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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있어서의 아이들의 의미

글쓴이 채니맘

등록일 2007-04-24 16:26

조회수 4,736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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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큰 아이와 10년 터울나는 작은아이 키우는데요, 요즘 제가 큰 아이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 그렇게 sweet하던 mommy girl이 어디갔니?' 입니다. 지금 작은 아이 나이였을 때 큰 아이 정말 달콤하고 엄마를 무지무지 좋아하던 아이였거든요. 지금은 참 쌉싸름하고  엄마에게서 많이 떨어져나간 청소년이 되버렸네요. 그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던게 초 5년 쯤이었나.. 그때 저도 아이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이가 엄마와는 무관한 독립적인 인간이 되려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저에게는 충격으로 와 닿았던 거지요.

 

사실, 지금도 많이 이야기합니다. '너는 내 뱃속에서 나왔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구. 그러니까 너는 나의 일부야. 내가 네 일에 관여할 자격이 있어!' 전문가들이 분명 잘못된 엄마의 행동이라고 진단하겠지요.

근데, 정말 부모 인생과 아이 인생은 별개인 것이 되어야만 하나요? 한동안 제가 유한한 인생에 대해서 회의에 빠진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기껏 70, 80년 뿐인 이 인생에서 무슨 큰 일을 이루겠다고 이렇게 발버둥치나' 싶은 생각이 들구요. 근데 어느 해 봄, 겨울내 앙상하던 니뭇가지에서 새로이 돋아나는 잎들을 보면서, '아, 저 나무에서 지난 겨울 떨어져 시들어버렸던 나뭇잎은 그 삶을 마감한 게 아니었구나, 새 잎들이 그 생명을 이어받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내 살과 피를 이어받은 아이들이 이 세상에 있는 한 내 생명도 끝난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증과 회의감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죠.

 

그리고 전 가끔씩 제 인생을 돌아보며 어느 시절부터 되돌리면 지금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삶으로 만들수 있을까 하는 허황된 생각을 해요. 대학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초등학교 시절, 아니 더 먼 유아시절, 그때까지도 다 되돌리고 싶어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못 받았어요. 교사였던 엄마는 늘 엄격하기만 하고 통제만 했기에 늘 불안하고 두려웠던 어린시절이었어요. 사춘기때는 이런 엄마에게 반항하느라고 세월 다 보냈고, 대학생때는 계획도 없이 무절제하게 보냈다는 후회가 항상 남아 있어요. 근데 지금 그  세월을 되돌린다는 것이 진짜 허황된 것이죠. 그래서 전 아이들을 봐요. 작은 아이에게는 제가 그 나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해서 그때 제가 받고 싶었던 사랑과 보살핌을 주고 싶지요. 큰 아이에게는 제가 그때 몰랐던 세상이야기,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주고 싶구요. 전 이렇게 아이들을 통해서 제가 받은 상처나 회의감등을 치유하기도 하고 제가 이루지 못한 것도 아이들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꿈꾸지요.

 

저의 이런 태도가 많이 위험한가요? 독립을 원하는 사춘기의 아이와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는 거겠지요? 저는 전문직이라면 전문직일 수 있는 직업도 있고, 좋은 남편도 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이런 의지하는 마음이  없다면 제 인생의 의미나 재미를 모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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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맘 2007-04-27 23:47 

안녕하세요? 요즘 제 마음과 아주 흡사한 이야기네요..

6학년인 딸이 ..굉장히 엄마만 알고 소심한 아이였는데 이제 슬슬 친구들과의 세계에 빠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답니다..

어느정도는 놓아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선이 어느정도인지도 모르겠고...

마음속 깊이 밀려드는 서운함과 두려움이 느껴질때 나 스스로가 가엾기도 하고요..우습지요...^^

민트 2007-04-27 21:59 

아, 눈물나네요. 채니맘님, 우민맘님, 슬비님, 민규맘님....글들 다 제 마음 같아요.

에릭칼의 해마 아빠 나오는 이야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다시 품으로 돌아오는 자식을 이제 가야 할 때라면서, 받아주지 않고 보내는 해마 아빠를 보면서

저는 가슴이 창 뭉클했어요.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아이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식의 효도는 부모에게 독립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그게 바로 효도가 아닐런지.

