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아들 2013-03-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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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저희집 풍경입니다.

 

작은 아이(8세)가 "엄마, 까페 분위기 해보자!"하는 겁니다.

작년 가을에 이사온 후, 간혹 거실에 보조등을 켜고 온 가족이 소파에 둘러앉아 녹차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할로겐 노란 불빛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나봅니다.

 

사실 저희집은 개구쟁이 아들 둘이 살기 때문에 한시도 조용할 때가 없습니다.

집안이 조용할때는 두 아이 중 한명이 밖에 나가 있을 때입니다.

둘이 같이 있으면 대화가 두번만 오가도 바로 말싸움에서 몸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늘 화약고와도 같습니다.

 

다행히 작은 아이가 그런 제안을 했을때 큰 아이는 방에서 책을 읽고 있어 조용했습니다.

남편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를 해서 피곤에 쩔어 자고 있었구요.

 

작은 아이가 씽크대를 뒤져 녹차통과 녹차 주전자와 찻잔을 꺼냈습니다.

저는 주전자가 깨질라 아이를 뒤따라 갔구요.

물을 올려놓고 녹차 주전자안에 녹차 가루를 넣었습니다.

뭐든지 유심히 보는 작은 아이가 녹차 주전자안에 그물망이 원래부터 있던 것인지 새로 사온 것인지 물어봤씁니다. 마침내 물이 끓어서 주전자 안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 사이 작은 아이는 거실의 불을 다 끄고 노란빛 보조등만 켰습니다.

그리고 탁자 위를 치우고 봄꽃이 활짝 핀 작은 화분을 올려놓았습니다.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낭만적일까?' 속으로 신기해하며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쟁반위에 녹차 주전자와 찻잔 두개를 올려놓고 거실 탁자로 향했습니다.

음악이 필요해서 핸드폰에서 피아노 곡을 검색해서 틀어놓았습니다.

 

야아~ 이제 완벽한 까페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아이와 저는 너무 행복해서 그 평화를 즐겼습니다.

녹차를 한모금 마신 아이는 맛이 쓰다며 냉장고로 향하더니

금새 아이스크림 두 그릇을 담아서 수저와 함께 들고 왔습니다.

저는 작은 아이의 센스와 서비스에 놀라 행복한 탄성을 질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둘에게 참으로 잊을수 없는 추억이 또하나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먼 훗날에도 이리 엄마와의 티타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이가 속썩이고 말안듣더라도 오늘의 이 시간을 기억하며

아이를 여전히 소중히 여길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잠들기전에 작은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나 오늘 엄마가 화내지 말라고 이렇게 해준거야.

 엄마는 늘 잠들기전에 우리한테 화내쟎아. 떠들지 말고 얼른 자라고."

아이의 속깊은 말에 또한번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볼에 뽀뽀해주자 아이는 잠시후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두 아들 육아로 제 심신이 굉장히 지쳐있답니다.

지난 주에도 교회에서 많은 분들에게 기도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가는 중에 기적같은 순간들이 찾아오네요.

말 안들을때는 그렇게 밉던 아들들이었는데

오늘은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았나 싶게 이쁘고 사랑스러워지네요.

 

