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초등1학년의 일주일...2005/03/10 2005-04-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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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창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입학식을 하고 이틀 동안만 데려다 주고 줄곧 25분 거리의 등굣길을 혼자서 다니고 있다.

물론 오는 길도 혼자다.

일하는 엄마 덕에 오는 길이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조금 힘들어서 그렇지 등굣길은 한 1~2주 함께 가기를 원했다.

가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고 아직은 찬바람에 옷깃을 여며도 주고 싶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닌지 삼일만에 내가 지나가는 말로 혼자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다고 해서 내심 섭섭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은창이는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저 혼자 씩씩하게 학교엘 오고간다...


오늘 아침 파자마 바람에 배웅하는 내게 한다는 소리가...

 

“엄마..그만 들어가세요..추워요...”

 

대문 앞에서 맨발로 서있는 내게 얼른 들어가라고

몇 번이고 뒤돌아 보면서 손인사를 한다.

아직은 작은 녀석의 등에 걸쳐진 가방이 왜 그렇게 큰지..

그래도 발이 시리다고 얼른 뛰어들어오는 철없는 엄마...


학교에 가면 이것만은 꼭 해주리라고 다짐했던 것이 숙제와 준비물 챙기기였다.

유치원 시절 너무나 무심했던 엄마임을 자각하고

졸업과 입학의 즈음에 맞추어 주위의 고견들을 새기고 새긴,

내게는 최고이자 최소인 엄마의 다짐이었던 것이다.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 사소한 다짐마저

내게는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절감하고 있다.

어느 이틀 동안 필통을 챙겨주지 않아 짝과 뒷 자리 친구에게

은창이는 연필을 빌려썼다.

첫 날은 연필을 잘 빌려주던 짝이 다음 날은 싫다고 했단다.

그러자 뒷자리 친구가 얼른 빌려주더란다^^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기에 속으로는 미안했지만

그런 일은 흔한 일인 것처럼 넘어갔다.

괜히 오버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뒷수습이 안될 것 같아서...^^;



유치원과 가장 다른 점은...상당히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것이다.

엄마인 나야 별 문제랴마는 은창이에게 1시간 일찍 일어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입학하기 전에 몇 번 연습한다고 했지만 그냥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했는데

그 어떻게가 참 힘들다^^;;

요즘은 거의 저녁만 먹으면 씻고 자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이부자리에서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까딱 시간을 놓치면 11시가 금방이다.


주말에만 텔레비전을 보는 우리 집은 결국 월요일 아침에 일이 터졌다.

주말을 지난 월요일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어제 [토지]에 [불멸의 이순신]..그리고 [봄날]까지 보고 잔 은창이..

도대체 깨워도 일어나질 못한다.

(우리집은 오직 주말에만 텔레비전을 보는데 그게 바로 토지와 이순신이다.

그런데 요새는 가끔 오버해서 봄날까지 보면 꼭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ㅠㅠ)


"야..이은창..얼른 일어나..너 이러다가 지각해..."


간신히 몸을 일으킨 은창이..


"엄마..왜 이렇게 추워..더 코 자고 싶어..잉..."


"얼른 정신 차려...세수하고 이닦아..."


깜빡 잊고 숙제를 못했다.

우리들은 1학년, 13쪽 횡단보도 꾸미기다.

아무래도 같이 해야할 것 같아 전날 밤에 오려놓기만 한 횡단보도 조각들...

밥을 입에 넣다가 엄마 물음에 답하고 붙이고...

또 한손으로는 사과 조각을 들고 있고...

아참...체중과 키를 재가는 것도 있었지...

체중계를 꺼내고 옷을 입는 녀석을 올린다.

그러나 문뜩 쳐다보게된 녀석..

밥알이 입가에 덕지덕지 묻어있고

양말은 신다 말고

세수를 어떻게 했는지 눈꼽은 그대로고..아휴..정말..


"이은창..너 초등학생이 되었으면 뭔가 달라져야지, 이게 뭐야..

