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 bloomer의 비밀 2012-05-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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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책 읽는것을 싫어한다고 걱정을 하니

주변 친구들이 자신들의 남자 형제 이야기를 해주면서 격려해주었다.

 

한 친구의 남동생은

늘 책을 읽던 자신과는 달리 누나 옆에 앉아 책을 찢고 있었단다.

그런데 중학교 올라가서 철이 들더니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수학, 과학에서 탁월한 성적을 내고

영어도 책 안읽고 문법 공부로만 승부해서 좋은 성적을 내서

Y대 공대에 입학을 했단다.

 

또 한 친구의 남동생 역시

어릴적에 얼마나 어리버리했던지

늘 책에 낙서나 하고 선생님 지시도 잘 잊어버리는 지진아였단다.

그런데 그 동생이 중학생이 되어 갑자기 공부를 잘 하게 되어

S대 건축과에 입학을 한후

현재 미국에서 공학 계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두 남자형제들 모두 어려서부터 기계를 좋아하고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닐때 두각을 나타내기는 커녕 학습장애는 아닐까 하고 걱정을 했던 아이들었다.

왜 이들은 late bloomer가 된 것일까??

 

최근 난독증 책을 읽으면서 late bloomer의 비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난독인 아이들 가운데 공간적 능력(spatial skill)이 좋은 아이들이 많다.

이들은 머리속으로 3차원 사물을 떠올린후

그것을 입체적으로 회전시키면서 다각도로 바라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계 구조나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등 공간 능력이 필요한 영역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며 산다.

실제로 건축학과나 미술대학 학생들 가운데

본인이 난독증이 있었거나, 가족중에 난독증이 있는 경우들이 참 많다고 한다.

 

이들은 공간적 능력이 비상한 반면

이렇게 사물을 회전하는 기술이 지나치다보니

글자나 숫자, 혹은 심지어 일반 사물을 볼때에도

자기도 모르게 그 대상을 회전시켜보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면 이들은 글자의 방향감을 잃게 되어

알파벳을 사용하는 영미권 아이들의 경우 b/d 혹은 p/q처럼

거울처럼 서로 상반된 모양을 가진 글자를 구별할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레오나드드 다빈치의 거울영상을 가진 글씨들을 떠올려보라.

그는 글씨뿐만 아니라 스케치나 설계도까지도 거꾸로 뒤집어서 그림을 그렸다)

 

게다가 이들은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자기 머리속의 복잡하고 많은 양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려면

일종의 '번역'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뇌안에서 이러한 이차적 과정이 발달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등학생 시기에서는 읽기와 쓰기도 제대로 못하는 output이 나쁜 지진아로 취급되기 쉽다.

이들이 자신의 사고를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수월해지는 성인기에 이르게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안에 있는 것들을 외부로 표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late bloomer로 보이는 것이다!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생각들은 대체로 비언어적인 것이라서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다보면 원래 생각의 일부밖에 드러낼수 없다고 말했단다.

 

여기서 '비언어적' 이란 표현을 주목해서 살펴보자.

우리는 '비언어적'이라고 하면 대개 시각적 이미지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난독인 수학자는 매듭을 만지면서(촉각을 이용) 확률의 중요한 개념을 발견하기도 했고,

어떤 난독인 조각가는 흑백톤의 일회성 기억을 통해 그 형태와 위치를 정확히 떠올리기도 한다.

비언어적이라는 말 안에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촉각, 후각, 위치 감각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대개 언어적 영역만이 부각되기 때문에

이러한 비언어적인 능력들은 간과되기 쉽다.

따라서 난독인들은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릴때 읽기와 쓰기와 관련된 각종 좌절감과 모욕등을 기억하게 된다.

 

혹시 자신의 아이가 평균적인 아이에 비해 읽기와 쓰기가 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아이안에 있는 다른 장점들은 어떠한지 살펴보라.

작문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자신의 머리속에 떠오른 비언어적인 그림이나 생각들을 적절한 말로 번역하는것이 어려워서

한글자도 적을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읽기가 느린 아이라면

글자를 볼때 그 방향감을 잃고 혼란스러워져서 오랫동안 책을 들여다볼수 없는 아이일수도 있다.

아이가 부진하다면 그것은 노력의 부족이라기보다

아이의 뇌가 그것을 수행하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참으로 공평하신것 같다.

어느 능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능력으로 그것을 상쇄하며 살아갈수 있도록 선물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 선물이 남들 눈에 그럴듯하지 않다 하더라도

부모는 그 아이의 치어리더가 되어 장점을 부각시키며 끊임없이 격려해주어야 한다.

 

Y대, S대가 아니어도 좋다.

아이가 자존감을 갖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살고

자기 삶에 대해 책임감과 성실성을 갖고 살게 된다면,

거기에 본인의 창조성까지 잘 발휘해서 살아갈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남들 30분안에 끝낼 숙제를 1시간 넘게 붙잡고 있는 아들과 지지고 볶는 것이다.

