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이가 변했다...2004/09/14,화 2004-09-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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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런투리드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10월부터 참여하기로 했고 일단 은창이만 지난 주부터 참여를 하고 있다. 준비물을 챙겨 주는데 색종이가 없었다. 가는 길에 색종이 살 것과 교회에 도착하면 전화할 것을 적은 쪽지를 써주었다. 모임은 매주 월요일 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교회까지 은창이 걸음으로 15분쯤 걸리고 신호등을 두 번 건넌다. 올 여름부터 [독립심 강화훈련]이라고 명명한 계획의 하나로 은창이를 곧잘 꽤 먼 곳까지 혼자 가게 하고 있다.
어제는 수업 준비물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물건도 있었다. 수업을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줄 연필과 엄마선생님께 드릴 핸드폰이었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노파심에 말했더니...
"엄마..잘 알아들었어요..이건 친구들 하나씩 주고 이건 치현이 아줌마 주고..맞지요?"
"그리고 색종이 사고 교회 가면 전화하고.."
"아..맞다..."
그렇게 갔다. 삼십분이 지났는데도 전화가 없다. 그러면 그렇지..이 녀석이...
시작할 시간이 되어서 내가 전화를 해보았다. 다행히 왔단다.
 
한 두 시간 뒤...수업이 끝났다고 전화가 왔다. 마중을 나가야 하는데 은송이가 낮잠에서 깰 때가 다 되어서 난감했다. 갈 때도 잘 갔으니 잘 오겠지...
전화가 오고 한 오분쯤 뒤 은송이가 깼고 아예 저녁거리를 사야겠다고 마중겸 해서 나갔다. 저녁 바람이 꽤 쌀쌀했다. 그런데 거의 교회까지 갔는데도 은창이는 만날 수 없었다. 서연엄마가 차로 데려다 주었나?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결국 근처 마트에 가서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샀다. 만원 한 장 달랑 들고 나왔는데 엥~~만 이백원이란다..화들짝 놀라니 아줌마가 다음에 갔다 주란다^^;;
 
"은송아..얼른 가자..은창이 오빠 우리 없다고 울고 있겠다... 너 오빠 울고 있으면 뭐라고 말할 거야?"
"오빠 울지마...우리가 미안해..뚝~~!!"
 
버스 정류장을 지나고 신호등 두 개를 건너 집 앞 놀이터에 이르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놀이터를 들여다 보았지만 은창이는 보이지 않았다.
'녀석..하여튼 주변머리도 없어...엄마가 없으면 놀이터에서 놀아도 되겠구만...에그그..'
그렇게 혀를 차면서 집에 도착했는데...은창이가 없는 것이다~!!!!
"은송아..오빠가 없어..너는 집에 있어..엄마가 오빠 찾아볼게..."
다시 놀이터에 가보았다. 아까는 분명히 안보이던 은창이가 제 친구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나와 남편이 가르쳐줄라치면 엉거주춤 땀흘리기에 바쁜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그럴싸한 폼으로 타고 있었다. 그것도 제 친구의 누나 것을 신고서....주변머리가 없다고? 세상에...저게 내 아들이란 말이지...
"이은창. 너 왜 여기 있어?"
"어? 엄마 왔네..엄마 어디 갔다 왔어요? 집에 가보니 엄마가 없어서 여기서 지호랑 놀고 있었지.."
저녁하기까지 좀더 놀라하고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수업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은창이 마중 나간 사이에 계속 전화를 했단다. 이야기인즉 은창이 가는 길에 어떤 인라인타던 4학년쯤 되보이던 남자아이가 무어라 말하고 은창이는 그 엄마를 보면서 힐끔힐끔 또 뭐라 말하길래 문뜩 불길한 생각이 들더란다. 마침 그 엄마는 신호등 신호가 바뀌어 건너야했는데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그 엄마는 버스를 타서도 걱정이 되어 내내 집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은창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집 옆에 사는 형인데 자기 친구 못봤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ㅋㅋ 그런데 왜 힐끗거렸을꼬....
 