너 다시는 주일 밤에 이순신 보지마...정 보고 싶으면 재방송하는 거 봐..

거기다가 왜 봄날은 보고 그래...그게 네가 볼 프로그램이야..엉..

너 늦어서 선생님한테 혼나면 어떡할래..엉? "


그렇게 잔소리를 한 자루 늘어놓고 있는데

밥이 가득한 입이 울룩불룩하더니

눈가가 빨개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이 녀석...또 울려고 그래..무슨 말을 못해..도대체가..엉..."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면서...

나는 이 옷 사기 싫었는데 엄마때문에 이 옷 샀는데...

엄마가 좋아해서 난 이 옷 산 건데..."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가..말을 제대로 해봐..."


"토요일 이모랑 아울렛 가서 이 옷 샀잖아...

나는 이 옷 여자 옷 같아서 싫었단 말이야...

그런데 엄마가 이모한테 꼭 이 옷 사주라고 말했던 거 생각나서

그냥 샀단 말이야...

난 이렇게 내 마음에 안들어도 엄마 생각해서 입는데

엄마는 왜 그래...

내가 마음에 안든다고 함부로 화를 내고...왜 그래...

나는 너무 속상해...너무 슬퍼..."


그랬다.

토요일 여동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기에

전에 아울렛에 갔다가 봐두었던 회색에 보라색 줄이 쳐진

가디건을 사주라고 했다.

그건 사실 분홍 줄무늬가 있는 여자옷과 구별된 남아용이었지만

은창이는 그래도 그게 여자옷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치수까지 말하면서 꼭 그옷을 사주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는

집에 와서 입어보면서 자기 멋지냐고 묻기까지 했던 것이다...


아침에...자기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퍼붇기만 하는 엄마를 보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자기는 엄마 생각을 해서 마음에 안든 옷을 입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한참 모자란 엄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눈물 닦아주면서 끌어안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 다음날인 화요일도 전쟁은 계속되었다.

그날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로 연구회 활동이 있어 나가는 날...

은창이는 하교 후 도서관으로, 은송이는 유치원 종일반을 하는 날이다.

온 집안이 아침부터 정신이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월요일 저녁에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는데

집을 나서는데 열쇠가 없는 것이다.

전날에 은창이가 가지고 놀았던 기억에 내 눈은 은창이를 향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찾지를 못하고 도둑도 안드는 빈한 집을 위로 삼으면서 문도 안잠그고 집을 나섰다.

 

“너 학교 갔다와서 얘기해.. 엄마가 열쇠 갖고 놀지 말랬는데...말이야...”

 

학교 갔다 오면서 말하자고 하면서 온 동네가 들썩하도록 꽥 소리를 질렀다...^^;

 


하루하루가 은창이 가방 속처럼 좌충우돌, 뒤죽박죽 전쟁같다....

 

그래도 그렇게 가고 오면서 알림장에 이말 저말 적어온 것을 보고

아침 자습 시간에 했다는 활동지를 보면서 학생이 되어가는 은창이를 본다.

아는 남자 친구들이 죄다 다른 반이 되어 울상이던 녀석이

어느새 새친구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고 교가도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며칠전 홈스쿨링(탈학교)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울적하고 허허로왔다.

하필이면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이 시점에 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는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그 대책없는 사모함을 어쩌지를 못했다.

그것은 단순히 홈스쿨링을 해주지 못하는 이러저러한 여건때문이 아니라

이은창, 이 녀석이 책에서 비생명적이며 비교육적이라고 일갈하는

제도교육에 너무나 잘 적응할 것 같은 더 속아픈 우울함이었다...

아..별걸다..우울해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집어던지지 않았다. 끝까지 꼭꼭 씹어먹었다.

결코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는 것은 또다른 가능성을 희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더 문제인 모습이지만

책에서 말하는 진짜 교육을 나도 조심스레 품어본다.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작은 몸을 내 품에 꼭 안고는 널 사랑해..오늘도 멋진 날이 될거야..

겨우 이런 말 하나로 감히 진짜 교육을 꿈꾼다면 어불성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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