책 읽자고 하면 화내면서 헐크 놀이 하자고 징징거리는 아들한테 트집잡혀 쩔쩔매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을 적고나면 나의 가증스러움에 얼굴을 숨기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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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h맘 2012-06-27 10:18 
잘 담아갑니다.
초코바닐라 2012-06-13 10:56 

이글읽는  순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딱 우리 아들이라........

어제도 3학년인 우리 아들 영어공부하다 잡았거든요

이런 사실도  모르고 죄없는 아이만 닥달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답답하던 가슴이 뭔가  좀  뚫어지네요

현실보다  아이에게 촛점 맞추어 인내하고 기다려 봐야겠네요

좋은정보 너무 감사합니다~~

 

   

  

유쾌한복덩이 2012-06-07 20:29 

아니 이런 아이들이 ...

제아이도 Later bloomer이었음 좋겠네요.

책을 싫어합니다.

Later bloomer는 많지 않겠죠??

하여간 부럽습니다~~

개구쟁이맘 2012-06-08 12:16:05
제 둘째도 책을 싫어해요.
왜냐하면 세상에 재미난 것이 너무 많으니까요.
호기심이 굉장히 많고, 특히 '물건'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저 물건은 뭣에 사용되는걸까? 저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것일까? 등등..
어른들은 그냥 지나칠법한 것들 하나하나에 관심이 많아 그것들을 생각하냐 머리속이 복잡해요.
근데도 전 책을 좋아하니까 둘째한테도 자꾸 그걸 강요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려구요.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책은 하나의 방편일뿐이고,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사고의 과정 및
행동력이라고 생각해서요..
사실 모든 아이들은 late bloomer에요!
그 아이만의 독특함을 바라보고 그걸 소중히 꽃피우게 도와주는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커리어 2012-06-03 14:02 
그런 아이들을 이해할수있는 좋은글이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다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매일 뭐시켜라.. 상담소 가봐라..치료받아봐라.이런 주문들만..하신다는데..

하지만 어찌보면 제 아이도 Late bloomer였음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ㅎㅎ한방향이라도 뛰어나길 바라는마음.^^
개구쟁이맘 2012-06-04 09:30:38
late bloomer 인 아이와 부모가 흘리는 눈물을 아신다면 그렇게 말씀하시기 어려울겁니다.
우리는 위인만 언급하지만 late bloomer이면서 평범한 아이들도 더 많아요.
그렇지만 어느 아이라도 자기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아이가 굳이 뛰어나지 않아도 굳이 주목받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가길 응원하는거죠.
blessy 2012-05-11 08:56 

요즘처럼 초단위로 휙휙 변해가는 세대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late bloomer로 자라주는 것은 정말 힘든 과정이지 않을까 싶어요.

시대를 역행하면서.. 그렇지만 나중엔 시대를 창조해가는 사람이 되는거겠죠?

한국에서도 대학의 레벨에 연연하지 않고. 자존, 책임, 성실, 창조성을 두루 갖춘 천재들이

많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부의 흐름에 반응하지 않고.. 나 죽었다. 나는 없다. 내 아이는 나중에 태어난다.. 중얼중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개구쟁이맘님 .. 화이팅 !!!!

 

개구쟁이맘 2012-05-11 15:26:53
제가 위에 예시로 든 남자형제들은 약 30년전 모습들이에요.
그때만 해도 좀 늦된 애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유연했던것 같아요.
사실 부모들도 먹고 살기에 바빠 지금 저희들처럼 애들 공부를 주제삼아 연구(?)하지도 않았구요.
말 그대로 기본적인 것만 부모들이 해주면 나머지는 애들이 알아서 살았죠.

시대가 달라지고 아이들 수가 적어지다보니 부모들의 조바심도 더 커지는것 같습니다.
며칠전 큰애가 우리집에 아들만 10명이라면 준수는 지금처럼 엄마한테 어리광 못부릴거라 하는데
뭐, 10명이 아니라 3~4명만 되어도 아이들끼리 알아서 크겠죠.
-4남매의 막내였던 저도 언니, 오빠 어깨너머로 배운것이 많았으니까요.

블레시님~ 오랫만에 오셨네요.
우리 같이 마음 수양하며 아들들 잘 키워봐요~~
dkcarrot 2012-05-10 23:50 

어머..전혀 생각 못해본 이야기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잘 읽었씁니다~

개구쟁이맘 2012-05-11 15:27:37
그냥 이런 애들도 있다는 얘기에요.
사실 사람은 모두 다 다르니까요. ^^
살구되기 2012-05-10 14:37 

그렇군요...

"아이의 치어리더"

엄마의 역할, 다시 새겨봅니다.

개구쟁이맘 2012-05-11 15:27:13
저도 다시 새겨봐야합니다.
아들만 보면 속터지고 잔소리해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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