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방] 한옥에 살어리랏다(070815) 2007-08-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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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책벌레 책읽는 엄마 코너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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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삼백쪽이 훌쩍 넘는 책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한옥의 그 곱고 단아한 자태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그 두꺼운 책을 한자리에 앉아 한번에 보기에 아까워
근처 마실 갈 적에도 끼고 다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한 꼭지를 보고..
본 곳을 다시 보기도 하면서 ... 그렇게 보았네요^^
막연히 우리 것이 좋지...하던 심정이었던 것이 이 책을 보면서
우리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고 자랑스러운지 절감했습니다.
 
한옥은 살아있는 집입니다.
살아서 어여쁜 모습을 뽐내기도 하고 살아서 끙끙 아프기도 합니다.
사는 이의 마음을 즐겁고 슬프게도 합니다.
사는 이의 다정하고 살가운 손길이 계속 필요합니다.
 
한옥은 불편함 조차 감수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건 단지 참는 소극적인 마음이 아니라 불편함 뒤에 숨어 있는 여유를 누리는 적극적 자세입니다.
그저 척 보기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느림과 예의 미학을 자연스레 몸과 마음으로 익힐 수 있습니다.
공간의 효율성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지혜로움을
마당 한켠에 떡하니 자리잡은 소나무 한그루가 배시시 알려줍니다...
 
소개한 모든 집이 한옥이지만 하나같이 자신만의 색과 빛이 있어 어느 것이 더 좋다하기에도 망설여지지만
그런 망설임을 비집고 마음에 남는 몇 집은...
삼호당, 만산고택, 송소고택, 최순우 옛집, 북촌문화센터, 혜화동 사무소 였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한옥을 활용한 상업건물은 빠져있네요^^;;
그건 안주인(아이구 쑥쓰러워라...)의 입장에서 살고싶다 하는 한없는 동경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삼호당은 학고재의 운영자 집이랍니다.
전에 우리가 읽었던 도자기 관련 책이 아마 학고재 책이지요?
출판인 집답게 넓은 서재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삼대가 모여산다는 것도 한옥의 맛과 멋을 더하구요..
 
만산고택은 우리가 아는 한옥의 전형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소개된 주거용 집들이 서울 북촌의 도시형 한옥이 주류라 오종종하니 살가운 맛이 크지만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만산고택은 실로 확 트인 자연에 자리잡아 시원한 여유로움이 가득합니다.
송소고택은 바로 이런 것들을 활용한 한옥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니
언제 한번 우리 책벌레 식구들 뭉쳐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최순우 옛집은 단아한 박물관 형태이며,
북촌문화센터는 한옥동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혜화동은 이름만으로도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성균관대학교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학교가 뿜어내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 탓이려니 했는데
혜화동 사무소에 이르러서는 진짜 감탄이 절로 났습니다..
국내 최초로 동청사를 한옥으로 한다는 발상은 멋지지만 그것을 실제로 옮기는 일은
도시계획과 건축에 문외한이 저조차도 갸우뚱하는 일이거든요..
오고가는 발걸음이 상당하고 문화공간의 기능이 많아진 요즘의 동사무소의 기능도 무시할 수 없구요..
하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으니...
민원인들과 공무원 모두 자신들의 공간에 강한 자부심이 있더군요..
왜 아니겠어요...등본 하나 떼러 동사무소에 갔는데
그곳에서 우리네 문화의 정겨움과 푸근함을 맛보는데요..
또 문화공간 부족은 근처의 다른 기관과의 연계로 해결했구요..
 
책을 다 읽느 마무리에 은창이에게 묻습니다.
"은창아, 너 집짓는 사람 안될래?"
책은 묘미는 하나의 단순한 지식에 있지 않고
책에 주는 지식과 감흥이 어우려져 내 몸과 마음에 녹아 하나의 작은 샘이 되어 흐른는데 있습니다..
여전히 한옥의 안주인이 되기에는 어렵지만 한옥의 아름다움과 편함, 보이지 않는 숨은 매력까지
담뿍 안았으니 어디 사는 곳이 중요한가요?
한옥에 살지 않아도 한옥이 주는 마음의 여유과 단정함을 얻었으니
이 아니 좋겠냐구요....ㅎㅎ
 
한옥아 한옥아 더욱 활짝 피어라..
우리네 오천년 삶을 담은 한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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