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고래밥...2004/06/20,주일 2004-06-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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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송이가 고되다..
영어모임과 구연동화수업은 제 일이지만 오빠 수업에도 따라 다녀야 하는데 갑자기 잦아진 엄마의 병원 출입때문에 더욱 그렇다. 알레르기비염을 앓고 있는 엄마가 이비인후과뿐만 아니라 치과도 새로이 출입하게 된 까닭이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바깥출입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못내 미안하고 안타깝다. 또 요즘 얼마나 더웠던가 말이다..

며칠전 그러니까 목요일이었던 것 같다
친정 근처에 있는 치과를 다녀오던 그 날은 비가 왔다. 커다란 우산 하나를 의지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우리는 놀이터를 가로질러 걸음을 옮겼다. 한 떼의 참새가 빗속에 옹기종기 모였다가 포로롱 날아올랐다.
"엄마, 근데 참새는 왜 우산을 안써?"
"응..참새는 오리처럼 깃털이 물에 젖지 않아서 우산을 안써도 비에 젖지 않아..그러니까 안써도 괜찮아.."-->그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춥겠다..참새야..춥지? 얼른 집에 가.."
내 딸이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문뜩 은창이 그맘때를 떠올리지만 별다른 기억이 없음에 이르고 아 여자아이는 그래서 틀리다고 하나보다, 둘째는 저렇게 틀린가 보다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은창이는 주로 의젓하네, 착하네,,하는 소리만 줄곧 듣고 자라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짐이 되어서 그런지 꽤 오랫동안 은창이한테서는 은송이가 지닌 천연?의 생기발랄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참 그날 친정 아버지를 잠깐 뵈었는데 예약시간에 늦은 나는 은송이를 아버지 손에 맡기고 먼저 병원으로 갔다. 나중에 들어온 은송이는 고래밥을 들고 있었다. 은송이는 약간의 아토피가 있어 과자 먹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데 할아버지의 이끌림에 주저없이 짭자란 그 과자 고래밥을 집었으리라..그런데 엄마의 시선을 바로 보지 못하고 한다는 말이,
"엄마, 나 가려워서 과자 안되지? 근데 할아버지가 사줬어..안 되는데...."
그 안되는데 하는 말 속에 녹아 있는 먹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왜 내가 모르랴...먹으라는 엄마의 눈짓에 화색이 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보니 꾸깃꾸짓해진 고래밥 상자가 여전히 들려 있다.
"어..아직 다 안먹었어?"하고 들여다 보니 달랑 두 개, 고래와 불가사리가 들어있다. 오빠랑 나눠 먹을 거란다^^ 손톱만한 과자 두 알을 그래서 40분이 넘는 길에, 그것도 빗속에 품에 안고 돌아왔다. 돌아온 후에도 어찌 하나 가만히 지켜 보았다. 오빠 올 시간은 아직 멀었고 고래밥 두 알에 자꾸 시선이 간다. 급기야 하나, 불가사리를 꺼낸다
"그거 먹게?"
"응..이건 내 꺼야. 작은 건(불가사리) 내 꺼고 큰 건(고래)는 오빠 꺼야.."
그래서 제 것인 불가사리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도 시간은 참 느리게 간다. 다시 고래밥 상자를 연다. 이리저리 고래를 어지럽게 굴린다. 그러다가 문뜩 발견한 부스러기...반짝이는 은송이의 눈...손가락에 침을 찍어 꼭꼭 눌러 먹는다^^ 그 큰 고래를 들었다 놓았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고래 본래의 약간 붉은 빛이 사라지고 몸통이 허옇게 바랬다. 그러다가 한숨을 한번 들이쉰 은송이는 뒤따라온 하품에 몸을 눕히고 잠이 들었다
은창이가 시끌시끌한 틈에 은송이는 깼고 나는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말했다
"은창아, 은송이가 너 먹으라고 과자 남겨 놓았다."
과자라는 말에 은창이는 반갑게 고래밥 상자를 열었는데 달랑 한마리인 고래에 머쓱해하면서도 홀랑 그것을 입안으로 털어 넣어버렸다. 은송이의 피나는 노력을 알 리 없는 은창이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삼켜버렸던 것인데 그것이 또 은송이로서는 너무나 허무하여 앵~~하고 울어버렸던 것이다. 은창이는 멀뚱멀뚱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안다. 은송이가 왜 울었는지를 말이다...

은창이가 어제는 많이 아팠다. 체기가 있는데 감기도 왔는지 비디오를 보다가 춥다고 하면서 제 방으로 이불을 끌고가 덮고 본다. 배 아프다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때 뭔가를 하고 있어서 바로 갈 수가 없었는데 문뜩 들리는 소리...
"엄마..은송이가 내 배를 문질러 주고 있어..엄마 안 와도 돼요...우리 은송이 다 컸네.."한다.

나를 잡고 흔들고 힘들게 하는 것이 육아라고 맨날 울먹이고 불평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이 육아의 고충에서 가벼워질 날이 언젠가 올텐데 그 때는 또 얼마나 허전하고 안타까울까..하고 말이다. 지금도 어떤 것들은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쓸쓸해지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는 강하게 키운다고 야멸차게 몰아세우기도 하고 엄한 소리로 야단도 치지만 그런 엄마 모습에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괜히 짠해 지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라니...

그러나 자꾸 감상에 젖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바르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려고 애쓰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비록 아이들이 자라 지금의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없어질 지 모르나 그 아이들은 여전히 나의 아이들임을 변함이 없으리라...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씩만 나도 자라면 좋겠다. 후퇴하지도 말고 그 자리도 아니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자라는 사람이 된다면 아이들을 이해하고 도우는데 덜 힘들겠다 싶다. 지금처럼 뒹굴고 깔깔거리는 것만이 육아는 아닐터 아이들의 성장에 맞추어 나도 크고 싶다.

내일이 내 생일이다. 지난해보다 나는 얼마나 컸을까...생각해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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