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 지도와 은창이의 일기...2005/03/04,금 2005-03-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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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창이가 새해 첫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요즘은 뭐든지 빨리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 은창이 친구들도 이미 일기를 쓰기 시작한 때
은창이는 고작 책이름 정도 쓰는 독서록이 전부였다.
사실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고 또 그만큼 기다렸다.
 
나는 일기쓰기를 위해 어떤 형태의 일기모음집도
아이한테 권하는 것을 경계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마저 책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 참 불편했다.
어떤 자연스런 넘침이고 아우성이고 노래여야하는데 말이다..
또래 아이들의 일기모음인 경우에는 그 수준의 정서와 내용이 쓰여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도와 안내의 입장에서 고려될 것이 있기 마련인지라
그에 대한 잔소리?를 따로 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또 다른 문제는 일기는 이렇게 쓰는구나를 느끼기 전에
나는 그렇게 못쓰는데...못쓰면 어쩌지를 앞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한편 그런 잔소리의 내용을 세심하게 배려해서 어른이 꾸며쓴 일기도
그딱 좋게 보아지지는 않는다.
대신 일기지도에 관한 책을 엄마가 보면 좋다.
그리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접근하면 된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첫 일기지도 방법은
일기를 쓰도록 하지 않고 일기를 말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 방법은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하지만
익숙해질수록 엄마와 아이 모두가 즐겁고 신이 난다.
그저 비슷한 정서와 주제를 다룬 다른 아이의 다른 일기보다
함께 생활하는 우리 가족의 일기가 아이한테는 훨씬 가깝고 편하다.
내가 먼저 물꼬를 튼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때 아이 눈높이를 반드시 의식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엄마의 입장에서 정직하게 일기를 말하는 것은 아이한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내용이 많아도 괜찮고-오히려 아이는 신이 나서 듣는다^^
형식이 갖추어져도 부담갖지 않는다-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니까..
엄마의 일기 공개...아이은 즐거워하고 제 일기의 공개도 서슴치 않는다^^
 
아이 교육에 있어 아이를 너무 낮추어보는 것도 너무 떠받는 것도 좋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하고 건강하게 먼저 엄마인 자신을 보여주고 함께 하는 일이다.
적어도 일기쓰기에서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내 별스럽지 않은 일기에 눈을 반짝이던 녀석이
이제 내 눈을 반짝이게 하고 있다.
글씨는 아직도 많이 틀린다.
비문도 많다.
접속어의 사용도 형편없다.
그러나 나는 은창이의 일기를 함께 하는 즐거움이 크다.
녀석도 내가 써주는 코멘트가 즐거운가보다.
그 코멘트에 웃는 얼굴을 그리고 답글을 쓰는 것을 보면.,..
 
학교를 들어가서 아래 기사처럼 검사용 일기를 접하면
어떤 영향을 받을까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아래는 그동안 은창이가 쓴 일기들 중 일부다.
사실 일기를 공개하는 것을 망설여왔지만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보통 1학년 아이의 수준을 물어오길래
할 수 없이 우리 은창이가 희생된다.^^;
이게 모두 뭘 좀 공부한다는 엄마 둔 탓인것을 어쩌랴..
 
##밀린 일기는 쓰지 않게 했다.
대신 소재를 주어 글을 쓰도록 했다.
 
1.나는 누구인가(내가 좋아하는 것은..싫어하는 것은...등등)
2.말아톤을 보고..
3.친구 진주희에 대해^^;
 
##일기 쓰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첨삭지도를 하지 않았다. 너무 많아서..^^;
요즘은 틀린 내용이 많지 않거나 늘 쓰는 말이 틀린 경우에는 조금씩 해준다.
 
##일기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한번은 이렇게 물어왔다.
"엄마..[오늘]쓰면 안돼요? 그거 안쓰고 쓸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쓰라고 했더니 신나게 썼다...
일단은 먼저 쉽고 즐겁게 쓰면 된다.
 
##재미있었다의 뒷 이야기..
이 녀석이 그 흔하게 잘 쓴다는 [재미있었다]를 안쓰길래
기특하게 여겼더니만 그게 아니었다^^;
어느 날 일기 마지막 부분에 [재미있었다]라고 썼길래 지나가는 말로
"재미있었어?"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녀석...
"아니다..뛸듯이 기뻤다..이렇게 써야지..."ㅠㅠ
"아니야...잘 썼어. 재미있는 걸 재미있다고 쓰지 어떻게 써?
뛸듯이 기뻤다...보다 이 말이 훨씬 낫다야..."
아이는 정말 재미있어서 그렇게 썼던 것이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나름대로 가르치지 않고 도와준다고 애썼는데도 이런 모습이다.
그저 아무렇게나 생각없이 식상한 말을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재미있었다]라고 쓴 아이들에게
구체적이다, 정확하다,살아있다 등의 말들에 대한 설명으로
서툰 아이들의 감정표현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재미있다는 정직한 표현 대신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짓 표현을 우리는 보게 될지도 모른다...
 
