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생명들 사이의 일체감과 경이로움
208쪽이나 되는데다가, 세로쓰기라서 책장도 반대 방향으로 넘겨야 하는 《염소 시즈카》는 읽기에 그리 수월한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속 깊고도 자연 앞에 겸손한 작가의 세계관이 켜켜이 포개져 숨 쉬고 있습니다. 무심한 듯 강렬하게 파고드는 작가 특유의 화법 속에 툭 툭 던져 놓은 메시지는 책장을 덮었을 때 비로소 큰 울림이 되어 옵니다.
도시 아이들에게, 시간과 돈을 들여 일부러 찾아가야만 맞닥뜨릴 수 있도록 허락된 ‘자연’은 강요당한 찬미라거나 일방적인 관람, 혹은 지겨운 공부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과 맺을 수 있는 관계도 한정적이지요. 작가가 특별할 것 없는 나호코네 식구의 일상과 사건들 속에 숨겨 놓은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현장 취재][아름다운 책 이야기]치열하게 살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연, 그 펄떡거리는 생명을 이야기하다 - 『염소 시즈카』 다시마 세이조
왠지 후련한 느낌을 주는 글이다. 작가 강연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말을 했는데, 그때는 별 감흥 없이 들었다가 나중에 책을 다시 뒤적거리며 이 대목이 전하는 숱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참으로 의연한 염소의 삶의 방식이 새삼 감동적이었다. 나 자신, 마치 자식의 삶이 내 것인 양 아등바등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되었다. 작가는 이런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향해 그림책을 썼다고 했다.
7월 5일 한겨레신문사.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이야기>의 세 번째 행사라고 했다. 신촌의 한겨레교육센터와 헛갈려 행사 시작에 임박해 도착했더니 자리가 다 차 있었다.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해 앉았는데, 옆 자리에는 작가의 팬인 모자가 앉아 있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라고 했다. 1981년부터 나온 시즈카 이야기 일곱 권을 합본해 이번에 책이 나왔는데, 덕분에 한 번에 시즈카를 다 누릴 수 있게 된 독자들은 매우 반가워했다.
그림책이 된 그림일기
1940년생인 작가는 딱 내 부모 연배이고, 그가 펼쳐놓은 이야기들은 내가 내 부모에게서 들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작가는 가난한 시대에 유년을 보낸 세대로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쌍둥이로 태어난 작가는 별다른 친구 없이 형과 싸우며 형과 놀았다. 하천에서의 낚시는 놀이이기도 하고,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이기도 했다. 제법 큰 물고기를 잡으면 물고기는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펄떡거리곤 했는데 그 몸짓이 지금까지도 생명력이라는 느낌으로 남아 있다. (작가는 ‘펄떡펄떡’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했다. 반세기 이전의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생생해서일 것이다.) 살기 위한 필사적인 몸짓. 그런데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양동이에 담아 집으로 가지고 가면 그새 물고기는 죽어 있었다. 불과 10분 사이에 생명이 사라져 버린 물고기를 보면서, 먹기 위해 잡은 것임에도, 어린 작가는 울었다. 그건 생명의 위대함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었을 테다. 당시의 느낌이 지금껏 작가 생활을 해 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작가가 말했다.
“나는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는 작가는 아닙니다. 다만, 생명의 느낌을 표현하려 애쓰는데, 그 부분에서만은 성공이라고 느낍니다.”
작가가 말하는 생명의 느낌이 무엇인지는 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염소 시즈카의 어릴 때부터 수차례 새끼를 낳는 때까지, 시즈카 이야기를 전원생활을 하는 작가 가족 이야기와 섞어 표현하는데, 한결같이 생명에 대한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작가는 백 퍼센트 ‘사실’만 기록한 건 아니지만 ‘진실’의 기록인 이 책을 ‘그림일기’라고 표현한다. 일기처럼 진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