 

채니맘 2007-04-25 14:45 
민규맘님 글은 코 찡하게 읽다가 웃으며 끝냈어요.  '딸이 있어야 하는데...' 하는 결론 때문에요. 독립할때는 아들이고 딸이고 다 같은 거 같아요. 좋은 이유시기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할게요. 
채니맘 2007-04-25 14:34 

슬비님, 우민맘님, 써주신 글 여러번 읽어보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딸아이가 홀로서기 하는 과정 지켜보며 기특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게 요즘 제 심정인가봐요. 아이가 독립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자는게 물론 제가 가고자하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서운하고 상실감느끼는 제 자신도 많이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 이런 글을 쓰는가 봅니다. 

 

엄마가 전부라고 믿는 작은 아이와 같은 시절을 거쳐서 독립하려고 하는 나이가 되면 아이도 많이 힘들지만 엄마가 느끼는 상실감도 만만치가 않아요. 엄마에게도 많은 위로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제 마음 큰 아이한테 자주 표현합니다. 그럼 아이는 '엄마,  나 엄마 아기 맞아' 하면서 저에게 안깁니다. 제가 아이한테 응석을 부리는 거지요. 아이는 그 응석을 받아줄만큼 이제는 마음이 여유로와지고 많이 자랐어요.

 

한가지 다행인건 아이가 갑자기 커버리는 건 아니라는 거지요. 아이나 엄마나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주더라구요. 그 사이에 아이와 엄마는 상처도 많이 받지만 또 치유하는 방법도 배우고, 아이는 홀로설 준비를, 엄마는 보내줄 준비를 끝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를 통해서 내가 인생을 한번 더 경험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합니다. 내 생명이 나에게서 끝나는게 아니라 아이를 통해 계속된다는 믿음도 여전하구요.

 

민규맘 2007-04-25 13:53 

우민맘님이 너무나 따뜻하고 명확하게 잘 짚어주신것 같네요.. 저도 채니맘처럼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나 부담들 때문에 더 아이들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인데....엄마는 나한테 왜 그렇게 차가우셨을까? 이젠 제가 커서 아이를 낳고.... 너무나 큰 기쁨을 주는..... 내 아이를 키우면서 그때의 상처를 후벼 파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엄마의 상황을 돌이켜보면서 이해하려고 애쓰기도 하구여.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참...... 이 세상에서 둘도없는 사랑을 주는 분이면서 동시에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는 사람이 부모라고 들었습니다. 사랑을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성숙하지 못해서 주는 상처들이겠죠. 아이보다 더 철없고 감정적인 어른들 좀 많습니까.. 어리다고, 내 배에서 난 자식이라고 함부로 대하고 감정적으로 대하고.. 소리치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체벌까지.

 

그래서 저는 제 과거를 돌아보면서......

아이의 마음을 최대한 읽고 공감해주고...존중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직까지는 관계 상당히 끈적한데...ㅋㅋㅋ

 

제 아이들이 채니님 따님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기만의 굴속으로 들어가서 문 잠그게 되면.....

나아가서 장가가서 가정을 이루게 되면....

 

때가 되서...아이와의 '이유'를 현명하게 잘 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시어머님의 마음이 더 잘 헤아려지기도 하고.

딸이 있어야 하는데.. 싶기도 합니다. -.-;; (너무 깨는 결론인가? ㅋ)

 

 

우민맘 2007-04-25 13:15 

여기에 글을 올리신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가 어떤 답을, 길을 제시해 주기를 원해서는 아닐 거라고 짐작합니다. 저는 큰 아이가 아직 초3이라, 제가 코멘트를 다는 것은, 전문가 입장에서이지, 저의 경험을 통한 것은 아니라서 어떻게 여기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동 및 청소년, 대학생들까지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와의 관계에 특별히 염려가 되거나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며 서로의 생활이나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고도 정상적인 발달의 과정 중에 있으신 거라 생각이 됩니다. 어떤 엄마라도,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춘기를 지나 이제 심리적인 독립의 시기에 있는 아이가 이제 훌쩍 커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과정 중에 있을 때, 부모가 느낄 수 있는 허전함과 뭔가 상실감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이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원글님께서 쓰셨듯이, 원글님의 원 가족에서 생애 초기에 어머니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웠고, 따뜻한 보살핌과 돌봄, 안정적인 관계로부터 오는 안정감과 안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없었다면, 원글님의 현재 아이들에게 더 많이 의지하고, 아기때부터의 관계를 계속 유지시키고자 하는 소망이 강한 것이 이해는 됩니다. 

