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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맘님 글 갈무리해 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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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트로이카 등록일 2003-04-21 02:29 조회수 1,909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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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한꺼번에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매일 바짝 긴장하고 신경쓰이는
세쌍둥이 엄마로서, 현직 선생님이 쓰신 글이 성구처럼 팍팍 꽂히네요.
저녁마다 수저, 물통 꺼내 씻고, 알림장, 준비물, 숙제 확인하고 교과서 바꿔넣고
아침에 신주머니, 책가방 챙겨 보내도, 가끔 어딘가에서 펑크가 났는지
아이가 신주머니 두고 가고 숙제 두고 간 일이 두 번이나 있지요.
신주머니의 경우는 그냥 뒀는데, 숙제는 차마 그러질 못해 갖다 줬더니 마침
그걸로 다른 아이들은 자동차를 열심히 만드는데 혼자 못 만들고 구경하면서
울었다더군요.
시댁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세 분이나 계신데도, 학교 선생님 대하기는 왜 그리
늘 어렵고 조마조마한지...
어서 2학년만 되라. 그럼 엄마가 신경 덜 쓰고 엄마 일에 전념해야지...
이런 마음이었거든요. 현재는 제 일을 조금 놓아서 일주일에 3일만 일합니다.
그래서 아이 셋을 챙기면서도 덜 바빴죠.
그런데 체리맘님 글을 읽다 보니 클수록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네요. 아이 셋을 한꺼번에 키우면서 제 일도 갖고 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고 모질게도 키웠다 보니 우리 막내의 경우는 늘 어딘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 아이만 생각하면 속상하죠. 셋이라도 성격이 다 달라서
그 아이는 길만 제시하면 그냥 따라오는 스타일이기보다 발자국 한 발 한 발
짚어줘야 따라오는 그런 성향인데, 그애를 그렇게 키우지 못하고, 왜 못 따라
오나, 빨리 하라고 닥달하고 많이 혼내고 키웠죠.
지금도 여전히 혼자 느긋하고 느리고 자신감 없고 그래요.
그런데 제가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이 아이가 에디슨 아동이라는
겁니다. 글자도 빨리 못 배우고, 게다가 왼손잡이라 오른손잡이의 세상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조금은 버거운데요, 이 아이가 색종이나 폐품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물건들을 보면 특이한 생각과 정교성을 느낍니다.
그래, 넌 모자라는 애가 아니고, 에디슨 같은 애야.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구요. "엄마, 난 글씨 몰라요. 난 공부도 못해요."
아이가 그런 말을 하면, 저는 꼭 아이한테 얘기해 줍니다.
"아니야, 넌 천재야. 지금은 못해도 좀 더 큰 언니 되면 뭐든지 잘할 거야.
아빠도 그랬대." (실제로 얘가 아빠를 닮았음)
Leo, the Late Bloomer 동화에 나오는 Leo 얘기도 해주구요.
그런데 그 아이를 자세히 안 보면 말귀를 빨리 못 알아 듣고, 꼭 한번 더 설명해야 지시사항을 이해하는 공부 못하는 학생일 뿐이죠.
주의산만, 집중력 부족 등등...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그런 면을
봐주시길 바랄 뿐이죠.
제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침마다 느리면서도 젤로 느긋하게 구는 것 보면
또 속터집니다. 타고난 성격이라 안 되더라구요. 뭐든지 신속정확을 좋아하는
제 성격하곤 상극이죠. 그러니 이 아이와 코드가 안 맞다 보니 많이 혼납니다.
그래도 지금이야, 제가 교육 관련 서적을 꽤 읽은 탓에 우리 아이들 유형을
이해하고, 결국은 엄마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아니까,
혼낼 때 혼내더라도 브레이크 걸 때는 또 걸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우리 아이들 두 돌 이전에는 이런 걸 전혀 모르고 키웠어요.
육아 책이라곤 본 적도 없이, 어디서 주워 듣기를 "피그미족 사회에선
개도 아주 조신하고, 두 살만 돼도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절제된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누렇게 바랜 어떤 책에서 봤는데, 저는 이 책을 읽은
저를 엄청 많이 책망했더랍니다. 처음 읽은 교육 서적이 왜 하필 ...
피그미 사회에선 물자가 아주 귀하기 때문에 물건이 망가지면 사람이 죽은 것
만큼이나 엄청 많이 슬퍼한대요. 그래서 두 돌만 돼도 교육을 따끔하게 하고,
교육이 가능하다는군요. 그 말을 믿고, 두 돌 이전에 아이들을 많이 닥달하고
그 기준에 안 맞으면 안 맞는 아이를 더 혼냈지요.
