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 칼바람을 뚫고 학교에 가다..2005/02/01 2005-02-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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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소집일이었다.
 
어젯밤에 한번도 묻지 않았던 것을 물었다.
"은창아 초등학생이 되니 좋아?"
"어...아니 좀 이상해.."
"뭐가?"
"거기는 교장선생님이 원장선생님이지?"
"그런 셈이지...그런데?"
"지난 번에 유치원에서 미리둘러보기 갔었잖아.."
"그랬지.."
"그 때 교장선생님 보았는데 이상했어.."
"뭐가 이상했는데?"
"음...얼굴이 기분 상하신 것 같아 보였어..."
"그랬구나...그래서 은창이는 무슨 생각이 들었어?"
"어...무섭구나 하는 생각...그리고 좀 걱정도 되고.."
 
 
엄마의 철없는 설렘과는 다르게 당사자 은창이는
마냥 좋게만 입학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나 보다...
 
여느 아침과 다름이 없는 시간에 은창이를 깨우는데
어느새 내 멘트는 달라져 있었다...
"은창아..어서 일어나라...학교 가야된다..."
예비소집일...아이는 굳이 데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당사자인데 하는 마음에 데려가기로 했다..
세수를 하고 시래기국에 밥을 말아먹던 은창이가 묻는다.
"엄마..나 혼자 가야돼?"
"아니..엄마도 같이 가지.."
"그럼 우리만 가?"
"아니..수원이도 가고 지호도 가고 아마 지범규도 가지..."
"아..맞다^^..신난다.."
 
은송이를 교회 사모님 댁에 맡기기 위해 남들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며칠 따뜻해서 이렇게 봄이 오려나 했던 마음을 꾸짖듯이
바람에 실린 추위가 엄청났다....
도저히 은송이를 걸려 데려갈 수 없어서 업었다.
그래야 은송이도 덜 춥고 나도 덜 춥고...
정말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추웠다...
딴에는 의미있는 날이라고 모직코트를 입었는데
오리털 파카가 눈물나게 아쉬웠다.
아이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늘 온갖 방한용품으로 둘둘 싸매는 터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은송이를 데려다주고 우리는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운동장에서 모이면 어쩌나 했는데 과학실에서 모였다.
그리고 동별로 무슨 통신문인가를 나눠주는데..
이런 취학통지서를 가져와야 된단다...
남편이 회사에 제출해야 한데서 가져갔는데 말이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처음에는 오늘 중으로 가져와야된다고 강경하시더니
내 통사정에 내일 아침까지로 미뤄졌다.
에고...내일은 수업이 있어 아침부터 바쁜 날인데..
택시비가 수월찮게 깨지게 생겼다...
 
그저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
10분만에 상황종료....좀 썰렁했다.
그나마 나의 경우는 준비물?을 안 챙겨와 선생님과 이런저런 말이라도 했건만
대부분은 달랑 2장의 통신문을 받고 집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은창이한테 함께 도서관에 가자고 했더니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유치원에 간단다.
가방도 안 갖고 왔는데...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는 도서관에 왔다.
 
어제 이불 속에서 은창이랑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괜히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엄마는 은창이가 제일로 좋아...왜냐하면 은창이는 엄마의 첫사랑이니까..."
"그럼 엄마..나는?"
"너는 두번째야..."
은송이의 두 귀가 있었지만 어제는 무시?하기로 했다.
잠시잠깐이었지만 은송이는 난리난리를 쳤고
은창이는 뿌듯해 하면서 딴에는 의젓하니 이런다..
"엄마..알아요^^ 은송이도 좋다고 해주세요..."
"엄마..엄마는 왜 자꾸 오빠만 보고 누워있어? 나는 왜 안봐?"
"은창아...엄마 은송이 재우고 다시 너한테 올게..기다려?"
"네..엄마 기다릴게요..."
그렇게 등을 돌려 은송이를 향하는데 은창이의 손이 내 옆구리를 감는다...
 
요즘...아침기도 시간마다 은창이를 위해 기도한다.
은창이가 씩씩하고 지혜롭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기를
모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혹시라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것을 잘 받아들여
좀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이 되기를....
 
 
2층 대출실에 올라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은창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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