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의 약한 자에 대한 테러리즘’이라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서 ‘약한 자의 강한 자에 대한 테러리즘’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책은 2002년 상반기 동안 이루어진 노엄 촘스키의 강연과 인터뷰를 묶은 것으로, 전쟁과 테러의 본질에 대한 입문서이자 국제 정치와 세계 권력의 움직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촘스키가 그 동안 책이나 강연을 통해 말하고자 한 내용 전체의 핵심이 잘 드러나 있어, 촘스키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인터뷰의 질문들이 그 동안 독자들이 촘스키에게 궁금해 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독자들이 직접 촘스키와 대화하는 것처럼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촘스키는 중동, 베트남, 중앙 아메리카 등에서 미국이 직/간접 지원한 전쟁/테러의 실상을 예로 들어가며, 미국의 테러리즘에 대한 이중적 잣대와 위선을 비판한다. ‘테러와의 전쟁’이나 ‘평화 유지’, 혹은 ‘방어를 위한 선제공격’과 같은 명분으로 포장되어 온 미국의 국가적 테러에 대한 지원과 전쟁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부도덕한 전쟁범죄였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자료와 연구 조사에 근거하여 밝힌다. 촘스키를 통해 역사와 진실의 기본에 서서 미국과 세계 강대국의 침략전쟁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으리라 믿는다.
지난 9월 25일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한국이 최소한 500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해주길 바란다.”면서 “10월 24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방한하기 이전에 결론을 내려주길 원한다.”고 했다.
미국은 유엔의 권고를 무시하고 독자적 결정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라는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다. 최근 미국이 파견한 대규모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명분도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전쟁에 전 세계의 동참을 구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이 전 세계의 국가들을 전쟁으로 끌어들여 공범으로 만들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촘스키의 말이 우리의 결론을 대신할 수 없을는지.
“모든 사람은 입을 모아 테러리즘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테러리즘에 동참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9/11 이후 몇 달 동안 촘스키는 수 차례에 걸쳐 대중연설을 했고, 무수히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가 이렇듯 세계의 관심을 끈 것은, 그를 제외하고는 테러에 대해 부시 정부가 보여준 공격적인 반응에 반대하는 미국 지성인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아무도 말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과격한 형태인 강한 자의 약한 자에 대한 테러리즘이라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서 약한 자의 강한 자에 대한 테러리즘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착실히 쌓아 올린 역사적 사례 조사, 기록 자료의 분석에 근거한 주장이었지만 워싱턴과 미국 주류 언론은 촘스키에게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그 주장은 그가 수십 년 동안 말해왔던 이성과 양심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인 국내외 다른 많은 사람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의 세계 여러 독재국가가 자행하는 테러에 대한 지원과 권력 남용에 대한 분개할 수밖에 없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그는 낙관적인 시각과 희망 가득한 전망을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강연할 때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실천이 얼마나 많은 성과를 가져왔는지를 개괄하고 사회적 변화는 우리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촘스키의 연구는 우리 모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의 시대, 초강대국이 불량한 권력을 휘두르는 시대에 낙관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촘스키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 본문 소개
촘스키에게 듣는다
** 9.11에 대해서…?
9.11은 참혹한 학살 광경이었지만, 유럽이나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제국주의 열강들은 수백 년 동안 다른 나라를 그런 식으로 다뤘으니까요. 이 사건은 분명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불행하게도 사건의 규모나 잔인성 때문이 아니라 희생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 때문에 역사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제국주의 열강들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학살이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다른 나라에서만 발생하였습니다.
** 미국의 이중적 잣대와 위선에 대해서…?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권력과 미국의 대다수 언론에게는 미국이 국외에서 저지르는 잔학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외에서 수백 년 동안 학살을 지속해도 이들은 여전히 인식하지 못합니다.
일례로 미국을 봅시다.
미국의 탄생은 열렬한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영국에서 건너와 원주민을 몰살하고, 다른 이민자들이 뒤를 이어 그나마 남아 있던 원주민들도 깡그리 없애 버리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수백 만 명의 인종을 멸종시키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지는 않았습니다. 최소한 1960년대의 정치 운동과 그에 이어진 각성이 있기 전까지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사람들 의식 속에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그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이것은 사실 도덕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조지 부시가 좋아하는 철학자, 예수가 한 말만 읽어도 알 수 있습니다. 복음서에 있는 위선자의 정의는 유명하죠. 위선자는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기준을 따른다면, 소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는 그 자체가 위선입니다.
** 미국의 주류 언론에 대하여…?
미국의 주류 언론은 언제나 미군 대변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제너럴 모터스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도록 정부가 설득하지 않는 이치와 같습니다. 언론은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과 이익을 함께 내는 거대 기업입니다.
언론은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일부 시스템입니다. 언론도 인도네시아의 천연 자원을 주된 자원 공급원으로 이용하며, 그곳을 지배해서 생기는 이익을 공유합니다. 언론은 워싱턴과 이해를 같이합니다. 그런데 왜 그걸 밝히겠습니까? 특히 수십 만 명이 학살당한 데 대해 언론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알리고 싶지 않겠죠. 마찬가지 이유로 지난 몇 년간 터키에 대해서도 침묵했습니다. 득 되는 게 없으니까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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