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침략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의 제주도. 일곱 살 세철이는 어서 자라서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어른들은 일본군으로 나간 삼촌 걱정에 늘 불안해 하지만, 세철이는 전쟁놀이에서 삼촌처럼일본군 장교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것에 마냥 신이 났다. 그러던 어느 봄날, 전쟁터에 갔던 삼촌이 한 줌의 유골로 돌아온다. 그리고 전쟁에 진 일본 군인들은 뽀얀 흙먼지를 날리며 초라한 모습으로 마을을 떠난다. 갑작스런 변화에 세철이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책은 지난날 이 나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쟁의 폭력이나 잔인함이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혼란스런 변화와 그로 인해 흔들리는 한 소년의 일상을 통해 전쟁의 실체가 드러난다.

저자 현길언


그림 이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