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학부모의 학부모총회 참관기...2005/03/21 2005-04-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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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저녁에 전화를 걸어와 묻는다.
 

“오늘 학교에는 잘 다녀왔어?”

 

“그럼 잘 다녀왔지...”

 

“별일 없었지?”

 

“별일 있었지..나 학부모전교회장 되었어..”

 

“정말? 와..대단한데...”

 

“나 가니까 아는 사람 무지하게 많대... 사인해달라고 줄을 섰다라고..(ㅋㅋ)”

 

“당신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고?”

 

“응..다 알고 인사하고 그러더라...”

 

?????

 

“그거 맡은 거 잘한 거지?”

 

“그럼...은창이 녀석한테 힘이 되겠지? 근데 돈이 들텐데..아니다 아니야..그럼 좀 어때..”

 

“은창이한테 도움이 될까?”

 

“아마 그럴거야....”

 

“그럼 뭐라도 한자리 한다고 손들걸 그랬나?”

 

“무슨 말이야?”

 

“내가 하긴 뭘해...입단속하고 오느랴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오늘 은창이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첫째 아이...그것으로 모든 고민의 이유는 충분하다.

진작부터 갈까말까를 고민했다가

결국 학교 분위기 파악과 짧으나마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목적으로 간 학교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부모회나 체육진흥회는 내 영역이 아니었고

녹색어머니회나 예절도우미도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혹시 도서관 도우미를 필요로 한다면 손을 들어야지 했는데

그건 또 없었다...

(이러면서도 가는 나는 속이 없는 건지, 얼굴이 두꺼운 건지...)

그래서 처음부터 나름대로 목적을 분명히 했고

그래서 입을 자물쇠로 채우리라고 다짐했던 차였다.

앞서서 학부모 전체모임이 끝나고 각반 모임이 이루어졌는데

은창이반 어머니들의 참석이 적었다.

이 때부터 나는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6인으로 구성된 학교 운영위원회에 속한 어머니가 있다는 게 일말의 희망이었건만

큰 아이 반으로 가야한다고 간단한 인사만 하고 갔다.

선생님은 몇 안되는 어머니들을 둘러보시며 학부모회의 회장과 총무를 거론하시고

어찌어찌 회장과 총무가 결정되었다. 휴...

체육진흥회 얘기가 나왔고 내게 의견을 묻는 선생님께

정중하게 죄송하지만 힘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절도우미...

그렇게 지나가나보다 했는데 문뜩 그게 뭘까 하는 생각으로

무심코 던진 질문에 발목이 잡혀 순식간에 나는 예절도우미로 낙찰이 되었다.

얼떨결에 해당교실로 갔는데 분위로 보아하니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어 보여

도망치듯 은창이 교실로 와서 고개를 몇 번이나 숙여 거절의사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한달에 한번 1학년 교실을 순회하면서 교육을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교육청에서 해당 교육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삼개월을 받아야한다고 했다..ㅠㅠ)

순식간에 실없는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서 간단한 상담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짧은 동안이지만 은창이에 대해 잘 파악하고 계셨고

나 역시 이를 통해 집에서 어떤 지도를 해야할지 알게 되었다.

친구들이 나간 자리까지 정리해야하는 은창이는

반면에 유연성이 부족해 본인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어떤 친구와도 다툼이 있다고 하셨다.

고지식한 이은창...어찌 할거나..

 

함께 가거나 아는 엄마들 대개가 무슨 자리다 무슨 일이다 맡았는데

나는 그야말로 소귀의 목적을 아주 잘 달성하고야 말았다^^;;

 

학교에서 막 나서는데 은창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나 방금 대출증 받았어...”

 

“와...정말? 그래 책은 빌렸어?”

 

“아니 아직...받고서 엄마한테 바로 전화하는거야...”

 

“근데 어디서 전화하는 거야?”

 

“어린이실...”

 

“은창이 네가 전화한다고 한거야?”

 

“응...”

 

“그래...잘 했어^^ 엄마 학교 일 다 마쳤는데 집에서 만날까 도서관으로 갈까?”

 

“도서관으로 오세요...”


“그래..그럼 네가 빌리고 싶은 책 3권 빌리고 어린이실에서 기다려...”

 

얼마전에 신청한 도서관 도서대출증을 받아들고서 신이 나서 전화를 한 것이다.

유연성이 부족한 녀석이 또 어디서 그런 융통성이 생겼는지

어린이실 사서 선생님께 전화 좀 쓴다고 했단다.

사서 선생님이 다음부터는 카드를 사서 이용하라고 했단다^^;;

 

은창이가 하는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고 놀랍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비록 학부모회에 가입하지도 않고 그래서 회장, 총무도 못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하는 것을 도울 수 있겠지...

 

은창아...엄마는 은창이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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