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천삼입니다. 그러나 내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창피하기만 합니다.”
가난과 차별, 소외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인간과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
≪산다는 것의 의미≫는 재일 조선인 2세 작가가 세 살 때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열세 살 때까지를 돌아보며 쓴 자전적 소설이다. 재일 조선인으로서 가난과 차별, 전쟁에 휩싸여 살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던 이야기를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뒤돌아보며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울분을 뒤섞어 감동적으로 담아 냈다. 저자는 학창 시절 본명을 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무시를 당하면서 소외와 혼돈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며, 한편으로는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를 무시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 보여 준 인간의 상냥함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신과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이 책은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일본과 재일 조선인이라는 입장을 넘어서서 우리 모두가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격려해 준다. 시대와 환경을 넘어서서 인간으로 태어나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이 깃들어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려 고민했던
어느 ‘재일 조선인’ 소년의 감동적인 이야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홋카이도 조선학교 아이들의 삶을 담은 다큐 영화 ‘우리학교’가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요즘, 재일 조선인들의 삶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때에 출간된 ≪산다는 것의 의미≫는 그동안 우리가 쉽게 접해 보지 못했던 재일 조선인의 삶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우리학교’ 영화가 재일 조선인 3세의 삶을 보여 주고 있다면, 이 책은 재일 조선인 1세와 2세의 삶을 보여 줘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1932년에 일본에서 태어나 가난한 조선인 마을에서 아버지와 형과 함께 살아가던 소년은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가난하게 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소학교에 입학하면서 ‘김천삼’이라는 이름을 ‘기노시타 다케오’로 바꾸고, 다른 일본인 아이들과 달리 가난한 자신을 깨닫게 되면서 소년은 처음으로 조선인으로서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고 왔을 때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지만,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소년의 외로움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먹먹해지게 한다. 이렇듯 작가는 자신의 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1930년대 소외받고 무시를 당했던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울분으로 전해 주고 있다.
서경식 성공회대 교수는 재일 조선인들은 아직도 ‘분단’이라는 현실과 ‘식민지 시대’를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책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잊혀진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재일 조선인의 삶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삶의 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삶의 가장 힘겨운 순간들에 만난 인간의 상냥함을 통해 발견한 삶의 의미
산다는 것은 얼마나 눈부신 일인가요!
이 책이 식민지 시대에 일본에 살았던 재일 조선인의 삶을 담고 있어 얼핏 보면 한 시대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개인의 기록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인간의 궁극적인 의문인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시대 속에서 살아가던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흔적이 녹아 있다. 전쟁이 일상이 돼 버린 현실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차별과 소외를 당하면서도 삶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환경 가운데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삶을 성찰하는 모습은 청소년들과 일반 독자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전쟁으로 인간의 마음이 황폐해진 때에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 보여 준 상냥함은 눈물겨울 정도로 진한 감동을 준다. 때로는 웃음으로 삶을 견디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삶에 방황하며 살아온 작가의 인생을 통해 나보다 전에 살았던, 지금 살아가는, 앞으로 살아갈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