인생은 대부분 힘든 일 투성이지만

이렇게 잠시 잠깐의 기쁨덕분에 또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되나봅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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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2013-03-20 12:38 
머릿속에 평화롭고 행복한 그림이 그려지네요^^
힘들어도 그런 잔재미에 다들 자식키우나봐요.
보송한 준수가 벌써 그렇게 커서 엄마에게 기쁨을 선사하다니.
키워서 품에서 떠나보낸 후에도 그런 시간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저희는 아파트의 전망이 좋아서 (개구장이맘님 오셨던 난지천 공원)
여름엔 베란다에 돗자리깔고 카페분위기로 만들어서 저녁먹기도 해요.
공원에 가로등 켜지면 제법 운치가 있더라구요.
요즘 저희집은 제눈의 콩꺼풀이 벗겨져서 림이랑 종종 부딛혀요.
남편이 사춘기되면 둘이 많이 싸우겠다 그래요.
둘째 가지려고 무던히 노력해도 안 생긴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아요.
신이 각자 그릇만큼의 자식을 점지해 주시는 듯 해요.
개구장이맘님은 감당할수 있는 그릇이 크셔서 아들 둘 받으셨을 거예요.^^
올해는 준비중인 일이 있어 더 바쁘네요. 
머리속에 지금 일. 교육. 앞으로의 일로 모터 세개가 동시에 돌아가요. 
일상에서 소소한 빵구가 수도 없이 나요. 
그래도 잘 풀리면 몇개월 쉬면서 재충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림이 출산때 한달 빼고는 쉬어본 적이 없어 기대 만땅이예요. 잘 풀려야할텐데...
사춘기되어서 전쟁벌이기 전에, 집에 오는 아이 간식해놓고 맞이해주고,  
손잡고 낮에 공원 산책다니며 수다떠는 행복한 시간들을 많이 가져두고 싶어요. 
이런 저런 소식 쪽지로 댓글로 또 전할께요. 여기 뒷골목에서 수다 떨수 있어 좋네요.^^
개구쟁이맘 2013-03-20 14:11:32
로빙화님~ 반가와요!!
제 그릇이 넓어서가 아니라
억지로 그릇이 넓혀지는 혹은 찢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답니다. ^^;;
작년까지 세째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쬐금 했는데
포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애까지 학교에 들어가니 정말 바쁘네요.
계속 두 애들 스케쥴에 학습 준비물 숙제 챙기냐 정신이 없어요.
둘째는 좀 알아서 해줄줄 알았더니
이놈도 형의 1학년 시절과 별반 다를바 없어
결국 저만 두세배로 죽어나고 있어요. T.T
아이들이 자립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저는 너무 마음이 약해서 남 훈련을 못시키나봐요.
조금은 모질게, 조금은 악랄해지기도 해야하는데 말이죠. 에휴~

올해 애들 교육의 목표가 기본생활습관 잡기에요.
4학년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
제가 며칠전 윤돌이한테 "이제 4학년이 달라져야 하지 않니?"하고 몇가지 당부의 말을 했더니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에요.
"엄마, 그 말은 매년 하는것 같아. 작년엔 이제 3학년이니 달라져야 하지. 1학년때는 초등학생 되었으니 달라져야 하지. 이제 중학생 되어도 똑같이 말할 것 같은걸?" (꽈당~)

아이들이 커가니 전같으면 대꾸도 못할 일에 일일히 대꾸하죠?
아마 로빙화님도 그래서 림이랑 많이 싸우실거에요.
근데... 사실 그게 정상이에요.
전 너무 친정엄마랑 안싸우고 제가 백기 들고 착하게만 자라서
주장하고 싸우는것을 못해요. 그러다보니 아들 육아에도 힘을 발휘하지 못해요.
부모와 그렇게 싸워보고 갈등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이 자아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

그나저나... 일터를 정리하고 좀 쉬시려나보군요.
저는 직장일이 부업이고 아들 뒷바라지가 주업인양 살고 있어서
로빙화님처럼 그렇게 도전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참 부럽고 대단해보여요.
부디 계획하신 일 대로 잘 풀려가면 좋겠네요!

아이와 평일에 공원에서 산책하기.
모든 직장맘들의 로망이죠~
전 다행히 3년전부터 파트로 일해서 간간히 그런 소망을 이뤄보긴 했는데
녀석이 너무 정신없이 굴어서 도리어 아이랑 더 싸우고 갈등만 증폭되었어요. T.T
나중엔 윤돌이가 저보고 그냥 늦게 오라고 하더군요. ^^;;

역시 딸이 좋아요~ 엄마랑 친구처럼 지낼수 있고 코드도 잘 맞고...
딸을 키우며 자신의 유년을 되돌아보며 행복한 추억에도 잠길수 있을테고. ^^

아들들은 늘 사차원.
어제도 친한 학교 엄마들과 만나 사차원 아들들 흉을 한참 보았네요. ^^

모쪼록 좋은 봄날 되세요~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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