨볼만 하다.
그 중 나는 윤태규님의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가 좋았다.
 
그렇게 일기쓰기의 본을 먼저 보였음에도
정작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과 [오늘]이 곧잘 들어갔다.
그래서 딱 한번 그것에 대해 말했다.
대개의 아이들은 어떤 경로-엄마의 말/유치원/심지어는 책에서까지-로든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은창이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엄마...오늘이라고 쓰면 안돼요? 안쓰려니까 힘이 들어요..."
 
그래서 써도 괜찮다고 했다.
아이가 몰라서가 아니라 그게 아직 자연스럽지 않다면
자연스러워지기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또 좀 모르면 어떠랴...)
 
좀 심한 엄마는 글자 첨삭은 물론이거니와
문장과 문맥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지도를 통해
그렇지 않아도 망망대해에서 뗏목여행하는 것같은 일기쓰기를
더욱 막막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일기쓰기는 문장기술이나 논술실력을 위한 기초공사가 아니다.
자아와 그 주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배우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것에 반드시 딱 맞는 법칙이 있을 필요가 없다.
 
모든 글의 종류에는 그것이 갖는 목적이 있기 마련인데
일기의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면
일기쓰는 것마저 세밀하게 지도하는 수고로움에서 조금 벗어나도 좋지 않을까..
다만 엄마인 나는 그렇게 즐겁게 내 아이의 역사기록을 지켜보는데
(그것이 어느 때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학교 선생님과의 생각이 달라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친정 다락 어느 한켠에 있는 내 어린 시절 일기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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