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씨를 쓰는 이유...2002/12/16 2003-05-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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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은 제가 한문서예를 배우러 가는 날입니다
이번 학기가 두학기째, 그러니까 이제 4달째 접어들고 있네요
문화센터에서 17개월부터 놀이방이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전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울 천방지축이 18개월이 되자마자 등록을 했지요
근데요...이것이 적응을 못하고 엉엉 울어대는 겁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이왕 시작한게 아까워
제 오빠 다니는 어린이집에 월요일만 맡기기로 하고
엄마는 신나고 가뿐한 월요일을 즐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석달동안 얻은 건 감기끝에 온 중이염이었으니
소심한 엄마마음에 두번째 학기는 고민을 아니 할 수 없었지요
함께 서예를 배우는 언니가 이제 데리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한두달 고생한다 생각하고 시도해 보라고,,,
그래서 삼주전부터 업고 다니기 시작했답니다
첫주,,,무슨 상황인지 인식하지 못한 것이
그래도 놀이방에서 비디오도 보고 흔들말도 타고 잘 놀더군요
그래서 아싸! 성공이다 싶었죠..
둘째주,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울 딸의 울음소리...
언니가 그냥 모르는척 하라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가보았더니
놀이방에 계신 분이 안고서 달래주고 있더군요
마음을 다잡고 교실로 돌아와서 세글자 쓰고 화장실 나가려고 나오니
놀이방아줌마가 하도 울어서 루돌프사슴코가 된 천방지축을 업고 있더군요
너무 미안해서 제가 업고 화장실 갔다가 교실로 왔네요
엄마품이 좋았는지 달래주니까 금방 잠이 들더군요
언니가 얼른 빌려온 유모차에 태우고 정신일도 하사불성 자세로
남은 삼십분동안 글씨를 썼습니다
모두들 돌아가는데도 아이가 깨지 않길래 또 언제 쓸지 기약할 수 없는 관계로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글씨를 썼습니다
오늘이 세째주...마을버스를 탔는데 아이가 졸기 시작하는 겁니다
안되는데...벌써 자면 안되는데...
하지만 엄마등에서 포근히 잠드는 아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교실로 와서 글씨 쓸 준비 다 하고 유모차 빌려 내려놓으니 깨더군요 에궁..
놀이방에 갔지만 제 무릎에서 내려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데리고 교실로 와서 제 옆에 의자놓고 앉혔더니
어리버리한 가운데 얌전히 앉아있더군요
함께 글씨 배우는 할머니 한분이 누룽지를 튀겨오셔서 그걸 주었더니
오드득오드득 씹어먹더군요
한동안은 조용히 앉아있어 불안한 가운데서도 글씨를 쓸 수 있었지요
근데 그게 얼마나 가겠어요.. 놀이방도 싫다 의자도 싫다...
울지 않는게 다행이다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요,,
그래도 함께 글씨 배우는 분들이
모두 할머니에 저보다 나이가 다 있는 분들이다보니
예뻐하시고 이해해 주셔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어느 할머니 한분이 그러시더군요
"대단해 애업고 이걸 배우겠다고 매주 오는걸 보면..."
근데 그게 꼭 칭찬으로만 들리지 않는 까닭은 왜 일까요?
엄마 욕심에 아이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뭐 대단한 걸 한답시고 설쳐대는 건 아닌지...뭐 이런저런 생각때문이지요..
그래도 계속하려고요 일단 시작했으니까 하는 생각뿐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비용도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기 때문이에요
비록 몸도 고되고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는 않지만
저는 월요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대가를 꿈꾸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그저 좋을 따름입니다
울딸이 좀 고생이 되겠지만 감기걸리지 않게 잘 업고 다니고
더 많이 예뻐해주려는 마음으로 미안함을 대신할까 합니다

애랑 나가는 날 눈오는 것보다 비오는 게 참 싫은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네요
그래도 즐겁자고 자꾸 생각하니 그딱 나쁘지도 않네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게 참...

한 이십년쯤 뒤에 제가 개인전을 혹시라도 하게 되어 쑥쑥에 알리면 오실 분 있으실라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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