호기심이 엄청 강하고 천성이 집중력이나 정리하곤 거리가 먼 우리 막내는 아무리 알아듣게 얘기해도 늘 물건 망치고 뜯고, 어지르고, 방금 산 물건도 그냥 문 앞에 둬서 읽어버리고 등등 같은 잘못을 늘 반복하더라구요. 왜 다른 애들 같지 않을까? 낮잠도 왜 다른 애들처럼 안 잘까?
내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이런 생각 많이 합니다.
물론 지금도 인내심 있게 잘 키우지도 못하지만, ...
세 아이 영어 가르칠 때도 힘들어요. 셋이라 한꺼번에 가르치지도 못하고
되는 대로 하나씩 둘씩 가르치는데, 말귀 잘 못 알아 듣는데, 어렸을 때부터
잘 들려줬던 Nursery Rhymes들을 책으로 만들어서 10번씩 부르기를 시키고
있거든요.
제가 가르치는 다른집 아이들은 각자의 책을 다 가지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한 권씩 다 사 주기도 뭐하고 1권으로 한꺼번에 보자니 집중을 못하고,
혼자 읽기도 한 돼서, 제가 생각한 방법이 일단 아는 노래들을 각자의 책으로
만들어 줘서 수십번씩 불러서 문자에 접근하기로 한 거죠.
좋은 노래 10가지 정도 복사하고 표지 예쁜 색지로 붙여서 책 같이 만들어서
한 권씩 맡겼더니 제 의도대로 조금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방식이 이 아이에게 맞더군요. 아무렇게나 가르쳐도 그저 좋아하고
잘 배우는 언니들보다, 이 아이는 음악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곡조가 조금 어려워도 흥미를 가지고 자꾸 불러보고 싶어하고 잘 배우는
편입니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아이 교육에 제가 뭐 좀 아는 걸로도 비칠 수 있겠지만,
또 한두 해가 지나고 나면 "내가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하며 반성할 일이 또
생기겠지요. 사실 지금도 후회할 짓 많이 하고 삽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 잘못하고 있는 일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한 일이 많기 때문에, 잘해 줄 땐 또 많이 잘해주려고 애쓰는
편이지요. 이래서 일관성 없는 엄마가 되는 것도 같지만, 내 성질 못되서
아이 잡아 놓고, 뒤돌아 생각하면 아이가 받을 상처가 무서워, 사랑한다고
안아 주고 뽀뽀해 주고 그러죠.
내가 아이를 사랑하니까.
엄마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사랑한다는 걸 아이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가 느끼는 과거가 어쨌거나, 엄마가 아이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얼굴을 대하려 하지 않는다면 꾸준히 사랑의 편지를 보낸다든가), 더 많이 사랑해 주시면 조금씩 엄마의 의도대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주제넘은 말씀 같기도 하지만...
제 친구의 막내동생도 그랬거든요. 걔네 부모님도 두 분이 다 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아이가 어렸을 땐 그리 포용적인 부모님은 아니셨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자, 그렇게 엄하시던 아버지가 태도가 돌변해서
많이 이해하고, 듣는 둥 마는 둥해도 말도 많이 시키고 그러셨다고 그러더라구요.
물론 금방 아이가 변화되진 않지만, 그래도 나중엔 검정고시 공부해서
대학 갈려고 노력도 하고 그랬다고 ...
컵에서 물이 계속 흘러내리게 하려면, 넘치도록 계속 물을 붓는 것처럼...
어떤 그릇에서 사랑이 흘러나오게 하려면, 넘칠 때까지 사랑을 계속 부어라.
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일을 감히 한번 적어 봅니다.
지금의 제 생각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매일 상기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제 아이에게서 가끔 터져나오는 괴성이나 울분도 제가 그 아이의 그릇에 부어준
것이라고 생각하면 ...
체리맘님의 글입니다.
> 초등교사로서(23년차), 아이 둘을 (20살,10살) 키워본 엄마로써, 이런 자리에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조금 고민했습니다.
>
> 우리 첫 애만 생각하면 엄청 슬프죠. 포기하자고 마음은 먹지만 한없이 쓸쓸하고 웬지 내 인생조차 실패한 것 같은 느낌..... 어떻게 저렇게 속 썩일수 있을까하고!
> 대학을 못가서가 아니라 생활에서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고 인성 또한 낙제점(소리치고 대들고 방 어지럽힌채 지내고 방도 못 들어오게하고 TV 맘대로 보고 친구랑 놀다 들어오고/술 담배 여자 본드 폭력 가출만 안할 뿐) 부모에게 고맙고 죄송한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고 그저 오로지 엄마가 초등학교 때 너무 닥달하고 참견하고 억압했단 소리만 합니다. 자기는 엄마가 내버려 뒀으면 더 잘 컸을거라고.
