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서로맘님의 글을 열어둔채로
꽤 오래 앉아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주 많이 생각해봤던 문제였답니다.
초보운전자가 앞차 뒤꽁무니만 열심히 보고 쫓아가다가
한번쯤 눈을 들어 저 멀리 앞길을 바라봐야함을,
그리고 결국엔 그렇게 늘~ 앞길을 바라보고 가야함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합니다.
'영재'
언제부턴가 이 단어가 우리들의 '아이 키우기'에 스윽 들어와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천재'가 아닌 '영재'
천재처럼 영 못오를 나무도 아닌 것 같은 것이
억지로라도 밀어붙이면 '영재' 근처까지는 갈 것 같은,
조금은 만만해보이는 '영재'
요즘은 왠 영재들이 그리 많은지.
그리고 영재들을 검증하고 인증해주는 온갖 경시대회들은 왜 또 그리 많은지.
어렸을 때는 '혹시 천재?" 하다가
좀 크면 '아마 영재?',
좀 더 크면 '그래도 그냥 평범치는 않을걸?',
그리고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학년이 높아지면서
희망과 기대가 점차 실망과 조바심으로 바뀌어가는
비슷한 시나리오들.
제가 너무 시니컬한걸까요?
그런 '시나리오'를 저라고 한번쯤 안 품어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시간들이 쌓여갈수록
아이를 '만들어가는' 작업들이
서커스에서 코끼리가 앞발을 들고 서있도록 '조련'하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는겁니다.
엄마로서 너무 무책임한 생각인 것 같기는 하지만
아이가 정말 '타고난 영재'라면 엄마가 만들지 않아도 영재가 되고야 말것이므로
굳이 엄마가 만들어갈 필요가 없을 것이고,
만들자고 맘먹으면 만들어질 수 있는 '만들어지는 영재'라면
만들어가던 손길을 뗀 후에도 '스스로' 저벅저벅 '영재의 길'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므로 섣불리 손댈 일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생각만의 생각'인 것이 저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또한 '영재'라는 것과 '경시대회'라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더군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경시대회'를 준비하며 치르는 일을 생활의 근간으로 삼는 아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제가 담임 맡은 반에도 아주 똘똘한 아이가 하나 있는데
그 아이는 초등학교때는 수학 경시를 준비하다가 중학교 들어와서
과학 경시로 돌렸다고 하더군요.
이유인즉슨 수학경시는 준비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지요.
수요와 공급의 경제논리까지 따져서
아이는 경쟁자들이 좀 더 적은 과학경시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경시대회'란
자신의 영재성을 다른 아이들과 겨룬다거나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가는 의미보다는
원하는 상급학교(각종 특목고 및 대학 ) 진학을 위한 발판이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우리 반 아이도 6월에 서울시 과학 경시대회를 치르기 전까지는
뭔가 늘 시간에 쫓기며 긴장되어 있는 모습이더니
경시대회를 치르고 나자 아이 얼굴에 '평안'이 깃들더군요.
그 아이의 하루 24시간은 '경시대회 대비'를 축으로 돌아갑니다.
8시 30분에 등교해서 3시경에 학교 마치면 엄마가 학원까지 태워주고
(그 학원은 14학급으로 왠만한 학교보다 학급이 더 많고
학생수송용 대형 버스가 10 대 정도되는 '거대한 괴물'같은 곳입니다)
학원의 경시대회대비반에서 새벽 한시까지 공부하고
집에와서 씻고 이것저것 좀 하다가 새벽 세시쯤 잠들어서
7시 30분쯤 일어나 헐레벌떡 학교에 오고,
이런 생활이 매일 매일 계속됩니다.
(아이가 안 미치고 정상적으로 생활하는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 아이는 아주 씩씩하고 밝은데다
도저히 '짬'이라곤 없어보이는 시간들 속에서 '짬'을 내어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실력도 수준급)
제법 뚜렷한 시각으로 영화도 골라 보는 아이라
기특하고 또 기특하지만
또 다른 아이는 수행평가에서 수업 태도 불량으로 1점을 깎았더니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그 타당성을 인정)
특목고 진학하는데 지장있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자기가 저런 아이들하고(아마도 성적 안 좋아서 특목고는 꿈도 못꾸는 아이들을 말하는 듯) 어떻게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냐며 점수깎은 근거를 대라며 이건 아예 대드는 품이라서
'교사 김형란' 지금 뭐 하고 있는건가 하는 회의마저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에구 ,너무 생각을 오래도록 했나봅니다.