검은 색 글씨가 은창이 일기고 빨간색 글씨가 엄마의 말이다. 
 
 
 
2005년 1월 1일 토요일
<<이모>>
오늘 아빠랑 은송이랑 나랑 엄마랑 이모 옷가게에 갔다.
이모 옷가게에서 엄마가 옷을 샀어요.
이모랑 조그만 더 있고 싶었다.
이모를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다.
 
2005년 1월 2일 일.
<<교회>>
오늘 유년부에 처음 갔다.
어찌나 좋았는지 뛰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왜냐면 유년부에 처음 가니까.
 
2005.1.6. 목
<<파닉스 수업>>
오늘은 파닉스 수업에 갔다.
거기에서 자동차 게임도 했다.
또 100점도 받았다.
백배나 기뻤다.
 
2005,1.9. 주
오늘은 유년부에 갔다
거기서 파티도 했다
거기서 과자도 많이 먹었다
과자가 맛있었다
왜 파티했니? 엄마가 물었다
왜냐면 내가 말했다
1학년 올라와서 했다고 말했다
 
2005.1.10.월
오늘은 밤에 공부를 했다
엄마가 나 못한다고 소리도 지르고 꿀밤도 했다
소리 지르거나 뚤밤 맜는 게 실다
 
2005년 1월 11일 화요일
<<퀴즈>>
서연이내 차 안에서 서연이한테 퀴즈를 냈다
내가 엄마한테 퀴즈를 안냈는데 엄마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화를 냈다.
 
 
2005.1.16.주.
<<야곱의 축복>>
오늘은 유년부에 갔다.
거기서 진웅기 선생님이 야곱의 축복 놈은한 거 들었다.
거기서 야곱의 축복 노래를 불었다.
야곱의 축복을 불러서 서자 순자 옥자가 부른겄 같았다.
또 이자 승자 필자가 부른겄 같았다.
-->야곱의 축복 노래를 우리 은창이가 좋아하는구나
엄마, 아빠가 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야겠구나.
 
<<말아톤을 보고>>
말아톤을 보았다. 슬픈 장면이 있었다. 우낀 장면도 있었다.
슬픈 장면부터.
초원이 형아 엄마가 이번했을 때 병원 밖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하고 말해서 울었다
이제 우낀 예기.
초원이 형아가 밤에 문밖에서 아저씨한테 방귀를 뀌었다.
 
2005년 2월 14일 월요일 cold.
<<병원>>
오늘 병원에 갔다.
거기서 치료를 했다.
그런데 치료하기 전에 엄마가 말했다
은창이요 많이 나은 거 같아요
내가 별루 안아프다는 걸 알아서 기뻤다.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입말을 기억했다가 잘 썼네.
맨 위에 쓴 말은 정말 반대지? -->그럼요.
엄마가 화를 낸다고 해서 은창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화내지 않도록 조심하고 노력할게.
공책 맨 위에 저녁에 야단 맞고
엄마 미워미워미워...를 썼는데 그 옆에 빨간 글씨로 [의 반대]라고 써놓았다.^^
 
<<진주희에 대해>>
주희는 나랑 똑같은 점이 많다.
엄마나 아빠가 과자나 맛있는 거 자기꺼 많이 먹으면
울고 화내고 엄마 아빠 때리고 그러는 게 똑같다. 끝.
 
2005년 2월 28일 월요일
<<장기>>
오늘은 장기를 두었다.
장기 두는데 아빠가 따먹기도 하고
내가 먹기도 해서 동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아빠가 이겼다.
아빠가 이겨서 조금 슬펐다..
 
2005년 3월 3일 목요일
<<학교>>
오늘은 학교에 처음 가는 날이었다.
학교 가서 조금 부끄러웠지만 학교 가서 신났다.
선생님이 예쁘고 착했다.
엄마보다는 아니다.
가서 즐거웠다.
-->은창이 학교 생활이 즐겁다니 엄마도 좋다.
은창아! 엄마가 했던 말 기억하지?
은창이가 힘들거나 불편한 것이 있으면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말해주렴. 알았지?
엄마가 화내고 맴매해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는 은창이 편인거 꼭 기억해....
 