>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그땐 몰랐지만 아이에겐 부담이 컸던거죠.
> 곁에서 많이 붙어 했어요. 문제집도 많이 풀리고 시험 땐(그땐 시험 있으니) 요점 정리해 가르치고 오답노트, 예상문제까지 내서... (제가 얼마나 잘 압니까)
> 학교에서 틀려오거나 지저분하게 써오면 야단치고 때려주기도 했어요.(화가 나서도 그랬지만 그렇게 하면 자극이 되서 좀 더 잘할 줄 알았어요.)
> 제 자신이 어려서 꼼꼼하고, 책임감 강한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걸 용납을 못했어요.
> 글짓기, 수학, 음, 미, 체, 과학상자, 수학올림피아드 학교대표, 학급 임원등 모두 우수하고 지능, 적성 모두 높았지요. 그게 모두 엄마 힘이었다는걸 깨닫지 못하고...... 중학교 가서는 혼자 해 보라고 안 봐주었지요. 작은애도 있고 언제까지 가르쳐줄 수도 없고 중학교에선 평균 87점 정도 사춘기 오고 공부와는 담쌓더니 고등학교 가선 더 떨어져 지금 이 지경까지 온거예요.
> 첫애 키우면서 조금 아쉬운 것은 중요한 때-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너무 무심했어요. (잘하겠지 아일 믿은 탓이죠.) 꼭 필히 일정부분 선행학습을 시키고 신경을 바짝 쓰라는 것 입니다. 큰 애한텐 그걸 안했어요. 초등학교 기본실력 탄탄하면 된다는 생각에 중학교 안시켰고 중3엔 혼자해도 된다는 아이 말에 깜박 속아서.
>
> 정작 제가 말하고 싶은것은
> 첫째, 아이의 그릇을 보라는 것입니다.
>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으로 아이를 평가해서 그 아이 그릇에 맞을 만큼만 담아주라는 것입니다. 과하지 않게.
> 깔깔마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저는 한마디로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그거 무작정 따라하다간 애 잡습니다.
> 학원이든 과외든 엄마가 가르치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아이에게 짐이 되지않는 범위내에서 하십시요.
>
> 둘째는, 사랑해 주고 그걸 표현하고, 스킨쉽(뽀뽀, 머리 쓰다듬고 안아주기, 엉덩이 두드려주기)해주고, 칭찬해주고, 너가 있어 행복하다고 수시로 말해주라는 것입니다. 중학교 가서도!
> 왠지 제가 큰 애한테는 이걸 못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일 낳아 모르기도 했고, 학교에서 똑똑하고 올바른 애 많이 봐서 우리 애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
> 그리고 이것은 초등교사로서 하는 말----
> 첫째, 아이를 전쟁터에(학교 역시 경쟁사회, 보이지 않는 평가가 무작위로 이루어 지는곳, 하다 못해 그림 하나 그리고 달리기를 한번 해도 서로 둘러보면서 잘하고 못하는걸 자기도 알고 남이 압니다. 더구나 단원평가 같은것에선 점수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맨몸으로 내보내시겠습니까?
> 아침밥을 먹여서 (건강을 챙겨주고), 총(숙제), 칼(준비물등)을 쥐어주고 비상시에 쓸 수류탄(엄마의 애정과 신뢰, 이것만 있으면 아인 삐뚤어지지 않습니다.)-속으로 갖고 있지 말고 아침 저녁으로 함께 뒹굴면서 껴안으면서 말해 주세요. 공부 못해도 정말 괜찮다고(괜찮지 않아도 겉으로는) 여기서 조금만 더 노력해 보라고 그저 격려해 주는겁니다. 그럼 진짜 잘하게 되고, 그 아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될겁니다. 거기에 방패와 창(약간의 예습,복습)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요 정도면 엄마의 역할로 충분하단 생각입니다. 그래도 못하면 그건 그애가 그 정도로 태어났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 가면 되는겁니다. 어쩔 수가 없는 거에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목한 가정을 만드세요.(꼴 보기 싫은 남편, 결정적인 잘못은 안해도 성격이 왜 이리 다른지, 단점만 눈에 들어오고)
> 자식이고 남편이고 기대 수준을 확 낮춰 버리고 내가 행복하고 줄겁게 그나마 감사하며 살면 되지요.
> 아무리 그렇게 마음 먹어도 안 된다구요? 사실 저도 그럴 때가 많아요.
> 하지만 그렇게 항상 마음먹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할수 있습니다. 노력하는 그 과정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니까요.
> 쓸데 없이 정말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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