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아이, 은창이..(050928) 2005-11-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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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은창이 어록을 정리해본다.


돌이켜보면 아기자기하고 정겹게 지낸 시간이 있었구나 싶다.

수없이 사진을 찍고 정리하고 그러다 못한 것이 몇 박스에 이르고,

내 일기가 없어진 자리에 육아일기가 몇 년째 지속되었고,

그것도 버거워지기 시작한 때에는 그 어린 입속에서 나오는 보석같은 말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워 공책에다, 수첩에다, 벽에다, 어떤 날은 손바닥에다 적기도 했다.

손바닥에 적은 것이 땀에 지워져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을 때의 안타까움이란...

 

7살 유치원 시절에는 쪽지 편지를 보냈다.

가방 여기저기에서 굴러다니는 내 사랑의 메시지를 내가 아쉬워해

이면지에 그걸 붙여 모았을 때의 민망하고 우스웠던 기억...

 

8살이 되어 쓰기 시작한 은창이의 일기에 내 부족한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은창이는 중고생 스프링 노트에 일기를 쓰는데 한때는 맨 뒤에서 나도 일기를 썼다.

그래서 서로 만나는 지점에 이르면 누가 더 열심히 일기를 썼나하는 내기를 했던 것이다.

물론 내가 졌다. 애초부터 승산 없는 내기였다...

 

요즘은 가끔씩 일기에 코멘트를 단다.

은창이는 엄마의 짧은 코멘트를 좋아한다.

그 코멘트에 또 답변을 달기도 한다.

겨우 저도요~ 혹은 정말로요~ 하는 식의 아주 짧은 코멘트지만

은창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서 살갑고 감미롭다...

 

생활 속에서 빛나는 은창이의 보석같은 말들이 나와 가족을 웃고 울린다.

이제는 제법 사내아이다운 면도 불거져나와 때때로 나를 놀라게도 하지만

역시 그 마음의 중심은 정적이고 따스하다.

언뜻 보기에 소심하고 약해보이는 은창이, 그러나 나는 그런 은창이가 한없이 사랑스럽다....

 


한자에 빠졌어요1

이순신-->난중일기-->한자로 이어지는 사랑이 깊다.

생활 중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한자, 그래서 이런 헤프닝도 있었다.

 

은송:(고등어를 가기키며) 엄마, 이거 고기지?

엄마:어...물고기지... 고등어야.

은창:엄마, 나 고등어, 한자로 안다...

엄마:어? 한자로? 뭔데?

은창:물고기 어...그리고 고등은...맛있을 고등! 그래서 고등어!

 


한자에 빠졌어요2

 

은창:엄마, 엄마 이름 한자로 안다... 구슬 옥...그리고 앞에 있는 순은...

엄마:순할 순이야..

은창:순할 순? 그게 무슨 뜻이야?

엄마:얌전하고 조용하고... 할아버지가 그랬으면 해서 그렇게 지었지..

은창:그런데 엄마는 왜 안 얌전해?

엄마:그러게 말이다...

은창:그럼 바꾸자...안 얌전할 순, 구슬 옥!

 

 


 

말도 안돼~!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은창이가 막 웃는다.

은창:엄마, 저기 보세요. 저 할아버지가 글쎄 열여섯 살이래요...그게 말이 돼요?

그 할아버지는 교황 베네딕트 16세였다^^;

 


책이 많은 동네

 

사회과부도를 함께 보던 은창...

엄마:은창아, 너 도서 지역 무슨 말인지 알아?

은창:음...그건 책이 많은 동네라는 건가?

 


동음이의어

 

저녁에 손잡고 동네 마실 나가던 중...

 

은창:엄마, 포기가 무슨 말이에요?

엄마:포기란 무언가를 하려다가 그만 두는 거야.

        예를 들어 아..너무 힘들다. 나 이제 수영 포기 할래...이런 거..

은창:(한참 생각하다가)그럼, 포기 김치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동네 가게에 붙은 ‘포기 김치 5Kg 얼마..’를 보고 물은 거였다^^;

 


엄마, 김밥집에서 일 안하실래요?

 

잘 가는 김밥집에서 오므라이스를 먹던 중..

 

은창:(귀에다 대고 묻는다)엄마, 여기서 일 안하실래요?

엄마:아니...왜?

은창:저는 엄마가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는요?

엄마:엄마는 싫어. 힘들 것 같아...은창이는 엄마가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어?

은창:네...

엄마:왜?

은창:그럼 맨날 맛있는 거 엄마가 해줄 수 있잖아요.

엄마:그래도 안돼...여기 일하시는 아줌마들 있잖아..

은창:아니에요, 저기 보세요..

은창이가 손으로 가르킨 곳에는 “아줌마 구함”이 써있었다.

 

 


소박한 은창이..

 

오늘 은창이 친구가 왔다. 서로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하면서 뿌듯해했다.

 

은창:엄마, 얘는 커서 형사되고 싶대..

은창 친구:아니야 나 바뀌었어..나 대통령될거야...

엄마:와...대단한데. 은창아. 너 친구한테 잘 보여야겠다. 대통령이 제일 높은 사람이잖아.

 

엄마는 은창이가 그 말에 자극이 되어 ‘엄마 나도 대통령되고 싶어’ 이럴 줄 알았다.

 

은창:그럼 난 대통령 친구 되야지....

 


태어나서 한 번도 머리를 기른 적 없는 은창이가

꽁지머리를 묶을 수 있을 만큼 머리를 길렀다. 

봄에 한 염색이 브릿지를 한 것처럼 보이고 살짝 컬이 진 곱슬머리를 보고

사람들이 모두 이국적이네 멋있네 하니까 부끄럼쟁이 은창이도 그게 좋은 소리라고 여기는지

자르자고 해도 안 자른다.

가끔 집에서 머리띠를 하면 내 눈에는 안정환 선수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읽고는 또 멋진 자세를 만들어 보이기도 하는 은창이...


추석특집으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다가 마지막에 형이 죽는 장면에서

가슴이 터질 듯이 우는 은창이를 껴안고 울지 말라고 말했지만

눈물이 메말라가는 세대에 끝까지 울 줄 아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마음과 몸이 바빠 그 보석같은 말을 남기지 못하고 그것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기 일쑤지만

그것이 또 무어 그리 대수랴...

그 때 그 자리에 나와 은창이가 즐겁고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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