 
초등생 일기쓰기 이렇게 살펴주세요
 
《‘오늘 재능을 했다. 나는 재능 풀으는 개 가장 쉬어다. 할머니가 밖게 나가지 못하게 했다. 나는 왜 못나가게 했는지 몰른다.’(김도회·서울 대치초등 1년생)

‘오늘 달님의 연못그림 그림자극을 봤다. 그쪽의 교훈은 욕심을 부리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거다…나도 욕심을 안부릴 거다.’(김영진· 서울 화랑초등 2년생)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의 그림일기와 지난해 1년간 일기장이 5,6권이나 될 정도로 열심히 쓴 어린이의 일기다. 일기는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해 평생 친구가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전문가들은 “한글을 많이 익히지 못했다면 그림일기부터 시작해도 된다”며 “그러나 완벽한 문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서툴더라도 글쓰기를 해보도록 유도하라”고 조언한다. 》

● “빨간펜 대는 대신 답글을”

최근 ‘초등 1학년 365’일을 펴낸 이현진(화랑초등 교사) 씨는 “일기쓰기를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사고력과 표현력 향상에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이 교사는 “옆에서 틀린 글자를 고쳐준다고 지워주거나 빨간 펜으로 수정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나오지 않으므로 맞춤법지도는 되도록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모가 답글을 달아주는 것은 아이가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영진 군의 어머니는 ‘우리 영진이가 그림자극이 이야기하려는 것을 잘 이해해줘 엄만 고맙구나! 우리 욕심 너무 부리지 말라’는 답글을 달았다.

아이가 글쓰기를 힘들어한다면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그 뒤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이야기한 내용을 두 줄 정도의 짧은 글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려도 내버려둔다. 일기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 “검사용 일기를 쓰니까 일기를 어려워하죠”

한우리독서연구소 남영이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검사용 일기를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모의 강요나 학교제출용으로 쓴 일기는 솔직한 동심을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일기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겨울방학 직전 포털사이트 티나라(tnara.net)가 초등생 7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47%, 368명)이 가장 싫은 방학숙제로 일기쓰기를 꼽았다.

따라서 일기의 좋은 점을 설명해 아이가 스스로 동기유발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일기는 자기 전에 써야한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한다. 점심식사나 저녁식사 전후에 쓰도록 융통성 있게 조정하되 시간은 정해 둔다.

아이가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얘기한다. 이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 일과는 순서대로 짚어준다.

● “날씨 : 춥다고 했는데 안 추웠다”

한 초등 교사가 운영하는 땀샘학급(chamdali.edumoa.com)에서도 일기쓰기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일기는 이렇게’에서는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기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뀐다. 그런데도 그냥 ‘맑음’ ‘흐림’ ‘비 또는 해’ ‘구름’을 벗어나지 못한다.

날씨도 문장으로 풀어 ‘봄날이지만 두꺼운 잠바 입을 정도’‘춥다고 했는데 안 추웠다’ ‘아침에는 조금 포근하다가 오후에는 조금 더웠다’는 식으로 풀어쓴다.

‘학년별 일기맛보기’나 ‘주제별 일기맛보기’ ‘잘못 쓴 일기’ ‘일기 봐주기’ 등에서는 또래 아이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남 연구원은 “흔히 쓰게 되는 생활일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만화일기 여행일기 관찰일기 동시일기 독서일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권한다.

또한 일기에 제목을 붙여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제목 붙이기를 통해 내용을 함축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김진경 기자 [email protected]

▼영어일기도 재미붙이기 나름▼

초등생에게는 영어일기를 쓴다는 게 너무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우리말로 쓰는 일기도 자발적으로 쓰는 아이가 드문데, 이를 영어로 하라면 거부반응부터 일으키기 십상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가 3학년이므로 영어일기 쓰기도 이때부터 해 보자. 어떻게 영어에 대한 짤막한 ‘재산’으로 일기까지 쓰게 할 수 있을까.

권하고 싶은 것은 만화일기이다. 그날그날 일어난 일을 간단히 만화식 그림으로 그리고 말풍선에 영어단어 몇 개 정도 넣는 일은 영어를 많이 몰라도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문장을 요구하지 말고 아는 단어부터 활용하는 연습을 시킨다.

예를 들어 눈이 많이 온 날은 자신과 강아지를 그리고 말풍선에 “Snow! Snow!”라고 써넣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모르는 단어도 알고 싶어 하게 되고, 영어실력이 늘면서 점차 단어에서 구로, 거기서 문장으로 말풍선을 채우게 된다. 또한 짧은 영어로 만화를 구성하다보면 의외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배운 영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며, 완벽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장려하는 것이다.

김유경 영어교육전문가

이상 동아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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