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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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하게 내려앉은 하늘이 밝아도 될 내 마음까지 가라 앉히는 듯하다.
두 달간의 긴 아이들의 방학도 '누가 훔쳐갔지?' 싶게 훌떡 지나가 버리고, 아이들은 개학 전 마지막 몇 일을 만화책과 게임으로, 그리고 마침 도착한 Owl 과 Chikadee 잡지를 보면서 편안히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 때 시작했던 한글공부는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주말에 보는 시트콤 비디오로 때워 버렸다.
그래서인지, 한국어, 한글,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에 대한 조급증이 생겨서, North Shore Multiculture Society의 한국인 담당자인 진씨에게 한국어 학교 설립에 대한 제의를 했다. 밴쿠버 쪽에는 한글 학교가 몇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쪽 노스밴쿠버에는 한 군데도 없다.
대부분의 이민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이들이 어리고, 이민 온지 오래된 부모들일수록 한글과 한국어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진씨도 그 안건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터이고, 문제는 얼마나 많은 부모님들이 적극성을 가지고 참여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의 파악이라고 한다. 다음 주쯤에 진씨를 만나서 구체적인 그이의 생각과 추진방안들을 나누기로 했다.
옆집에서 이사를 가면서 주고 간 금붕어와 어항이 거실 한쪽에 어정쩡하게 놓여있다. 별로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는 표시. 자랑이가 좋다고 해서 받아 놓긴 했는데, 몇 년 전, 키우던 금붕어 두마리를 더운 여름 물온도를 맞춰주지 못해 다 죽이고 난 후에는, 물고기 키우는 일이 부담스러웠는데..
어항 안에도 이끼들이 껴 있고, 금붕어 세 마리의 비늘도 군데군데 벗겨져서 건강해 보이지 않는 상태. 남편은 주변에 원하는 사람 있으면 주라고 하지만, 나도 갖기 싫은 걸 누가 가지려고 할까.. 그래서, 어항 청소를 아이들과 함께 해 보려고 하는데, 제일 먼저 생각 나는 것이 '표백제(클로린)', 그리고 두번째 생각나는 것이 그 표백제의 잔재가 미칠 엄청난 영향..금붕어를 보나마나 죽이기 십상인.. 그래서, 무턱대고 청소를 시작하기 보다는 사전지식을 좀 갖기로 했다. 아이들이랑 도서관에 가서 금붕어 키우는 법과, 어항 청소법에 관련한 책을 빌려다 읽어봐야겠다. (보나마나 Pet Shop에 가서 이것저것 사게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겠지만..)
이번 두달간의 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유쾌하게 지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 순간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씹고 또 씹으면서 즐겼다. 아이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때나 내일 쯤, 나가서 애들 책가방을 하나씩 사 주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