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이방] 엄마..책이 고파요..,2학년이 된 은창이의 하소연..(060315) 2006-04-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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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서관 가는 길이랍니다...
 
 
3월 은창이는 2학년이 되었다.
아이보다 엄마가 설레였던 초등학교 1학년이 그야말로 훌쩍 지난 것이다.
처음 유치원 선생님과는 사뭇 다른 선생님으로 조금은 긴장도 했던 기억이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1학년 때 선생님은....천사였다..ㅋㅋ)
 
2학년이 되어서 만난 무서운 선생님으로 은창이는 허구헌 날 눈물바람이다.
이제사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어제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인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어머니 말에 위로와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좀 두고 보세요...오히려 그런 선생님이 쿨하고 좋을 수 있어요.
학기 초에 아이들 군기 잡느라 일부러 그러실 수 있어요..."
 
2학년 아이들 군기를 잡는다....
내게는 마냥 어여쁜 자식이지만 40여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교육해야 하는 선생님 입장은
얼마나 어렵고 고달프랴 싶기도 하다..
 
하긴...한달이 채 안된 이 시점..
은창이는 군기가 확실히 잡히긴 했다.
 
맨날 8시 40분까지 오라는 학교엘 20, 25분에 나가고 어느 때는 30분에 나간 적도 있다^^;
(학교까지 아이 걸음으로 약 15분 쯤 걸린다)
그러던 은창이가 10분이면 칼같이 나서고 조금 지나면 늦는다고 울기 시작한다...ㅠㅠ
 
개학하고 이틀 준비물을 안챙겨 공개적으로 혼쭐이 나더니
매일밤 책가방을 몇번씩 확인한다..
선생님은 준비물 안챙겨 오는 아이를 가장 싫어한단다...^^;;;;;
 
개학하기 바로 전날 은창이는 새 마음으로 예쁘게 머리를 다듬고 갔는데
머리가 엉망이라고 했단다...
은창이는 아주 예쁜 고수머리라 지난 학기부터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은창아...그거 너 보고 한 말인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딱 나랑 눈 마주쳤을 때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는데..."
그날 저녁 조금은 화난 마음으로 동네 미용실에 가서 스포츠머리로 밀어달랬다..ㅠㅠ
(그런데...전화위복이라고..차승원 스타일이라나...음. 마음에 들었다^^ 몸만 만들면 된다..ㅋㅋ)
 

   

매사가 이런 식인데 2학년이 되어서 눈에 뜨이게 달라진 것이 바로 숙제다.

1학년 때는 숙제가 거의 없었는데 매일 숙제다.
물론 그 양이 많지는 않지만 아이나 엄마가 초긴장 상태에서의 숙제란 양이 문제가 아니다.
알림장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동안 은창이는 내가 어렵게 찾아낸 두툼하고 낱장낱장이 꽤 두꺼운 스트링노트에 일기를 써왔다.
이런 일기장이 벌써 네권째인데 그래서 스스로 꽤 으쓱해하곤 했는데
은창이는 잘 쓰던 그 일기장때문에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유는 선생님이 안좋아하실 것 같아서였다...
 
이번 주부터 매주 수요일에 일기 검사를 하는데
처음에는 그 일기장으로 일기검사를 받고 선생님이 안된다 하면
왜 그 형식이 딱 잡힌 일반 일기장에 쓰자고 은창이랑 입장?을 정리했다.
그런데 어제 그 학부모가 그냥 일반 일기장에 쓰게 하라는 말에 발목이 잡혀
그동안 쓴 3월분 일기를 옮겨 적도록 한 것이다...
물론 어떤 날은 빼먹은 날도 있지만 열흘 정도의 일기를 옮겨 쓴다는 게 쉬운 일인가..
왜 처음에 쓴 일기를 옮겨 붙일 생각을 못했는지...
그렇게 숙제 일기를 오늘 아침 가져갔다...
 
지난 금요일...밤.
다음 날은 첫 놀토였다.
은창이는 우리집 도서관에 입실했다.
한참 조용하길래 들여다 보았다.
전래동화를 쌓아놓고 읽고 있었다.
한쪽 다리 세우고 한쪽 다리 꿇은 자세가 변함도 없다...
한 권을 읽고 옆으로 치우고 또 그렇게 계속...
장장 2시간을 꼼짝도 안하고 서른권을 넘겨 읽더니 그제야 일어선다.
"휴...잘 읽었다....엄마..저 내일은 깨우지 마세요...학교 안가는 날이에요..."
그리고는 픽 쓰러져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2학년이 되어서 마음놓고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매일 피아노학원, 주2회 수영, 주1회 재* 수학, 아는 동생이랑 함께 하는 독서수업(엄마선생님^^)
그러나 그보다는 군기 잡힌 2학년의 삶이 고달팠던 것이다.
나도 어느새 숙제,,,,준비물,,,,노래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겨우 아홉살 2학년...인생이 참 애처롭다..
 
나 어렷을 적에는 진짜로 했던 여러가지 일들..
봄이면 냉이와 쑥을 캐고
여름이면 개울에서 놀고
가을이면 가시에 찔리는 지도 모르고 알밤을 까고
겨울이면 수북히 쌓인 눈과 뒤엉켜 놀았던 것을
아이는 기껏 책을 통해 만난다..
그리고는 신기한지 묻는다...
"엄마도 이렇게 놀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신기한 시간조차 부족했던 것이다...
책이 고팠던 우리 은창이...
 
뭐...사실 내가 좀더 신경쓰고 부지런을 떨면 된다...
나 역시 은창이의 2학년에 부대껴서 정신을 못차리긴 했다...
은송이 유치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욱 그랬고
동반자와의 사소한 불화가 정신 없는 나를 더욱 부채질을 했고...
 
은창이도 이제 차츰 익숙해져간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더없이 안쓰럽게도 느껴지지만
홈스쿨 1년의 어떤 경험자가 말한대로
'공교육의 특혜'를 거부할 자신이 내게는 없다...
선생님이 곁을 안줄 정도로 무섭다는 것 한 가지때문에
그런 엄청난 일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소시민인 것이다..
 
그래도 오빠인 은창이는 어제부터 은송이를 데리고 학교엘 간다.
은송이가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된 까닭이다.
의외로 두 녀석 모두 좋아하는 눈치다..
다만 늦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은창이때문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기는 하지만...
 
3월이다.
오누이네는 격동의 3월이었다.
그래도 둘러보니...모든 문제가 그 중심에서 빠져나오니 조금 여유롭다...
늘어난 것은 건강때문에 끊었던 커피를 들이키느라 쌓인 커피잔들과
내 늘어나고 축 처진 뱃살이다..
3월부터 커플액서사이즈를 하자던 남편은 여전히 꿈나라이다..
 
1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2학년 형님이 된 아이들...
그 좌충우돌의 시간에 서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주자고요...
 
근처에 진달래 동산이 있다..
꽃이 피면 함께 가봐야지...야무진 계획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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