방학중 근무일이라 학교나와서 근무는 안하고 이렇게 서로맘님 글 열어놓고
한참을 앉아있다 몇글자 치고 있으려는데 숙직하시는 아저씨가 문닫아야된다며
빨리 나가라고 하시네요.
아이들 키우는 일,
정답이 없어서 제겐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서 제 갈길 갈 때까지 이렇게 헤매다가 끝나려나 봅니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것도 생각해봤는데요.
부모로서 우물안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주고 보여는 줘야겠지요.
그런데 아이의 그릇이 '우물안' 정도밖에 안된다면
아이가 우물안을 선택할 권리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맘님의 글입니다.
> 얼마전에 한 학생이 포항공대의 수학경시대회 갔다 왔답니다.
> 다녀와서는 거기 모인 400명 가량의 영재들을 보고 충격이 컸다고 하더군요.
>
> 아이가 어렸을 때는 내 아이하고 친척 아이나 동네 아이만 보이잖아요.
> 같은 또래의 서너명 중에서 좀 똘똘하다 싶으면 어깨가 으쓱하면서 "아무래도 부모가 잘났으니까."하는 자랑스러움을 가지는 경우도 있겠죠.
>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가면 비교 대상 아이들이 많아지지요.
> 그 중에서 자기 아이보다 뛰어난 아이들도 있음을 발견하고 부모는 일차적으로 충격을 받습니다.
> 그러면서 기가 좀 꺽이기도 하구요...
>
>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제는 리드하기 보다는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이것 저것 가르칩니다.
> 그러면서 혹시 아이에게 가능성이 보이는 무엇이 없을까 탐색을 하지요. 있던 재능이 다 어디로 숨었는지 아이는 점점 평범해지기만 합니다.
>
> 개중에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면서 어떤 아이는 실제로 한 쪽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 예를들면,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여기저기서 인정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엄마나 아이가 물심양면으로 노력했지요. 천부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이고 아무래도 공부한 게 많아서 그런 건데 남들에게 비쳐지기는 주로 영재로 소문이 납니다.
>
>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각종 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갑니다. 그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에 여론에 밀려서 나가기도 하구, 부모가 적극 밀어주어서 그렇게 되기도 하구, 본인의 욕심으로 그러기도 하지요.
> 사실 수학 말고는 다른 과목 성적이 그저 그렇다 보니 경시를 통과하는 것만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
> 그런데.
> 전국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는 고사하고, 일반 대학에서 보는 경시대회에 가 보더라도 전국에서 온 영재들이 수두룩하더라는 겁니다.
> 자기는 듣도 보도 못한 문제들을 척척 풀어내는 아이가 분명 있습니다.
> 어떻게 그런 아이가 존재할 수 있는 지 모르겠지만, 있긴 분명 있더라는 겁니다!!
> 기가 막히다 못해 질립니다.
> 아이는 풀이 죽어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영양가 없는 경시대회는 안 나가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
> '뭐야... 걔네들은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공부한거야?' 나랑은 뭐가 틀린거지? 걔네들은 어떻게 생활했었다는 거야?'
> 어디가 달랐던 것일까요?
> 우리 동네에서는 분명히 나 밖에 없었는 데, 나도 하는 만큼 했는 데, 어찌하여 전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나보다 뛰어나다는 겁니까.
> 우리나라니까 그렇지 세계로 나가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천재, 수재, 영재들이 존재할런지...
>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 그저 내 살아 온 것이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뼈 아프게 실감할 따름이지요....
>
>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닐지요?
> 그 나마 이 아이는 동네에서라도 인정을 받았지만, 도대체 잘 하는 것이라곤 없는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지 앞이 캄캄해 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 자기가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이제사 알게 된 아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
>
| '타고난 영재'와 '만들어진 영재' |
|---|
|
글쓴이 김형란 등록일 2002-07-29 17:11 조회수 3,847 댓글 0 |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
    |
구몬 영어 비디오 참 좋아요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