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는 평안이 있다...2005/04/09 2005-04-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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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서관 바로 옆에는 장애인회관이 있다. 도서관에 가는 날은 꼭 들러서 그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11시 50분부터 12시 50분까지 딱 한시간을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여러 날을 뛰기도 했다. 그 곳에는 내가 흉내내지 못하는 평안함이 있다.


어제도 은송이랑 도서관에 가는 길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늦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12시 20분쯤 도착했다. 식당 건너편에 있는 총무팀에서 2천5백원하는 식권을 한 장 샀다. 꽤 긴 줄을 서서 우리는 넉넉한 카레라이스를 받았다.

“모자라면 오세요..^^”


얼마전 도서관 식당에서 밥이 조금 모자라서 갔을 때 공기밥으로 사먹으라고 하는 퉁명스러웠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처음부터 턱없이 적은 양이어서 조금 더 달라고 하면 줄거라 생각했기에 더욱 민망하고 씁쓸했다.


얼마전부터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다.

‘도시락을 싸온 분들도 식당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따뜻한 국물을 무료로 드립니다. 불편없이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도서관 식당에서는 도시락을 싸온 사람은 젓가락을 쓰는 것도 제약을 받아 그 ‘불편’이 게시판에 오르기도 한다....

깔끔한 위생복을 입고 정성껏 배식을 하는 영양사와 주방 아주머니들, 그리고 장애인 봉사자들...그저 그들 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했다. 건너편의 장애인 청년이 은송이를 보고 싱긋 웃는다. 나도 웃었다. 새침이 은송이는 인사를 하지는 않지만 이제 더 이상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는 않는다. 이 곳에서 장애인과의 만남은 일상이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이 곳에는 다툼이 없다. 실제로 왜 소란스러움이 없겠는가...하지만 내가 다니면서 만난 그들의 모습은 평안함 그 자체였다. 딱 한번 큰소리가 나서 돌아보았을 때 내가 본 것은 비장애인이 어떤 일인가에 고성으로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늘 웃는다. 웃일 일이 아닐 때도 웃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바보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웃을 일에도 웃지 않는데 웃을 일이 아닌데 웃는 그들...누가 바보일까...이곳에서 나는 웃는 것을 배우고 실제로 웃으면서 나온다.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다정하다. 힘든 일도 많을텐데 그들을 동생처럼 형처럼 대한다. 장난도 치고 잊고 가져가지 않은 오렌지도 건네준다.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이 이 곳에서는 허물어진다. 그저 한 가족의 모습....그것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열린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어제는 식사 후 그들이 만든 리본핀을 샀다. 얼마나 예쁜지...많은 것 중에 하나를 고르는 은송이는 아마 상당히 고역스러웠을 것이다. 분홍과 파랑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리본핀을 들고 은송이는 행복해했다.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장애인들과의 삶에 대해 말하고 고민한다. 여러 가지를 배려해야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조심스럽다는 마음의 부담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만나는 그들은 내 도움을 그딱 필요치 않는다. 아니 대부분은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다. 그들이 깨끗이 닦은 식탁을 이용하고 그들이 정성껏 주는 식사를 먹고 빵을 바구니에 담을 때도 뚜껑을 열어주는 것도 그들이다...

칭얼거리는 은송이에게 다가와 손을 내미는 것도 그들이고 은송이가 나갈 때까지 유리문을 붙들고 있는 것도 그들이다...그들은 정말 좋은 친구들이다...

식당 운영과 함께 하는 것이 다드림이라는 까페인데 그 곳 빵도 그들이 만든다.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삼각토스트...어떤 날은 그것만을 위해 그곳을 찾기도 한다^^


이번 달부터 은창이는 이 곳에서 운영하는 수영 강좌에 들었다. 진작부터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엄청난 경쟁률에 밀렸다가 새벽줄을 서고 끊은 귀한 강좌이다. 주2회 한 시간, 한 달에 2만원이어서만 좋은 것이 아니다. 지도하는 분들의 실력과 태도가 더욱 좋다. 아, 한가지 더...탈의실에 상주해 있다는 할아버지의 엄격함?도 좋았다. 내가 매번 데려다 줄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고민이 많았는데 첫날 은창이를 데려다 준 남편 말에 의하면, 언제까지 끼고 살거냐...혼자서 다 잘한다...고 하시면서 어른들은 일체 탈의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단다.. 나는 늘 혼자서 하라고 하는데 다른 엄마들은 잘 챙겨주는 모습을 어찌 해야하나 걱정했던 것이 한방에 날아간 셈이다...물론 대꼬챙이 같다고 싫어하실 사람도 있겠지만^^;;


배움은 비단 책에만 있지 않고 또 그저 머리로 아는 것은 그 진정성을 잃는다. 나는 이들에게서 삶의 기쁨과 여유를 배운다. 하여 그들은 내게 또다른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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