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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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찡하네요.
저도 8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학교에서 생길 일들을 이야기 하다보면 정작 학교란 아주 무시무시한 곳이 될 때가 많더군요.
juice님의 말처럼 정작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중 하나는 세상에는 건강한 자신과는 달리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건강한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일텐데요.
아이에게 학교가기 준비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아무쪼록 정빈이의 건강이 좋아지길 기도합니다.
juice님의 글입니다.
> 저희 집 8살 정빈이는 아직도 매일 밤 저의 배 위에 엎드려서 잠이 듭니다.
> 그런 정빈이의 입학 통지서가 왔어요. 8살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모두 그 통지서를 받으셨을 겁니다. 7년 전 첫 아이의 입학통지서를 받았던 날과는 느낌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 통지서를 앞에 두고 저희 부부 밤잠을 설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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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정빈이와 서울 다녀 온 이야기가 있어야 이 글을 이해하실 것 같아 그 글로 링크를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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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http://column.daum.net/Column-bin/Bbs.cgi/juice/qry/zka/B2-kBI-q/qqatt/^" target="_blank">(여기를 누면 정빈이와 병원에 갔다온 이야기로 바로 갑니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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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 다시 입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받은 입학 통지서는 저희 부부를 참 많이 힘들게 했어요.
> "정빈이 좋겠네. 학교 오라는 편지가 왔네."
> 퇴근길에 수위실에서 통지서를 받아 온 남편이 한껏 쾌활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자 정빈이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 "아이참, 학교에 가 본 적도 없는데 좋은지 안 좋은지 어떻게 알아요. 가보고 말씀드린다니까. 저 번에도 그랬으면서…. 또 똑같은 말하고. 아버지는 학교 가기 전에 학교가 좋은 줄 알았어요? 말도 안 돼요. 안 가보고 어떻게 알아요."
> 머쓱해 하는 남편의 얼굴이 참 가관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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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빈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화가가 꿈인 정빈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미술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지만 가는 날 보다 못 가는 날이 더 많았거든요. 그것도 결국에는 그만 두었지만요. 그런 체력을 가진 아이이니 학교에 매일 가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빈이에게는 학교라는 것이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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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갈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데, 정빈아 뭐가 필요 해?"
> 남편의 말에 정빈이가 꼭 필요하다고 말 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베개입니다.
> "베개? 그건 집에서 잠 잘 때 필요한 거지. 학교에 가서 잠 잘 거야?"
> "아니요. 깔고 앉을 거예요."
> 정빈이의 '깔고 앉을 거'라는 한 마디에 남편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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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덩이에 살이 없어 늘 저나 남편의 무릎에 앉아 지내는 아이인데 가끔 혼자서 컴퓨터를 하거나 할 때 보통 방석을 깔면 엉덩이가 아프다며 의자에 베개를 얹고는 그 위에 앉는 아이거든요. 그런 사정이고 보니 자신의 입학 준비물 1순위로 베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너무 마음 아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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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가방도 아니고 예쁜 옷도 아니고 베개라니…."
> 자신의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 곁을 떠나며 혼잣말로 하는 이야기였어요. 얼핏 남편의 눈에 고여 오는 눈물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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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정빈이는 수학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수학만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저를 조르지요. 제가 좀 쉬고 싶을 때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더하기 놀이입니다. 워낙 수를 좋아하는 아이라 저 혼자 한참을 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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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치북에 '7＋7='을 써 주고 그 답을 가지고 계속 문제를 만들어 풀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다음 문제는 혼자 만들어 풀지요. 14＋14, 그 다음 문제는 28＋28, 그 다음은 56＋56.
> 이런 식으로 십만 단위, 천만 단위까지 문제를 만들어 풀다가 더 이상 힘들다 싶으면 8＋8에서 다시 시작을 해 또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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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 참을 놀다가 새로운 문제를 내달라고 하면 '5＋6='이라는 문제를 냅니다. 어떤 패턴을 요구하는 지 아시겠지요? 다음 문제는 11＋12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렇게 조금의 변형에도 아이는 또 한참을 몰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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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정빈이는 수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수학만 배울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한답니다. 그런 아이에게 모든 과목을 다 배우는 학교에 가야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더군요. 저는 정빈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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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가는 것은 공부를 하러 가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야. 너는 이제까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 등 우리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어. 이제는 네가 누군가를 도와줄 때가 된 거야.
> 학교에 가면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이 참 많을 거야. 너는 수학을 좋아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어. 그 아이에게 네가 알고 있는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쳐 줄 수 있잖아.
> 너는 그림도 잘 그리잖아. 만화를 그릴 때 눈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도 있거든. 그걸 아주 다정하고 자세히 가르쳐 준다면 그 아이가 참 고마워할 거야.
> 하지만 너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만 있는 건 아니야. 네가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어. 네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서 도움을 받으면 돼.
>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는 거야.
> 만약 네가 베개를 가지고 학교에 가면 놀리는 아이가 있을지도 몰라. 그럴 경우에 속상해 할 필요도 없지만 그 아이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래. 그 아이는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 네가 왜 베개를 깔고 앉아야 하는지를 이야기 해주면 돼.
> 그런 것처럼 너도 다른 아이들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서 화를 내거나 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다른 아이들이 왜 그런지를 알아보려 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필요 해.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될 거야.
> 물론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도 많아. 하지만 너의 생각만 옳다고 우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는 것도 필요해. 너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이야기 알지?"
> "네. 7권에 나와요. 행운과 비극에요."
> "그래. 자신의 생각만 옳다면서 다른 사람을 내게 맞추려 할 때 그 말을 쓰지.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존중해주어야 하는 거야. 이렇게 학교라는 것은 공부말고도 너에게 많은 것을 줄 거야. 그래서 어머니는 정빈이가 학교에 갔으면 해."
> "그래도 저는 수학만 하고 싶단 말이에요. 수학 학원에만 6년 다니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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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빈이에게 있어 학원은 자유로운 것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힘들면 안 가도 되는. 그러다 보니 매일 가야한다는 부담(?)이 있는 학교보다는 학원에, 그것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수학만 공부하는 학원에 가고 싶다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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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쯤 여성지에 빠지지 않고 실리는 기사가 입학 준비에 관한 것일 겁니다.
>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많은 어머니들, 아이들 입학 준비 어떻게들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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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부탁드릴게요. 건강하지 못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건강한 자신과는 달리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건강한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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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아이들 때문에 불편한 일을 겪어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거든 함께 속상해 하시지 마시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어떻데 도와주면 좋을까를 차근히 이야기 해주십시오. 그리고 내 아이의 마음을 키워줄 수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큰 너그러움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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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입학 준비에 '함께 하는 마음'도 잊지 말고 챙겨주기로 해요.
| 가슴이 찡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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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어린왕자 등록일 2003-01-30 12:23 조회수 2,374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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