많이 컸어..많이 컸어..말만 그렇게 했었는데 사실이었다. 우리 은창이가 참 많이 컸다.
이 녀석이 작년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밤에 지도를 그리던 녀석이 맞나 싶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내내 오줌을 참다가 문에 딱 들어서는 순간 왕~울면서 오줌을 싸던 녀석이다.
남들 앞에서의 노래은 고사하고 제 엄마, 아빠 앞에서도 노래를 할라치면 긴장을 하던 녀석이다.
인사를 큰소리로 못해 맨날 엄마한테 잔소리를 듣던 녀석이다.
참 많이 컸다..은창아...
 
어제 텔레비전에 보니 아이들 대상으로 받아쓰기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은창아..너도 해볼래?"
알았다고 해서 얼른 공책가져다가 사회자 소리를 듣고 써보게 했더니..
[꽃반] [어덜살] [닥싸움] 이라고 썼다.
"이 녀석아...내년에 학교에 갈 녀석이 이게 뭐냐..다틀렸네.."
"갑자기 하니까 그렇지. 난 이런 거 처음이잖아..다음에 하면 잘할 수 있어.."
 
저녁에 피곤하다기에 그러면 책 한 권(계획 상은 두 권이다)만 읽어라고 했더니 [아기늑대는 사냥을 정말 싫어]를 골랐다. 그걸 읽다가,
"어..대대손손? 엄마...그 노래...역사를 빛낸 그 노래 어디 있어?"
"거기 방바닥에 있네..근데 왜 그게 떨어져 있냐.."
"하도 붙였다 떼었다해서 그렇지...엄마..여기 봐..여기도 [대대손손]이라고 되어있지..똑같네..근데 이거 무슨 말이야?"
"응..그건 [아주 오랫동안 쭉]이라는 거야.."
한자로 하나하나 풀이하면 길어지고 그러다보면 내 말은 반만 전달되기 일쑤인 지라 그냥 의미만 전달했다.
"아 그러니까 아주오랫동안 늑대네는 사냥을 좋아했다는 말이구나..."
 
글씨를 틀려도 쓰기 싫다고 안하니 좋다.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쓰는 것을 좋아한다면 글씨야 교정이 될 수 있다. 요즘 마법의 도서관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책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하나를 깊이 생각했다.
반드시 그렇지야 않겠지만 외국의 아이들이 일정시점에 이르면 쓰기영역에서 우리와는 다르게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참 부럽고 아쉽다가 화가 나는 부분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소위 공부라는 것을 하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쓰기를 즐기기보다 힘들고 어려워만 할까..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처음 쓰기의 접근이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또 그나마도 꾸준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독서와 글쓰기는 모든 영역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서둘러서는 안되고 지금의 시대조류보다 더욱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며 견고하게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은창이도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여 제 뜻을 잘 알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쓰는 것을 뒤로 미룸을 잘하는 짓이라고 여긴다^^ 쓰는 것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쓰지 않는다.....
 
은창아..은창아...
내년에 학교에 들어갈텐데 받아쓰기를 틀리는 네가 나는 좋구나...
그것은 틀려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다음을 말하기때문일거다..
지금은 지호보다 인라인을 잘 못 타지만 조금만 연습하면 비슷하게 탈 수 있을거야.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먼저 넘어지는 법을 배우길 바래.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너무 힘들고 또 넘어졌을 때 더 아프지...
무엇을 하건 즐겁게 하길 바란다. 건강하고 지혜롭게 우리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되어 엄마는 참 즐겁고 감사한다. 사랑한다. 얘야~~!!

꼬랑지~
이번 겨울에 시작할 일기를 위해 요즘 여러가지로 궁리중입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도서관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이 많네요...저는 벌써 은창이의 첫일기가 너무 기대가 됩니다. 그것이 철자가 엉망인 단 한줄이 글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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