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서투른 아이 2012-12-17 15:22
2854
http://www.suksuk.co.kr/momboard/BFA_086/2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밤 9시에 아이들이 팥빙수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공부하라는 내 말을 어겨서 기분이 나빠서 안만들어준다고 했더니

큰애가 신이 나서 "그럼 우리가 만들면 되지!"하고 동생이랑 부엌으로 달려갔다.

 

작은애가 제빙기를 찾아 나보고 꺼내달라고 했다.

내가 내려주니 얼음 받아서 제빙기로 갈았다.

그 사이 큰애는 그릇을 꺼내고 팥빙수 재료도 꺼냈다.

자기들끼리 서로 대화하며 팥빙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애: 형! 형은 왜 그렇게 지저분하게 만드냐? 난 안그런데.

큰애: 내가 좀 이런거 하는게 서툴어서...

작은애: 으이구. 실수쟁이라서 그래. 엄마 닮아 그런가보다.

 

다 만들고 애들이 날 불렀다.

내가 맛있다고 칭찬해주니 큰애가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일을 할때 쩔쩔 매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꼭 내 모습같아서 미소가 나왔다.

 

나: @@야. 누구든지 처음 할때는 다 어려운거야. 자꾸 하다보면 쉬워져.

    다음에도 너희들이 팥빙수 만들어주렴!

 

남편은 처음 하는 일도 꼭 여러번 해본 사람처럼 잘 한다.

그런데 나는 처음 하는 일은 보통 사람의 몇배로 쩔쩔 매면서 힘들어한다.

남편 닮은 작은애와 나 닮은 큰애가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눈앞에 쫙 그려진다.

큰애는 내가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살듯,

자기를 잘 도와줄수 있는 눈썰미 좋은 아내를 맞아야 할 것이다.

 

 

---------------------------------------------------------------------------------------------

 

블로그를 뒤적이다 예전에 적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큰애는 뭐든지 서툴은 아이인데, 그 모습이 꼭 제 어릴적 모습같아서 영화의 한장면처럼 겹쳐질때가 참 많습니다.

실제로 저는 어릴적에 공부를 제외하고 뭐든지 서툴어서 늘 부모님이 "어즙은 아이"란 꼬리표를 달아주셨습니다.

게다가 4남매중 막내이다보니 조금만 힘든 일이 닥치면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많아서 더욱 의존적으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어른이 되어 절 닮은 아들을 보니

왜 그렇게 서툴기만 한지 이제 좀 알것 같습니다.

 

일단, 큰애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외에는 통 관심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자기 짝꿍 여자아이 이름도 모르고, 반 애들중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애는 절반도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몇시간이곤 떠들수 있지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상황앞에서는 또래에 비해 참 어리고 서툴기만 합니다.

 

반면에 작은애는 늘 주변을 관찰하고 탐색하고 그것에 대해 논평하기를 좋아합니다.

유치원 친구들의 성격과 패턴을 다 파악해서 각각 어떻게 대해야할지 벌써 다 압니다.

몇달전엔 제가 주말 오후에 졸리워서 "커피 마시고 싶다~"하니까

작은애가 벌떡 일어나서 직접 커피포트에 물을 데워 커피 믹스를 뜯어서 커피를 타왔습니다!

 

이렇게 저나 큰애같은 타입을 문학쪽에서는 "세상살이에 낯설은 사람(stranger)"라고 표현하더군요.

몸은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세계는 다른 곳에 속해있다는 의미죠.

선천적으로 눈썰미가 없고 세상 소소한 일에 관심이 없다보니 일상은 늘 낯설고 힘들기만 하고

게다가 이상주의를 추구하는 기질이 강하다보니 더욱 더 세상을 바라보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상주의자는 현실주의자와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부부 또한 이상주의자인 저와 현실주의자인 남편이 만났어요.

제가 남편을 보며 복잡한 상황을 잘 풀어가는 문제해결 능력과 안정감을 느꼈다면,

남편은 저를 보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꼈던것 같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그냥 이뻐서 좋다고 말했지만 제 추측에 그런것 같아요. ^^)

 

아마 나중에 며느리를 본다면,

큰 며느리는 여우과 아이, 작은 며느리는 저랑 비슷한 아이가 들어오게 될것 같아요.

-부디 착한 여우 만나야 할텐데... 앞가림 못하는 큰애가 걱정입니다. -.-;;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학업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큰애가 더 두각을 드러내는듯 합니다.

(아직 어린 것들 데리고 벌써 이런 말을 한다는것이 어불성설이지만요...)

작은애는 공과 기질이 강해서 언어과 관련된 학습은 영 싫어하네요. 그저 손으로 하는것만 좋아합니다.

아니면 작은애는 너무 세상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고 머리속이 복잡해서 학습을 할 여지가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storybook 균일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