아이가 이런 원글님의 생각과 소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 지 한번 살펴보시기 빕니다. 왜냐하면, 성장하고, 발달해 가는 과정 중에 있는 큰 아이의 경우엔 엄마의 지나친 애정 요구와 관여, 개입이 오히려 성장에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내 뱃속에서 나왔어도, 탯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아이는 나로부터 독립되어 한 개체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어머님께서 아무리 심리적인 이유를 하지 않고, 심리적인 탯줄을 계속 잡고 계셔도, 부인할 수 없는 엄밀한 사실이지 않을까 싶네요.  

사춘기 시기에, 이제 신체적인 이유기 이후에 처음으로 심리적, 정신적으로 독립하려는 이유기에 들어가는 시기라고 봅니다. 물론 요즘 세상은 경제적인 독립은 좀 더 이후에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이 시기에 부모가 기쁘게, 기꺼이, 그러면서도 애정과 격려와 존중을 다해 아이가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면서도, 부모에게 웬지 모를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내가 이렇게 하는 게 우리 엄마에게 배신이 아닐까 하는) 없이, 건강한 마음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부모로서 최선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희 큰 아이도 서너살 즈음에 정말 정말 sweet 했었거든요. 근데, 초3인데,벌써 sweet 한 맛은 없어졌어요. ^^ 물론 둘째가 아직도 sweet 해서 그 둘째를 저도 물고 빨고 그러고 있어요.

 

근데,  커가는 아이에게  "그렇게 sweet 하던 mommy girl은 어디로 간거니?" 라고 한다면, 어째 그 말에는 아이의 성장이 축하하고 기뻐하고, 격려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과정이 아니고 오히려 비난 받을 일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건 아이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인데.... 오히려 중학생 딸이 아직도 sweet 한 mommy girl이라면 그건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고, 정상적인 발달이 아니고, 오히려 엄마와 지나치게 밀착되어 자가 자신이(self) 형성되지 않고, 엄마로부터 분리 분화되어 자기 만의 자기 실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미숙한 상태를 대변할 것 같은데요...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도 함께 성장 발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의 신체는 중학생인데, 행동은 여전히 유치원생처럼 하라고 하면, 그건 엄마가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 욕구를 가로막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시길 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뭔가 소중하고 귀한 것이 내속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린 , 그 마음은 정말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슬비 2007-04-25 00:19 

읽는 순간 즉시 무어라 답을 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이었는데 조심스럽기도 하고 정리가 안되어서 기다렸어요. 저는 모녀지간의 이야기가 나오면 꼭 영화 "애정의 조건"(Terms of Endearment)이  떠오릅니다. 결혼하고 나이들수록 더욱 맛을 느끼게 되더군요.

 

엄마를 떠나고 싶어 대충 고른 신랑, 엄마의 눈에는 앞이 훤히 보이는 결혼이었지만 딸은 감행하고, 권태기를 맞아 그 신랑은 살랑거리며 바람을 피고 딸은 육아며 집안일에 치여 시들하게 살다가 병마로 죽어갑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엄마는 울고불고 하지를 않네요. 처음 봤을 때는 도대체 이해 안되는 태도였었는데, 그다지 기쁘지도 슬프지도, 기대한 만큼 멋진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 것이 인생일 수도 있다는 담담한 메세지가 어느날 느껴지면서 나도 늙었구나 하는 자각을 했어요. ^^ 

 

인생은 돌고 도는 것. 그리 슬퍼하지도, 애타하지도 않는 내려놓는 마음. 너무 무책임할까요....?

내 자식이 나를 부모로 고르지 않았듯이 나 역시 내자식을 맘대로 골라 낳거나 키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한 것 같아요. 자식에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확실한 것은 "기도하는 것 뿐" 이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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